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재선 '꽃길'에 조국 돌아온다…취지 거스른 비례대표제

설상미 2024. 3. 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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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비례대표 순번에서 '당선권'에 배정된 후보발 논란으로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민주연합)이 진보당 추천 후보 3인을 모두 당선권에 배치했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이 비례대표 후보가 17번까지 당선된 점을 비추어 봤을 때 이들 모두 당선권에 배치된 셈이다.

여야 모두 비례대표 2선 후보가 나오면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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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조국, 황운하 22대 국회 입성 유력
김예지, 용혜인 비례 재선 도전, 1% 미만 진보당은 3석 확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비례대표 2번으로 배정받으면서, 22대 국회 입성이 유력해졌다. 지난 19일 오전 조 대표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관권선거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22대 총선 비례대표 순번에서 '당선권'에 배정된 후보발 논란으로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간 비례대표 제도는 의회 다양성 확보를 위해 청년·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이 같은 취지를 거스른 후보들이 22대 국회에 대거 입성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민주연합)이 진보당 추천 후보 3인을 모두 당선권에 배치했다. 정혜경 전 진보당 경남도당 부위원장과 전종덕 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 손솔 진보당 수석 대변인이 각각 5번과 11번, 15번을 받았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이 비례대표 후보가 17번까지 당선된 점을 비추어 봤을 때 이들 모두 당선권에 배치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1% 미만의 지지율로 고전하는 진보당이 3석을 확보하는 게 옳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보당 전신인 통합진보당은 지난 2014년 헌재가 '폭력 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위헌 정당'이라며 해산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선거법상 3% 이상 득표하지 못하면 비례의석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야권 연대를 통해 비례대표 3석 몫을 가져가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자력으로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후보들에게 원내 입성 길을 내어주면서 표심을 거스르는 결과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야 모두 비례대표 2선 후보가 나오면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용혜인 새진보연합 상임선대위원장은 민주연합에서 6번을 받았다.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에서는 김예지 의원이 15번을 받았다. 지역구 당선이 어려운 후보들이 비례대표제 허점을 파고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 당선권에 진보당 인사들을 배치하면서 몰매를 맞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과 백범로 일대를 돌며 시민들에게 이지은(마포갑)·정청래(마포을)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민주연합을 위협할 만한 세몰이를 이어가는 조국혁신당 역시 당선권에 재판 중에 있는 후보들이 배치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자녀 입시 비리 및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받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지난 18일 비례후보 2번에 이름을 올렸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은 8번에 배치됐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집계된 조국혁신당 지지율에 비추어 봤을 때 두 후보 모두 당선권으로 분류된다. 황 의원은 지난 15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른 당이 얼마나 득표하느냐에 따라 한두 석씩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 득표율 25~30%, 의석수는 12석~15석 정도가 현실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발표한 여론조사(11~15일)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26.8%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비례 정당인 국민의미래는 31.1%, 민주연합은 18%를 기록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당선권에 들어간 조 대표가 면책특권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회가 조 대표의 '방탄'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형식상 비례대표 순번은 당원과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에 따라 선정됐지만, 지지자들이 피고인 신분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당원(8만4974명)과 국민참여선거인단(5만1659명) 양쪽을 합쳐 모두 13만6633명 가운데 10만7489명(78.7%)이 투표에 참여했다. 당내 강성 지지층에 호소할 수록 당선권 번호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국민의힘은 유죄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의석 승계를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국·황운하 방지법'으로 맞수를 놨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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