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먹는 하마’ 제주형 맹그로브 숲 키운다
탄소 흡수량이 육지 산림의 5배… 제주 자생식물 황근-갯대추나무
신규 탄소 흡수원으로 주목
해외 맹그로브와 함께 적응 연구… “태풍 대비-관광자원으로 활용”
맹그로브 숲은 이산화탄소 저장뿐만 아니라 퇴적물 유출이나 월파를 방지하고 곤충, 갑각류, 어패류 등과 맞물려 종의 다양성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생태계에서 순기능을 하는 맹그로브를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작업이 제주에서 이뤄지고 있다.
15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상효동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의 스마트온실. 제주 자생지에서 씨앗을 채취하여 키운 갯대추나무는 온실 천장 가까이 뻗어 가고 있고, 베트남에서 들여온 종자에서 발아한 맹그로브는 20∼30cm 정도 성장했다. 이를 포함해 맹그로브 10여 종을 대상으로 최저 생육온도와 염분 스트레스 등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실험은 신규 탄소 흡수원 확보를 위해 2022년부터 창의 도전과제로 시작했다. 제주 자생종인 갯대추나무는 3년생, 5년생, 10년생을 대상으로 탄소 흡수 능력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해외에서 들여온 맹그로브에 대해서는 자생지보다 낮은 온도에서의 적응 여부와 함께 광합성 효율, 탄소 흡수량 등에 대해 집중적인 실험을 하고 있다.
연구 책임을 맡은 이보라 연구사는 “해외 맹그로브는 성장 속도가 현지보다 느리고, 관련 참고 자료가 부족해서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연구 결과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으며 갯대추나무나 해외 맹그로브의 염분 스트레스 실험 결과는 올해 말에 나올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는 실내 연구와 더불어 야외 현지에서 황근의 자생지 복원 및 증식 사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의 염습지인 ‘펄랑못’ 주변이나 성산일출봉 인근에서 황근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해안의 현무암 지대에서 노란 꽃을 피우는 황근은 ‘토종 무궁화’로 불리고 있는데 한때 멸종위기에 처했다가 식물 단체, 기관 등의 복원 사업으로 자생지 등의 개체수가 증가했다.
최형순 연구소장은 “해외 맹그로브, 제주 자생 준맹그로브가 신규 탄소 흡수원이나 연안 생물 다양성 확보에 효과가 있을지를 연구하는 작업은 국내에서 초기 단계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해외 수종에 대해서는 정착 가능성과 함께 생태계 교란 여부에 대한 환경성 평가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제주에는 연안습지 및 염생식물(염분이 많은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 서식지 21곳, 해안사구 14곳 등이 해안을 따라 분포하고 있지만 1980년대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진 해안도로 개설, 항·포구 확장, 건축물 신축 등에 따라 식물 자생지가 파괴되면서 해안 생태계에 변화가 생겼다.
제주의 식물연구단체 관계자는 “해안에 ‘제주형 맹그로브 숲’이 조성된다면 생물 종이 다양해지는 효과와 더불어 태풍이나 월파 등의 피해도 줄일 수 있다”며 “해안에 군락을 이루면 교육 장소, 여행 장소로도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맹그로브 워치(Global Mangrove Watch)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맹그로브 숲 면적은 14만7359k㎡로 전 세계 연안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맹그로브 숲의 44%가 동남아시아에 분포하고 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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