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애 낳으면 바보라고 이야기해도 20년째 허송세월” [나의 삶 나의 길]
저출산 문제, 지극히 당연한 진화 현상
힘들 거 알면서 애 낳은 분들은 애국자
역대 정부 ‘헛발질’에 출산율 계속 하락
적은 국민으로 삶의 질 높이기 고민을
어려서 시인 꿈꿨지만 이과 진학 방황
대학 때 美 곤충학자 만난 후 진로 정해
‘제돌이’ 바다로 보낸 것이 가장 잘한 일
사람 빼고 동물을 변호한 유일한 사례
인류는 ‘공생하는 인간’으로 거듭나야
다윈이 있다면 한국에 소통 주문할 것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금 애를 낳는 사람은 바봅니다. 머리가 정말 얼마나 나쁘면, 아이큐(IQ)가 두 자리가 안 되니까 애를 낳는 거겠죠.”
반향은 컸다. 2020년 9월 해당 채널을 개설한 지 1년이 넘도록 1만 6000명에 머물던 구독자 수가 순식간에 10만명을 돌파하더니 다른 동영상들까지 인기를 끌었다. 현재 구독자는 69만 5000명에 달하고, ‘애 낳으면 바보’ 동영상(362만회)을 비롯한 249개 동영상의 누적 조회 수가 8000만회에 육박한다.
“합계 출산율이 이 수준이면 만회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예요. 이를 인정하고 이제는 덴마크와 스웨덴처럼 적은 수의 국민으로 삶의 질이 높은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물론 노동·교육제도 등 사회 구조 전체를 혁신하고 비혼 가정 자녀 인정과 지원 등 출산율을 높이려는 노력은 계속 해야되겠지요.” 다음은 일문일답.
─어려서부터 시골 생활이 좋았고 ‘시인’을 꿈꿨다고 하던데.
“강릉이 고향이다. 아버지는 강직하고 청렴한 군인이라 집이 가난했다.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서울의 큰외삼촌 집으로 가 얹혀 지냈다. 서울에서 초·중·고교를 다녔지만 항상 ‘학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잠시 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며 고3 시절만 빼고 방학 때마다 강릉(친가)과 주문진(외가)에서 살았다. 쇠똥구리 잡고, 소 꼴 먹이고, 개울물에서 첨벙거리며 실컷 놀았다. 한국단편소설 전집 등 문학작품을 즐겨 읽었고, 중 2때 교내 백일장에서 시로 대상을 받자 시인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문과와 이과를 나눠서 가르치는 이상한 교육제도 탓에 꿈이 어그러졌다.”
─이상한 교육제도의 희생양이었다는 건가.
“국어와 영어를 좋아하고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이 많아 국문과나 영문과, 사회학과를 갔어야 할 학생이 엉뚱한 데로 갔으니 당연했다. 신입생 환영회 때 ‘저에게 관심을 꺼달라’고 했다가 선배한테 흠씬 얻어 맞기도 했다.(웃음) 3학년 때까지 공부 안 하고 사진·독서 동아리 등에서 활동하며 놀기만 했다. 박정희 군사정권이 (1975년) 대학 학생회를 없애버리고 만든 학도호국단에서 억지로 문예부장까지 떠맡았다. 박태준씨에게 발탁돼 전역 후 포항제철로 간 아버지가 ‘데모만은 절대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는데 그게 되나. 데모하다 잡힐 뻔한 순간 관악산으로 도망쳐 위기를 넘겼다.”
─건달과 어울리고, 데모하다 관악산도 넘었다니 의외다. 달라진 계기는.
“3학년 2학기가 끝나자 막막했다. 곧 졸업인데 내 인생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건지. 그래도 공부는 한번 해봐야 할 것 같아서 발생생물학 연구실에 배정받아 친구들도 안 만나고 칩거했다. 그러던 어느날 하루살이 연구의 세계적 대가라는 미국 유타 대학의 조지 교수가 곤충 채집하러 한국에 왔다. 조수로 추천 받아 일주일 따라다녔다. 그분이 운전하고 가다 개울물만 보이면 차를 세우고 그냥 들어가는데 눈이 번쩍 뜨였다. 조지 교수에게 ‘개울물 첨벙거리면서도 먹고 살 수 있느냐’고 물으니 가능하단다. 심지어 하루살이를 잡으러 전 세계를 돌아다닌다고. 그토록 바라던 삶이어서 ‘유학 오라’는 그분의 말에 ‘내가 살 길은 이것(전문 과학자가 되는 것)밖에 없구나’ 결심했다.”
“당초 한국에선 내 전공 분야를 필요로 하는 데가 없어 미국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영어를 잘 해야만 살아남을 것 같았다. 하버드대 기숙사 사감만 7년을 맡고 파티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해 미국 애들과 어울리면서 성대모사 수준으로 영어를 연습했다. 1994년 미시간대 조교수로 있는데 서울대가 식물학과를 생물학과로 바꾸면서 교수직을 제안했다. 그런 공부를 한 사람은 한국인 중 내가 유일했으니까. 15년 전 유학 환송회 당시 ‘곤충을 연구하려면 관악산에 가지 뭐하러 미국까지 가냐. 돌아와서 교수도 못할 텐데’라고 주변에서 비웃었다. 화가 나서 ‘두고 봐라, 너희는 나중에 (교수 자리 놓고) 피 튀기는 경쟁을 하겠지만 나는 무혈입성한다’고 받아쳤는데 정말 그리 된 거다.(웃음)”
“(내 삶을) 돌이켜 보니까 이런저런 일을 제법 했던데 ‘제돌이’를 빼고는 다 사람을 위해서 한 일이더라.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우리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과 감정을 갖고 있는 그 동물을 변호한 게 태어나서 해온 일 중 제일 멋진 것 같았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정부와 의사 간 충돌은 어떻게 보나.
“지금 의대 가는 학생들은 슈바이처 사고 방식으로 가는 게 아니라 안정적으로 오래 하면서 돈도 많이 버는 가장 좋은 직업이란 것만 보고 가는 것 같다. 그래서 의사 숫자가 늘어나면 상황이 안 좋아질 거라 미리 계산하고 반대하는 건데 옳지 않다고 본다. 정부가 정교하고 세련되지 못하게 ‘무조건 2000명 증원할 테니 굴복하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문제다. 하여간 우리 사회가 마주앉아 얘기하는 걸 너무 못한다. 마주 앉아서 풀어야 되는 문제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반발하고 이게 어른들이 할 짓인가. 양쪽 대표들이 빨리 만나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국민들이 보는 만큼 의사들은 너무 이기적인 주장을 못할 거고 정부도 일방적으로 밀어부쳐선 안 된다. 다만, 의사들은 본분을 다해야 한다. 최근 지인이 암 판정을 받아 큰 병원에 알아보니 새 환자 받을 형편이 안 된다며 거절당했다. 의료대란이 끝나야 치료가 가능할 것 같다는 말에 지인 분이 ‘아휴 그럼 난 죽으란 얘기네’ 해서 마음이 아팠다.”
─청년들의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은 것으로 안다. 힘든 청년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
“(공멸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생태적 전환이 필요하다. ‘호모 사피엔스(현명한 인간)’를 넘어 ‘호모 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로 거듭나야 한다. 인간은 물론 다른 생물종과도 공생해야 한다. 공생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명은 없었다. 다른 생명체들과 이 지구를 공유하겠다는 겸허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많은 사람이 ‘에코(생태) 백신’이라도 맞은 것처럼 자연을 보호하고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년에 유튜브까지 하고 열정이 대단하다.
“다윈은 굉장한 소통가였다. 건강 문제로 시골에 살면서 통신 수단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매일 같이 여러 통의 편지를 쓰며 다른 과학자 등 여러 사람들과 소통을 잘 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왔다면 너무 불통에다 갈등만 분출하는 사회라 안타까워하고, 제발 소통 좀 잘 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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