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쓰키야쿠’ 광고는 은밀한 임신 중절 통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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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류하(流下·아래로 흐른다는 의미)시켜 목적을 달성하는 전문약. 효과 없는 약으로 실패하신 분들은 월경 중지 개월 수를 적어 편지로 문의하세요. 다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안심하고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비밀리에' 알려드립니다.'
1921년 1월 12일 자 경성신문의 쓰키야쿠 광고에는 '월경이 없는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임신, (중략) 여성은 조금이라도 서둘러 통경(通經) 전문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는 문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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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약 목적 없이 ‘비밀 보장’ 등 표현
총독부 감시 피해 피임 시도한 증거”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일본어로 발간된 신문인 경성일보의 1931년 1월 7일 자 ‘쓰키야쿠(月藥·월경 관련 약품)’ 광고다. 광고 문구만 얼핏 보면 월경 불순 치료제로 보이지만, 실상은 임신 중절약을 판매하는 내용이다.
최근 쓰키야쿠 광고가 일제강점기 여성들의 은밀한 임신 중절 통로였음을 보여주는 연구가 나왔다. 배홍철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은 16일 한국여성사학회 월례발표회에서 ‘침묵하는 월경(月經): 1920∼30년대 국내 일본어 간행 신문의 ‘쓰키야쿠’ 광고 지면을 중심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경성일보, 조선신문, 조선시보 등 국내에서 간행된 3개 일본어 신문의 쓰키야쿠 광고 1211건을 분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쓰키야쿠 상품은 주로 약품(1062건·88%)으로, 일본에 본사를 둔 광고주가 우편 거래와 상담을 제공했다. 배 연구원은 “일본어 신문을 읽던 조선 내 일본인 거주자나 상류층 조선인 여성들이 광고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쓰키야쿠 광고는 ‘월경 불순 치료’를 명시한 일반 광고와는 달랐다. ‘비밀 보장’, ‘신체 무해’, ‘복용 경험’, ‘후불제’ 등의 문구를 삽입하면서도 투약 목적을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1921년 1월 12일 자 경성신문의 쓰키야쿠 광고에는 ‘월경이 없는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하나는 임신, (중략) 여성은 조금이라도 서둘러 통경(通經) 전문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는 문구가 나온다. 배 연구원은 “예외적으로 월경이 오지 않는 배경과 해결 방안을 기술한 광고”라며 “당시 쓰키야쿠 광고가 임신 중절용임을 추론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24년 21건에 불과하던 쓰키야쿠 광고는 1932년 210건으로 약 10배로 급증했다. 1930년대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대놓고 ‘임신 조절’ 문구를 명시하는 광고도 나왔다. 미국에서 산아 제한 운동을 창시한 마거릿 생어(1879∼1966)를 내세운 신문광고도 많았다.
일제강점기 총독부는 임신 중절과 피임을 법으로 막았다. 1912년 일본 형법을 조선에 적용한 ‘조선형사령’에 따르면 낙태를 한 여성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었다. 1930년에는 ‘유해 피임용 기구 취체규칙’을 제정해 피임 핀이나 자궁주입기 등의 피임 기구 사용을 금지했다. 배 연구원은 “일제의 피임 금지는 출산을 늘려 더 많은 노동력을 생산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쓰키야쿠 광고는 일제강점기 여성들이 국가의 감시를 피해 피임을 시도한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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