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랑’이 차린 착한 밥상, 든든하네
‘해뜨는 식당’·‘천원국시’
값싼 한 끼 베푸는 식당
후원·봉사로 운영 지속
동구 공무원도 매달 기부
광주 동구 대인시장 내 ‘해뜨는 식당’ 입구 간판에는 ‘단돈 1000원으로 행복을 누리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식당은 15년째 소외계층을 위해 1000원에 따뜻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평일 기준 하루 평균 130여명, 무료 급식소가 쉬는 토요일에는 200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지난 15일 식당 문이 열리자마자 4개 테이블 16개 좌석이 순식간에 손님들로 가득 찼다. 이날 밥상엔 쌀밥과 시래기 된장국, 어묵볶음, 무채무침, 간장깻잎 등이 올랐고, 누구 하나 음식을 남기거나 불평하지 않았다.
손님 박창국씨(75)는 “남는 거 하나도 없을 텐데 매일 뜨끈한 밥과 국을 싼값에 내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식당은 고 김선자씨가 2010년부터 운영한 곳이다. 일찍이 남편을 잃은 김씨는 평소 ‘내가 먹는 밥에 숟가락 몇개를 더 얹는다’는 생각으로 식당을 개업했다고 한다. 식사비를 받지 않는 것도 고민했지만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하게 식사를 하라’는 차원에서 가격을 1000원으로 정했다고 한다.
2015년 3월 김선자씨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딸 김윤경씨(52)가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가게를 계속 이어가달라”는 모친의 뜻을 받들기 위해 윤경씨는 중국에서 다니던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귀국했다.
윤경씨는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동시에 식자재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문을 닫을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지역사회의 관심과 후원이 이어지며 영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주변 상인들이다. 인근 홍어가게 사장은 매일 오전 9시쯤 이 식당으로 출근해 식자재를 손질하는 등 일손을 돕고 있으며, 참기름집과 쌀가게 등 일부 상인들은 식자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운영비에 보태달라”며 돈을 더 내어주고 가는 손님과 기업 등의 후원도 꾸준하다. 최근에는 동구 공무원 507명이 매달 급여에서 1000원씩을 기부하고 있다. 가게 한쪽 벽에는 ‘도움을 주신 분들’ 명단이 빼곡히 적혀 있다. 윤경씨는 “혼자라면 절대 못했을 일”이라며 “많은 분의 관심과 따뜻함을 받들어 더 알찬 식단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산구 송정1동 ‘가순이네’ 식당도 돌봄이 필요한 이웃을 대상으로 1000원 백반을 내고 있다. 사장 박가순씨(55)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정기적인 식사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송정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의 제안에 지난 1월26일부터 매주 금요일 ‘1000원 식당’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대상은 송정1동에 거주하는 1인 가구 등 소외 이웃 30명이다. 1000원에 밥과 국, 밑반찬, 생선·육류로 만든 요리 등을 제공한다. 식재료는 모두 주변 상인들의 후원으로 조달하고 있다. 1000원 식사로 모인 금액 전액은 연말 이웃을 돕는 성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박씨는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만큼 베푸는 것뿐”이라며 “조만간 규모를 더 확대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광주 서구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천원국시’ 가게 4곳도 시민들의 관심과 나눔으로 꾸려지고 있다. 식당은 65세 이상 노인과 40세 이상 1인 가구에는 국수 한 그릇당 1000원, 일반인에게는 3000원을 받는다.
서구는 지난해 3월 지역에서 직접 심어 수확한 우리밀 소비를 촉진하고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는 취지로 양동시장에 1호점을 열었다. 주변의 관심과 후원으로 1년 만에 현재 4호점을 개점한 상태다. 지난해 모인 후원금만 4700만원에 달한다. 각 가게에 방문한 취약계층을 위해 설치한 ‘나눔 냉장고’도 후원 음식들로 가득 차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나눔과 행복은 더할수록 커진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시민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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