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금리 인상: 日 디플레 탈출의 경로와 숙제 [마켓톡톡]

한정연 기자 2024. 3. 1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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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다 총재 “단기금리로 물가 대처”
17년 만에 기준금리 0.1~0.2%로
YCC·ETF 매입정책 곧바로 폐지
기시다 총리 임금 주도 성장 주효
아베 초완화 정책 공과 존재해
기업지배구조 개편 실천 여부 주목

일본은행이 19일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시대를 끝냈다. 일본이 사실상 디플레이션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임금 상승에 초점을 맞춘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소득 주도 성장정책'이 주효했다. 하지만 초완화 시대의 유산으로 남은 500조원대 상장지수펀드(ETF)의 처리가 남아있다. 일본의 디플레 탈출 경로와 남은 과제들을 살펴봤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해 4월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은행이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기준금리를 0~0.1%로 인상했다. 17년 만의 금리 인상이다. 2016년 도입해 10년물 국채의 수익률 상하한을 유지했던 수익률곡선관리(Yield Curve Control·YCC) 정책은 폐기한다. 다만,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YCC 폐지 이전에 매입하던 수준의 장기국채 매입은 당분간 지속한다. 중앙은행의 상장지수펀드(ETF) 직접 매입 정책도 중단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제 물가 변화에 맞춰 움직이는 주요 정책 수단은 단기금리가 된다"고 말했다. 또 "YCC, ETF 매입 정책은 역할을 완수했다"며 "과거에 산 국채와 ETF가 완화정책의 유산으로 남아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부장관은 "일본의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은 이번 (일본은행의) 결정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일본 최대 은행 미쓰비시UFJ는 일본은행의 발표 직후 보통예금 금리를 현행 0.001%에서 0.02%로,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현행 0.2%에서 0.3%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 日 디플레 탈출의 경로=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한 경로를 되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른바 세개의 화살을 쏘아올렸다. 첫번째 화살은 극단적인 수준의 통화완화정책이었다. 2013년 4월부터 일본은행은 주식시장에서 ETF를 연간 1조~12조엔씩 직접 매입했다. YCC 정책을 쉽게 말하면 중앙은행이 장기채권 가격이 기준 범위에 들어올 때까지 무한정 시장에서 사들이는 방식으로 돈을 푸는 행위다.

두번째 화살은 증세를 통한 확장재정정책이었다. 일본의 공공부문 부채는 1992년 국내총생산(GDP)의 62%에서 아베 취임 직후 201%까지 급증했다. 아베 정권은 간접세인 소비세(부가가치세)를 기존 5%에서 8%로, 또 10%로 두차례 인상했다. 이에 따라 재정적자 수준을 GDP의 6~8%에서 2019년 2.8%로 낮췄다.

[자료 | 모닝스타, 도쿄 외환거래소]

세번째 화살은 기업지배구조 재편 등 구조개혁이었다. 이는 최근 일본 증시 상승의 비책으로 작용한 연기금 등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도쿄증권거래소의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단계적 퇴출 등을 포함한다. 다만 본질은 일본 경제의 체질을 고령화‧저성장 등에 맞춰 바꾸려는 것이었다.

아베노믹스가 쏜 세개의 화살을 성공이라고 평할 순 없다. 좋게 봐도 실패가 아닌 정도다. 소비세 증세로 재정을 강화한 게 가장 성공적인 경제 정책이지만, 제대로 된 디플레 정책은 아니다.

소비세 증세가 상품가격을 밀어올려 2014~205년 일시적으로 물가가 3%대에 근접했지만, 다시 디플레이션 수준으로 내려왔다. 마이너스 금리와 양적완화는 일본의 실질 성장률을 높이지 못했고, 엔화 가치에도 별다른 영향을 못 줬다.

일본 디플레 탈출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공이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취임한 후 '새로운 자본주의'라는 이름의 미들아웃(중산층 주도 성장) 정책을 펼쳤다. 임금 인상과 이로 인한 소비 증가가 핵심이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노동조합의 춘투(임금인상 투쟁)를 응원하고, 최저임금을 2021년 3.1%, 2022년 3.3%, 2023년 4.3% 인상했다.

■ 디플레 탈출 후 과제=물론 디플레 탈출 이후에 일본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일본은행이 수십개 상장기업의 대주주인 문제가 대표적이다.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NLI)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는 2023년 3월 기준으로 53조1000억엔어치이고, 지금은 더 늘어났다. NLI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최대주주로서 지배하고 있는 일본 상장회사는 지난해 3월 기준으로 50개다. 일본은행의 간접지분율이 10%를 넘는 회사는 72개다.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일본은행 전경. [사진=뉴시스]

'대주주' 일본은행의 문제는 현재 일본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기대하는 심리와 연결돼 있다. 일본은행이 500조원대 ETF 보유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이를 연기금과 같은 제3의 운용기관에 맡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연기금과 자산운용회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지켜 피투자 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올리는 데 있다. 그래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가 제3의 운용기관으로 옮겨진다고 해도 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준수한다면 안심할 수 있다. 반대로 대주주인 정부의 입김이 운용사를 통해서 상장회사의 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례가 발생하면 후폭풍이 거셀 수 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ayhan0903@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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