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나투어 ‘파리 올림픽’ 상품 기사 포털에서 갑자기 사라진 이유

김혜성 여행플러스 기자(mgs07175@naver.com) 2024. 3. 19.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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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세 글자만 잘못 써도 벌금 최대 200만원
분야별 공식 후원사 ‘한 곳’뿐…여행은 ‘한진관광’
2024 파리 하계올림픽, 국내 공식후원사 총 29개
비후원사, 올림픽 광고하려면 대한체육회 승인 필요
2024 파리 올림픽 상징 / 사진=대한체육회 홈페이지
다가오는 ‘2024 파리 올림픽’을 응원하는 의미로 치킨집 등 점주들이 가게 앞에 오륜기를 걸어놨다가는 과태료 날벼락을 맞을 수 있다. 국민체육진흥법과 상표법에 따르면 공식 후원사가 아닌 단체나 개인 등이 올림픽 자산을 대한체육회 등의 승인 없이 사용하는 것은 위법이다.

지난 13일 하나투어는 ‘하나투어 제우스월드, 2024 파리 올림픽 직관러 위한 파리 에어텔 선봬’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파리 올림픽 직관을 꿈꾸는 여행객을 위해 에어텔, 미식여행, 독일 연계여행 등을 콘셉트로 파리 여행상품을 내놓은 것. 특히 올림픽 기간 중 국적기 항공에 5성급 파리 시내 호텔 숙박이라는 희소성 있는 구성까지 갖춰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여러 매체에 올라온 하나투어 제우스월드 파리 상품 기사 / 사진=구글 뉴스 캡쳐
이에 30곳이 넘는 매체들이 기사화 했으나 수 시간이 지나지 않아 기사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이유는 하나투어가 이번 파리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닌데도 파리 패키지여행 상품을 올림픽과 연관 지어 홍보했다는 것이다.

특히 논란이 불거진 부분은 기사 속 ‘사진’이다. 기사에는 오륜기를 비롯해 에펠탑 아래 자리 잡은 비치발리볼 경기장 등 파리 올림픽을 연상케 하는 사진이 들어가 있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이번에 선보인 파리 상품은 파리올림픽 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환대 서비스와 2024 파리 올림픽 일부 경기 직관 표 등을 포함하고 있어 관련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해 올림픽을 엮어 홍보했다”며 “사진 역시 프랑스 관광청에서 제공받은 것으로 올림픽 자산을 침해하는 문제로 이어질지 몰랐는데 이를 인지하고 바로 시정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행태를 광고업계에서는 ‘매복 마케팅’이라고 부른다. 매복 마케팅이란 올림픽 등 운동 행사에서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기업이 교묘하게 규제를 피해 자신의 기업이나 제품을 연결해 홍보 효과를 얻는 마케팅을 말한다.

당시 문제가 불거진 SK텔레콤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광고 / 사진=SK텔레콤 평창 동계 올림픽 광고 캡쳐
당시 문제가 불거진 SK텔레콤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광고 / 사진=SK텔레콤 평창 동계 올림픽 광고 캡쳐
이와 유사한 대표적인 사례는 2018년에도 있었다. SK텔레콤은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고용한 홍보 광고를 만들었다. 하지만 피겨 여왕이 등장한 광고는 두 달도 못가 지상파방송 3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당시 SK텔레콤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닌데도 스노보드·스키·스켈레톤 등 동계올림픽 종목을 광고에 활용해 올림픽을 떠오르게 한 것이 광고 영상 방영 중단의 주이유다.

매복 마케팅은 비단 올림픽 자산 침해뿐만 아니라 공식 후원사의 영업상 이익 침해까지 이어진다. 당시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대한항공, 롯데,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KT, LG 등은 각각 5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후원했다.

당시 후원을 담당했던 특허청 관계자는 “해당 광고로 인해 SK텔레콤이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 또는 조직위와 조직상·재정상·계약상 어떤 관계가 있다고 오인하게 했다”며 “거액의 후원금을 지급한 다른 공식 후원사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결국 SK텔레콤은 특허청 시정 권고를 즉각 받아들여 광고 영상 방영을 중단했다. 이런 아픈 경험 때문인지 SK텔레콤은 이번 ‘2024 파리 올림픽’ 공식 스폰서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체육회가 명시한 올림픽 자산에 해당하는 로고 / 사진=대한체육회 홈페이지
또 다른 이유는 광고 등에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대한체육회가 명시한 올림픽 자산이다. ‘올림픽 상징인 오륜(五輪)’은 당연히 포함한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파리 하계올림픽조직위원회·대한체육회가 만든 영상, 음악, 디자인 등 모든 저작물 역시 올림픽 자산이다. 아울러 국문·영문·불문 등 모든 언어로 적은 ‘올림픽’ ‘올림픽 대회’ ‘올림피아드’ ‘파리 2024’ ‘PARIS 2024’ 등 표현 또한 자산에 해당한다.

여기에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단 단체복을 포함해 파리하계올림픽 표상, 상징물, 그림문자 및 그림, 메달, 대한체육회 표상, 국가대표 선수단 명칭 및 표상 등과 ‘시티우스, 알티우스, 포티우스 – 커뮤니터(Citius, Altius, Fortius – Communiter)’, ‘패스터 하이어, 스트롱거-투게더(Faster, Higher, Stronger-Together)’, ‘더 빠르게, 더 높이, 더 강하게-함께’ 등 올림픽 정신을 나타내는 문장도 허가 없이 사용할 수 없다.

이 밖에 위 내용을 암시하거나 올림픽과 연관성을 줄 수 있는 모든 상징, 이미지, 디자인, 작품, 언어, 표현 등 역시 광고에 사용할 수 없다.

파리하계올림픽 공식 후원사 / 사진=대한체육회 홈페이지
그렇다고 올림픽을 활용한 광고를 아예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 대회에 참가한 선수 등 관계자 등은 올림픽 대회 기간 중 IOC 집행위원회가 결정한 원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광고 행위에 참여할 수 있다.

비후원사가 올림픽 기간 중 참가자를 활용한 일반 광고를 진행하고자 한다면 오는 4월 10일까지 대한체육회로 광고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파리하계올림픽 자산의 상업적 이용 허가는 공식 후원사라도 피해 갈 수 없다. 다만 공식 후원사는 신청 기간에 별도 제약을 두지 않는다.

까다로운 제약을 받지 않고 올림픽을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다면 공식 후원사로 등록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파리 하계올림픽 전 세계 올림픽 협력사 14개 기업을 비롯해 국내에는 총 29개 파리하계올림픽 후원사가 있다.

대한체육회는 입찰 등 후원 계약 절차를 거쳐 올림픽 공식 후원사는 언제든 늘어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 분야별로 한 곳의 후원사만을 선정하고 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레저 분야 협력을 담당하는 유일한 공식 후원사는 한진관광이기에 앞서 하나투어의 올림픽 광고 더 논란이 크게 불거진 셈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올림픽 기간이 다가오며 직접적인 상표권 침해나 고도화한 매복 마케팅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치킨집에서 올림픽을 광고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같은 사소한 사례도 꼼꼼히 찾아내 단속하고 있다”고 올림픽 자산 사용에 주의를 당부했다. 또 “신성한 올림픽 정신을 알리는 올림픽 자산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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