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내가 직접 관리할거야”…가격 너무 오르자 비축 품목에 사과 넣는다는 정부

이희조 기자(love@mk.co.kr),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2024. 3. 19. 2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시장에 경매를 마친 사과가 상자채로 쌓여 있다. [한주형 기자]
‘애플레이션(애플+인플레이션)’ 원인 중 하나로 유통폭리가 지목되면서 정부가 사과 수급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는 민간이 대부분의 물량을 관리하는 구조로, 도매상과 유통사가 사실상 모든 가격 결정권을 쥐고 있다. 사과값이 치솟을 때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내 사과물량을 관리하게 된다면 가격 급등때 신속히 물량을 풀어 공급을 늘리는 방식으로 소비자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사과를 정부비축 대상 품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비축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농산물을 사들여 보관하는 제도다. 국내 생산품을 매입하는 수매비축과 외국산 농산물을 사와서 보관하는 수입비축으로 나뉜다.

정부비축 품목에 대한 수급관리가 필요할 경우 정부는 비축분을 시장에 방출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비축제도 운영 재원은 농산물가격안정기금에서 충당한다. 정부 관계자는 “(사과의 정부비축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사과를 고르는 시민. 2024.3.19 [사진 = 연합뉴스]
현재 사과는 정부비축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정부비축사업 관리규정에 명시된 대상 품목에는 포함돼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규정에 따르면 비축 대상은 농식품부 장관이 정하는 품목일 경우 또는 국제협상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수시로 추가하거나 뺄 수 있다.

정부가 농가와 계약해 재배하는 물량의 경우 정부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기준 4만9000t으로, 전체 물량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말 기준 사과 저장 물량을 20만3000t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농업관측센터와 생산자단체, 주산지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민간 창고의 보관·방출 물량을 파악하고 있지만, 물량에 관한 전권(全權)이 없는 만큼 100%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가격안정을 위해 생산자의 분산 출하를 유도하는 것 역시 권고에 불과할 뿐 강제성은 없다.

정부가 사과의 정부비축을 검토하는 것은 민간 유통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사과값 상승에는 기상 악화와 함께 유통 폭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농산물 가격안정 대책을 발표하며 “과도한 가격 인상, 담합 같은 시장 교란 행위와 불공정 행위로 폭리를 취하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2022년 11월 유통 단계별 사과 가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과 주산지인 경북 영주에서 서울 가락시장까지 가격은 3배 넘게 뛰었다. 사과 1kg의 생산자 수취가격은 1850원이었는데, 운송비와 포장비, 수수료 등이 붙으며 도매시장 경락가격은 2900원으로 설정됐다. 이후 배송료와 간접비 등이 추가되면서 중도매인 판매가격이 3900원으로 상승한 데 이어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내야 하는 소매상 판매가격은 5850원까지 올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과의 산지 가격은 그리 높지 않은데 도매가격은 높은 편”이라며 “이는 사과 유통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사과 정부비축이 결정된다면 민간 창고를 빌려쓰는 방식으로 사과를 저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비축기지는 농식품부 소유 기지 8개와 aT 소유 기지 6개 등 전국에 총 14개가 있다.

하지만 현행 정부비축 품목도 다 보관하지 못할 정도로 기지가 부족해 지금도 민간창고 60여개를 빌려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비축 대상은 콩, 무, 감자, 밀, 마늘, 참깨, 콩, 팥, 녹두, 양파, 고추, 메밀 등 12개 품목이다.

정부는 조만간 농산물 유통사의 불공정 행위 여부를 밝히는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홈페이지 내 ‘사실은 이렇습니다’ 코너를 통해 “소비자단체와 함께 주요 유통사들이 과도한 이윤을 남기는 것은 아닌지 3월 중 시범 점검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등 유통 경로 간 경쟁을 통해 농산물 유통비용이 절감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설탕 제조사인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한제당에 대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생필품 물가를 잡기 위한 범정부 대응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공정위는 이들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가격을 과도하게 올렸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조사 중인 사안에 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