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대파 가격 논쟁…"尹 대통령 마트 매일 오면 좋겠다" 

박숙현 2024. 3. 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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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지원 대폭 할인에 진위 논쟁까지…野 "총선용 미봉책" 
"소비 심리 풀려" vs "근본적인 문제 해소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을 당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등 채소 물가를 점검하는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서초=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물가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당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고 한 발언으로 대파 가격이 화제가 됐다. 정부 지원금이 반영된 할인가가 기존 체감 물가와 차이가 커 진위 논란까지 벌어진 것이다. 야당은 최근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을 두고 "혈세 푸는 총선용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정부 할인 지원 혜택을 직접 누린 소비자들은 "한시적이더라도 정부가 지원해서 좋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평가가 엇갈렸다.

윤 대통령은 19일 제13차 국무회의에서 국제유가 안정에 따라 물가도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면서도 과일·채소(남새) 가격의 단기간 하락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며, "전 부처가 경각심을 가지고 민생이 안정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가격할인 지원, 할당관세 적용, 정부 직수입은 물론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 취약계층 식료품 바우처 지원 등 모든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18일에는 서울 서초구의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아 민생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장바구니 물가를 내릴 수 있도록 농산물을 중심으로 특단의 조치를 즉각 실행하겠다"며 농축산물 긴급 가격안정자금 1500억 원을 즉각 투입하고 필요시 지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연일 '물가 관리' 행보를 보인 것은 2월 물가 상승률이 3.1%로, 3%대에 재진입하고 체감하기 쉬운 생활물가 상승률이 3.7%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자 총선을 앞두고 '장바구니 민심'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대형마트 등에서는 농축산물 가격 대폭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대파 한 단 가격이 875원인 곳도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 일부 지점이다. 19일 기준 대파 한 단(1kg) 평균 소매가격이 2996원임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특히 해당 가격은 윤 대통령이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 같다"고 발언해 화제가 됐다. 온라인상에선 "진짜냐"라며 진위 논쟁까지 벌어질 정도다.

대통령실과 유통업계에 따르면 논쟁을 부른 '대파 한 단 875원'은 정부 지원금(산지 납품단가 지원) 2000원, 농협 자체할인(1000원), 정부의 농산물 할인쿠폰 30%(375원)까지 반영된 가격이다. '875원 행사'는 대통령 방문일인 18일부터 오는 20일까지 한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통령 방문에 대비한 맞춤형 가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파 한 단에 875원이 합리적'이라는 대통령 발언을 두고는 대파 가격의 적정선을 모르는 현실 인식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파 한 단에 9000원, 배추 한 포기에 5000원이 넘는다. 국민께서 느끼는 체감 경기를 안다면 다른 나라보다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소리를 못한다"며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이 모양인데 기재부가 '물가 지킴이' 자처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혈세 푸는 '총선용 미봉책과 쇼'로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근본적인 물가 관리 대응과 농산물 생산·유통 구조 안정화를 위한 진정어린 대통령의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해당 가격은 정부 물가 안정 정책이 순차적으로 반영된 것이며, 소매가만 할인하고 농민 수취가는 별개이기 때문에 농가와는 전혀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정부의 물가 안정을 위한 할인 지원 정책에 대해 "총선용 미봉책"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서초구=박숙현 기자

윤 대통령이 방문했던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정부의 한시적 지원 정책에 따른 할인 행사에 대한 평가가 엇갈렸다.

한쪽에선 비록 한시적이지만 정부의 할인 정책으로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며 환영했다. 한 모 씨(80대·남)는 "(정부 지원이) 꾸준히 그랬으면 좋겠다. 조금 비싸도 꾸준하게 서민들이 살기 좋게. 대통령 또 오라고 그러시라"며 "싸면 서민들이 더 많이 사가게 되는데 비싸면 쳐다보고 그냥 간다. 소비 심리를 위해서도 좋다"고 긍정 평가했다. 김 모 씨(70대·여)는 "물가가 자연이 받쳐줘야 하지 않나. 지금 기후도 안 좋고 해서"라며 고물가 상황을 이해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 서민들이 물가고에 시달려서 너무 힘든데 정부가 지원해줘 편안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게 감사하다. 이런 가격은 처음 봤다. 한시적이라도 기분은 즐겁다. (할인 행사를) 못 본 사람이야 못 느끼지만 엄청 싸잖나. 계속 이런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면 유통 구조 등 고물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을 하지 않으면 국민 혈세로 급한 불만 끄고 말게 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박 모 씨(60대 ·남)는 "대통령이 자주 왔다 갔으면 좋겠네. 그럼 계속 쌀 거 아닌가. 매일 오라고 그러시라. 매일 좀 싸게 사게"라고 말했다. 이어 "어디 시장에 가서 먹방 같은 것만 하지 말고 이런 데 찾아와서 좀 싸게 해주라고 해달라"라고 덧붙였다.

'농사꾼의 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강 모 씨(60대·여)는 "(정부 지원에) 숨통이 좀 트이긴 한다"면서도 "이전에도 (이곳에서) 할인했는데 시장하고 비슷한 가격이었다. 이번엔 그때보다 훨씬 싸다. 없는 것보단 좋지만 쇼보다 근본적인 게 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물가가 다 올랐는데 근본적으로 잡아야 한다. 유통 구조를 바꾼다든지 아니면 생산을 할 수 있게 좀 해준다든지. 농부들은 다 죽어간다. 거기선 제 가격을 못 받고 여기선 엄청 비싸다. 중간에 뭐가 있나. 이걸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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