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국제질서의 전략적 지형 변화 속 한반도
미국 전략경쟁이 가열되는 와중에 터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과 러시아의 대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국제질서에서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이슈들이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힘으로 패권을 차지하려는 자국 중심주의의 부상,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판’ 위에서 상대를 압도하려는 제로섬적 경쟁, 민주주의와 권위주의라는 진영논리의 전면화, 치열한 핵군비 경쟁 등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적, 지역적 패권을 꿈꾸는 힘들의 대치는 곧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의미한다.
이런 구도는 한반도 평화에 치명적인 저해 요인들이다. 국가 및 진영 간 대치, 상호 대결과 혐오의 프레임이 지배하게 될 때 한반도 긴장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 및 국제 협력의 가능성은 위축되고 평화적 해법의 가능성은 더욱 복잡한 함수관계와 미궁으로 빠져들 수 있다. 한반도 문제는 기본적으로 지역 및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반도 문제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만나는 열강의 지정학적 힘 겨루기 판 위에 놓여 있다. 문제의 틀 자체가 주변 열강의 이해와 직결된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사안들의 구성물이다. 남북한의 구조화된 장기 분단체제, 군사적 대치 및 군비경쟁,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미북 적대관계 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국, 러시아, 일본의 협력, 국제적 지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한미일과 북중러의 진영전선이 강화되고 동북아 군비경쟁이 과열될수록 한반도 대치 전선 역시 강화될 수밖에 없다. 대결 논리 및 동맹 논리에만 의존할 경우 한반도 평화의 구조적·현실적 한계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우선 미국, 중국, 러시아는 물론 지역 강국들의 군비경쟁은 이미 냉전기를 압도하고도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갈등 구도가 표면화되면서 핵 군비경쟁의 조정과 국제적인 군비통제 강화의 길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형국이다. 오히려 미국은 대(對)중국 포위·압박을 강조하면서 핵무기 증강과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둘째, 미국의 대중국 포위·압박전략이 거세지면서 북러의 전략적 협력, 북한의 대중국 동조화가 강화되고 있다. 미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이나 북한의 위협 인식에서 큰 변화가 없는 한 북한의 대러시아 협력, 대중국 동조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구도는 결국 북러, 북중의 전략적 제휴 속에서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가 묵인·방조, 진영 내 핵보유국 승인 등으로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인다.
셋째, 미중 전략경쟁, 미러 대치의 장기화는 북한의 ’전략적 지위‘ 인식과 남북관계를 수단화하는 경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능력과 전략적 지위를 과시하면서 남북관계에 대한 일대 전환을 꾀하고 있다. 핵보유국 지위 인정과 미북 핵군축 협상에 반대하는 한국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장애가 되는 민족관계를 폐기하고 적대적 교전국으로 한국을 대상화했다. 전쟁 준비 완성을 외치며 긴장을 조성하며 한국을 인질로 한 대미 억제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볼 수 있다. 미중 전략경쟁은 물론 유럽과 중동의 두 전장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의 상황을 이용한 북한의 전략적 압박이라고 볼 수 있다.
지정학적 특수성, 구조화된 분단, 동북아 군비경쟁 및 진영화 구도 등으로 인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새로운 전환적 발상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와 동북아 조성된 대결구도에 편승한 접근은 남북 모두를 안보 딜레마의 늪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한반도형 협력안보’ 구상을 신중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협력안보는 적대하는 상대와도 다양한 협력을 통해 안보를 증진시키는 접근이다. 핵심은 ‘상호안전보장’이다. 협력적으로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한 북핵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핵군축은 기본적으로 비핵화를 포함한다. 궁극적 목표는 핵 폐기다. 다만 핵 폐기로 가는 과정을 현실화해 단계를 부여하는 것이다. 낮은 단계의 핵군축에서 높은 단계의 핵군축으로 정치기술적인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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