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개시 뒤 “30km 대피하라” 알시파 병원 덮친 이스라엘군
20명 사살·80여명 체포
주민들 “무리하게 강행”
이스라엘군이 1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을 공격해 하마스 무장대원 2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정밀 작전’을 통해 병원에 있는 의료진과 환자를 최대한 보호했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에 있던 주민들은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며 이스라엘군이 무리한 공격을 펼쳤다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가자지구 가자시티 알시파 병원에 지상군을 투입해 하마스 대원 색출 작전을 12시간 이상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 20명을 사살하고, 조력자 80여명을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 내에서 총기와 수류탄 등 다수의 무기와 무장대원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이는 돈다발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하마스 테러범들이 안전한 은신처라고 생각했던 장소가 이번 급습으로 죽음의 덫이 됐다”며 “하마스 조직을 제거할 때까지 이런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자 중엔 하마스 작전 책임자인 파이크 마부 등 고위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환자와 의료진 등 민간인 다수가 병원을 빠져나가지 못한 가운데 공격을 강행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BBC는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가디언은 “이스라엘군은 병원을 장악한 후에야 민간인들에게 대피 지시를 내렸다”며 “병원 근처 주민 수천명에게도 남쪽으로 가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작전 개시 이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전단을 통해 알시파 병원에서 약 30㎞ 떨어진 알마와시에 ‘안전지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가디언은 “이용 가능한 교통수단이 거의 없고, 어린이와 노인들은 최근 몇달 동안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허약해진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의 지시를 따를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하마스는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군이 작전을 시작할 당시 약 3만명의 의료진과 환자, 난민이 병원 내부와 주변에 뒤엉켜 있었다고 주장했다. 알시파 병원 내부에 갇혔던 주민들도 아비규환이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아버지 간호를 위해 병원에 머물렀던 알라 아부 알카이스는 뉴욕타임스에 “이스라엘 탱크와 불도저가 병원 터에 들어왔다”며 “공포가 우리를 집어삼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군인들이 병원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창문을 닫으라’고 명령했고, 총소리가 들렸다”며 “군인들이 여러 사람을 붙잡고 손을 묶고 옷을 벗기는 모습을 봤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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