[세상읽기] 에어부산과 산업은행, 그리고 글로벌 허브도시
에어부산 분리매각 운동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가덕신공항이 본격 건설에 들어간 상황에서 다양한 국제노선을 운영하여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자리매김 하려면 부산에 본사를 둔 거점항공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어 곧 닥칠 저가항공사(LCC)의 통합으로 에어부산은 사라질 처지에 놓여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거점항공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에어부산은 LCC통합에서 제외해 가덕신공항의 거점항공사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에어부산 역시 자연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우산 속에 있다. 주지하다시피 국책 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은 부산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행정절차가 거의 마무리되고 본점을 서울에 두게 되어 있는 산업은행법 개정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사실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통한 가덕신공항의 거점항공사 확보와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을 통한 국제금융중심지 기반 구축은 별개의 과제가 아니다. 지방소멸과 국가소멸이라는 저출생 고령화의 국가적 위기 타개 방안으로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초집중,과밀로 인한 산업경제 주거 교육 보건의료 환경 등 심각한 공간 불균형을 구조적으로 혁신하는 것이 국가적 위기 극복의 길이다. 이를 위해 수도권과 더불어 동남권,나아가 남부권 발전 축을 만드는 거점 도시로 부산의 역할과 기능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가덕신공항 건설과 산업은행 이전은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7위(국가 순위로는 3위), 환적화물 처리 2위의 세계적 물류중심지,동북아 해양중심지 부산을 기지로 울산 경남 및 영호남 전체로 새로운 발전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가적 과업이다.
대의명분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이 두 사안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가덕신공항은 항만 광역철도와 연계해 국내외의 많은 관광객과 인재가 드나들고 정착하는 통로로 활성화 되고, 수출입 물류체계를 강화하여 부산과 남부권의 연계발전을 실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산업은행 이전은 국내외 금융관련 기업과 인재 유치,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한 남부권 기업의 국제무역 역량 강화를 통한 수출입 활성화 등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가덕신공항 건설은 산업은행 이전의 효과를 최대화하는 인프라이고 산업은행 이전은 가덕신공항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핵심 요소다. 가덕신공항의 거점항공사로서의 에어부산과 산업은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부산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안이 지난 1월 15일, 부산지역 여야 의원 모두가 참여해 발의되었다. 총선 이후 개최될 21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물류 국제금융 첨단산업 등을 중심으로 남부권 전체의 발전과 연계해 추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역시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통한 가덕신공항의 거점항공사 확보와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이 두 과제가 부산글로벌허브도시의 구축에 핵심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업은행 부산이전과 부산글로벌허브도시 추진에는 정부가 강한 의지와 추진력을 보이고 있고, 지역의 정치권도 이구동성으로 힘을 모으고 있어 매우 고무적인 반면, 가덕신공항 거점항공사 확보를 위한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해서는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고, 지역정치권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글로벌허브도시부산을 거점으로 하는 동남권,남부권 발전체계를 누누이 강조해 온 정부가 가덕신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부산본사 항공사 없이 가덕신공항의 성공적 운영이, 가덕신공항의 성공적 운영 없이 산업은행 본점 부산이전의 효과 극대화와 글로벌허브도시 부산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총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은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한 상공계 시민사회 학계 언론 등의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 현실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일까.
에어부산과 산업은행,그리고 부산글로벌허브도시는 가족과 같은 한 동아리다. 한 울타리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나아가야 할 부산의 과제, 대한민국의 숙제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더 큰 시야, 종합적 인식과 실천을 촉구한다. 때를 놓지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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