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양기대∙전해철 낙천, 이재명 과거 경선자
‘도화결의’-李 ‘합쳐 승리하자’
‘꽁한 정치’가 전·양 찍어냈나
삼국지에 ‘도원결의’가 있다. 경기도엔 ‘도화결의’가 있었다. 언론에 등장한 건 2018년이다. 그해 4월 경기지사 경선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찾는 경쟁이다. 이재명 후보가 이겨 후보가 됐다. 전해철·양기대 후보가 고배를 마셨다. 경선 닷새만에 세 명이 모였다. 기자들 앞에서 손 잡고 포옹했다. 경선 과정의 상처를 서로 덮었다고 했다. ‘이재명 승리’를 위해 뭉치자고 했다. 양 후보가 말했다. “복숭아꽃이 피는 계절에 도화결의다.”
본선에서 이 후보가 승리했다. 이재명 시대의 시작이다. 꿈꾸던 대권을 향한 발판이 됐다. 대통령은 안 됐지만 당권을 거머쥐었다. 양기대·전해철 후보는 국회의원이 됐다. 광명과 안산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그렇게 6년이 지나자 묘한 순간이 왔다. 22대 총선에 나설 공천이 시작됐다. 최고위원회도 있고 공심위도 있다. 그 맨 위에는 이재명 대표다. 절대적인 공천 권력자다. 양·전 의원은 공천을 받아야 한다. 도화결의는 남아 있었을까.
양기대 의원이 먼저 떨어졌다. 광명을에 신청했다가 경선에서 졌다. 경쟁을 하고 졌으니 시스템 공천이란다. 그런데 그렇게 봐주는 이가 없다. ‘컷 오프-전략 지역 선정-감점 부담 경선-패배 확정 낙천’이다. 이미 컷 오프부터 예정된 결과였다. 양 의원의 의정 활동이 그렇게 낙제였을까. ‘고상한’ 여의도 채점방식은 모른다. 경기도민의 언론, 경기일보다. 광명시민 평가만 말하겠다. 잘했던 시장이다. 업적이 많다. 광명 동굴 기적은 특히 장했다.
전해철 의원도 엊그제 떨어졌다. 의원 평가에서 ‘하위 20%’를 받았다. ‘고려대 법대-사법시험 합격’의 전력이다. ‘뒤에서 20등’은 안 해봤을 인생이다. ‘-20%’를 안고 경선했다. 양문석 전 고성·통영 위원장에게 졌다. “수박 뿌리를 뽑아버리겠다”던 친명계다. 전 의원의 국회 평점도 평가할 방법은 없다. 굳이 평하고 싶지도 않다. 경기도 안산시민의 지지만 들어 알고있다. 유권자에게 연속 3번 뽑혔다. 구설도 없다. 듬직한 일꾼이라고 한다.
그 둘이 다 날아갔다. ‘도화결의’ 사진을 다시 보자. 셋이 환하게 웃는다. 이 대표는 눈이 가려졌다. 전 의원은 볼이 발그레하다. 양 의원은 보조개가 커졌다. 이 대표 왼손은 전 의원을, 오른 손은 양 의원을 잡았다. 그런데 왜 갈라섰을까. 정치 평은 많다. 친명이 아니라고 한다. 친이낙연계라고도 한다. 그래서 낙천됐다고 한다. 여의도적인 분석일 수 있다. 하지만 경기도민에는 저 사진 기억이 크다. 봤던 도민들이 혀를 찬다. ‘정치 참 무섭다.’
기자 초년 때. ‘연합 박 선배’에게 들은 풍월이 있다. “기자는 꽁해야 한다. 수첩에 적어 놔라. 언젠가 갚게 된다.” 황당하게 들렸다. 시간이 흐르자 의미를 알게 됐다. 정치판에서는 특히나 법칙에 가까웠다. ‘권력은 잔인하게 써야 한다’. 이 대표가 한 말이다. 여기에도 ‘꽁함’이 더해지면 더 잔인해진다. -경기지사 경선 때 서운했을 수 있겠다. 맺힌 꽁함이 있었을 수 있겠다. 마음 속 수첩에 적어뒀을 수 있겠다. 그래서 갚은 것일 수 있겠다.-
2018년 기사에 이 말이 있다. “지금까지 정치 문화가 경쟁하는 과정에서 동지를 잃어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이제 바뀔 필요가 있습니다.” 양 의원이 했다는 멘트다. 몇 번을 읽고 또 읽는다. 잘해 보자고 초청 받은 자리였다. 거기서 양 의원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마주 잡은 손에 전해오는 싸늘함을 느꼈을까. 환한 미소 뒤에 숨겨둔 꽁함을 보았을까. 6년만에 예언처럼 읽히는 이 말, 다시 읽어보니 버릴 게 하나도 없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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