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쿨했다”던 尹… 공수처 맹비난하는 대통령실 [광화문에서/장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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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으로 고발된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출국금지 보도는 피의사실 구성에 수반되는 수사 실무 절차를 필연적으로 다루게 된다.
이 대사의 채 상병 사건 재검토 지시 진술 수사 기록, 이 대사가 채 상병 사망 후 새로 개통한 전화기를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는 보도 등은 넓은 범주에서 이 사건 관련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끼친다.
공수처도 마찬가지로 "이 대사 수사도 단계가 있다. 대통령실이 왜 당장 부르라 말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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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보도가 유죄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안보·방산 외교를 담당할 이 대사에 대한 사회적 평가 저하, 명예권 침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군 검찰 진술 내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드러내 권력 행사 방향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하는 점에서 현안에 대한 국민의 정보 접근을 돕는다. 피의사실 보도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위태롭게 한다는 눈총에도 양산되고 있고, 때로는 권력의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드러내 정국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기도 한다.
피의사실 보도를 대하는 태도는 대개 보도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엇갈린다. 누군가는 반색해 “엄정 수사, 진실 규명”을 외치고, 다른 누군가는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피의사실을 흘린다”고 비판한다. 이번에도 출금 문제를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이 제출됐다. 보도의 공적 기능 의미를 축소하고 유착 프레임에 맞춰 보도 대상의 인격권 침해 문제만 강하게 부각되던 시절도 있었다. 혹시 피의사실 보도를 대하는 잣대가 정치적 진영과 유불리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수처를 윽박지르는 대통령실의 모습도 생경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실에선 “공수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괴물” “출금이라는 덫을 치고 때를 기다렸다”는 말들이 나온다. 대통령 의지가 아니었다면 공수처를 맹렬히 성토하고 좌파의 공작으로 몰아가는 말을 가감 없이 할 수 있었을까.
사실 윤 대통령이야말로 권력비리 의혹 앞에 철저한 수사 논리를 관철시켰던 강골 검사 출신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재직 때던 2019년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명박 정부 때 쿨하게 처리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이런 기억 탓에 “지금 당장 이 대사를 조사하라”는 대통령실의 으름장은 이 정부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 말처럼 ‘쿨’한가.
때때로 검찰은 수사를 둘러싼 정치권의 비판에 “수사는 우리가 한다. 정치권이 왜 이래라저래라 하느냐”는 자세를 보였다. 공수처도 마찬가지로 “이 대사 수사도 단계가 있다. 대통령실이 왜 당장 부르라 말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 돈봉투 사건의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물론이고 멀게는 2012년 저축은행 자금 수수 혐의를 받던 박지원 당시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검찰에 기습 출석을 했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윤 대통령은 총장 재직 시절 집권 3년 차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엄정한 수사로 보수층 지지를 한 몸에 흡수했다.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전임 정부의 내로남불을 혹독하게 캐며 출범한 정부가 이 대사의 법적 리스크가 완전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공관장 임명을 결정한 데 대한 국민과 대통령실 간 인식차가 상당하다. 이 대목을 더 생각해 보면 한다.
장관석 정치부 차장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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