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美의 민낯… ‘플랜B’ 준비해야

이귀전 2024. 3. 19.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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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마스 휴전협정 반대하면서
中엔 위구르 탄압 지적 ‘이중적’
한국 기업 반도체 보조금 지원
마냥 반기지 말고 자력 키울 때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 기간인 지난 12일 이스라엘 동예루살렘 난민촌에서 폭죽을 쏘던 팔레스타인 12세 소년 라미 함단 알 할훌리가 이스라엘 측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비단 알 할훌리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팔레스타인에서 1만명이 넘는 어린이가 숨졌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질병과 기근에 시달리는 등 지옥을 방불케 하는 처참한 현실이 지속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 지도부에 대해 ‘레드라인’ 등을 언급하며 경고를 보낼 뿐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절실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정에는 반대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은 지난달 가자지구에서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시켰다. 지난해 10월, 12월에 이어 세 번째다. “휴전을 해야 한다”고 말만 할 뿐 실제 표결에선 가자지구 공습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하마스가 건재한 상태서 휴전이 안 된다”는 말은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의 보복이 끝나야지만 휴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사이 발생하는 민간인 피해에 대해선 사실상 눈을 감고 있다.
이귀전 국제부장
중국에 신장위구르 지역의 무슬림 소수민족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국제사회에 인권을 주창하던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국제사회에서 드러난 미국의 민낯 중 하나지만 냉엄한 현실이다. 하마스의 공습으로 피해를 본 유대인들의 아픔에 공감을 하는 유대계가 미국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영향이 크다. 미국이 ‘손절’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혈맹’ 국가가 이스라엘이라는 인식을 재차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는 ‘경제안보’에 있어서도 미국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심화하면서 정치·외교적 갈등을 경제·안보 문제와 분리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라진 지 오래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반도체 기술 수준이 높은 네덜란드, 일본, 한국, 대만 등과 ‘프렌드쇼어링(동맹·우방국 위주 공급망 재편)’ 전략을 펴고 있다. 미국과의 동맹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중국에 대한 견제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프렌드쇼어링 너머엔 ‘온쇼어링(자국 내 생산시설 유치)’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2022년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5년간 총 527억 달러(70조원)를 지원하는 반도체법을 제정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을 키우고, 삼성전자와 TSMC 등 외국 반도체 기업들을 유치해 외부의 영향을 덜 받는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받는 보조금이 얼마나 될지 따지는 것은 너무나도 근시안적이다. 현재는 중국 견제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결국은 한국, 대만 역시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중국의 영향력 강화, 북한의 핵위협 등에 대비해 한국이 미국과 안보와 경제 등에서 최대한 동맹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플랜B’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스라엘처럼 미국의 주류 사회를 차지하고 있는 유대계가 아닌 이상 동맹 강화는 물론 우리 자체의 힘을 키워야만 국제사회에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오는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붙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국의 이 같은 행보는 지속할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이미 겪어봤듯 미국 우선주의는 더 강력해질 것이다.

한국만큼 미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에선 각국이 국방비를 증액하고, 방산 분야에서 미국 등 제3국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역량을 키우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육성을 위해 일본, 유럽 등은 앞다퉈 수십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안보와 경제 모두 동맹국 미국만 바라보고 가기엔 현실은 냉엄하다. 우리의 역량을 높이지 못하면 결국엔 잊힌 존재가 될 뿐이다.

이귀전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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