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기후재난] 기후변화가 내민 청구서 '금사과'‥"2070년엔 사과 실종"

차현진 2024. 3. 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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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우리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기후재난.

이번에는 급등하고 있는 과일 가격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사과가 한 개에 만원까지도 가는 '금사과'가 됐고, 다른 과일이나 채소들 역시 가격이 계속해서 치솟고 있는데요.

과일 가격이 급등한 가장 큰 이유로 기후 변화가 꼽히고 있습니다.

차현진 기자가 과수 농가를 다니면서 그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충북 충주의 한 마을.

산기슭을 따라 텅 빈 밭들이 넓게 펼쳐져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모두 사과 과수원들이었습니다.

20여 년 사과를 키워온 박기환 씨 과수원도 지금은 잡초만 무성하고, 땅엔 굵은 바퀴자국만 나 있습니다.

[박기환/농민] "한편에 이렇게 해서는 홍로를 심고 품종도 옛날에 첫 번에는 양광. 또 다른 품종이 많이 있었어요…"

도대체 이곳엔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지난해 4월 박 씨의 사과나무밭을 재현해봤습니다.

여느 봄처럼 활짝 피어난 사과꽃.

그런데 자세히 보니 꽃이 쪼그라들어 있습니다.

작년 3월 전국의 평균기온은 9.4도, 예년보다 3도 이상 높았는데요.

꽃도 열흘 가량 일찍 피어났습니다.

날짜가 빠르다 보니 다시 영하권 꽃샘추위가 찾아오고 서리도 내리면서 피어난 꽃들이 얼어버렸습니다.

이후 나비와 벌들이 찾아와도 이미 얼어버린 꽃은 더는 수정할 수 없게 됐습니다.

겨우 수정이 돼 맺힌 열매들도 여름을 견디기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장마철 내린 비의 양은 전국 평균 648.7mm.

기상 관측이래 3번째로 많은 비에 강우 세기마저 역대 가장 강할 정도였는데요.

과수원 땅이 갈라지고 흙이 쓸려 내려갔으며, 6월엔 이례적으로 우박이 쏟아져 열매와 나무에 큰 상처를 내기도 했습니다.

비가 휩쓸고 간 자리엔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사과 곳곳에 종양이 피어났고, 나무들마저 서서히 말라갔습니다.

'과수화상병'.

마땅한 치료제도 없어 박 씨는 물론 인근 과수 농가 대부분이 나무를 전부 베어내야 했습니다.

[박기환/농민] "나무들 쭉 이렇게 있었는데 속상해서 막걸리 한잔 먹고 오면 벌써 다 거의 다 묻었어…마음이 뭐 이루 말을 못하지 뭐…"

이른 새벽, 서울 가락시장 과일 경매장.

낙찰가를 입력하는 중도매상들의 손놀림이 분주합니다.

이상기후는 전국의 농촌을 강타했고, 작년 사과 생산량은 30%가 줄었습니다.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습니다.

이날 거래된 사과 도매값은 10kg당 95,300원.

1년 전보다 2배 넘게 오른 가격입니다.

[심종녀/과일 중도매상] "제가 가락시장에서 일한 지 한 30년 정도 됐는데요. 내가 장사한 이래 올해 최고로 비싸요. 이런 시세는 전혀 없었어요."

사과만 문제가 아닙니다.

눈·비가 평년의 세 배였다는 지난 겨울은 날씨가 궂어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시설작물 피해가 컸습니다.

지난달 신선식품 물가상승률은 과일 41.2%, 채소 12.3%에 달했습니다.

[김은순] "사과하고 모든 과일이 배도 그렇고 너무 비싸서 서민들이 너무 힘들어해요. 지금 그래서 사 먹기가 주저해요."

올 들어 곳곳에서 봄꽃 축제 일정이 앞당겨지고 있다는 소식도 우려스럽습니다.

과일꽃도 역시 빨리 피게 돼 올 사과꽃은 평년보다 최대 11일, 배꽃은 최대 9일, 복숭아꽃도 최대 12일 일찍 개화할 예정입니다.

작년과 같은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농촌진흥청은 지금과 같은 기후 변화가 이어질 경우 영호남 일부를 제외하곤 재배되던 사과가 2050년엔 강원도 백두대간에서만 키울 수 있고, 2070년도가 되면 거의 자취를 감출 거라는 예측을 내놨습니다.

[권혁정/전국사과생산자협회 정책실장] "10년 만에 한 번 올 수 있는 기후의 변화 이런 것이 아니라 이게 2~3년마다 아니면 거의 매년 기후 변화가 지금 더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과일 대란'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MBC뉴스 차현진입니다.

영상취재: 한지은, 남현택, 정지호 / 영상편집: 허유빈 / XR 그래픽: 신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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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한지은, 남현택, 정지호 / 영상편집: 허유빈

차현진 기자(cha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81490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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