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닮은 듯 다른 영국 수련의 파업
2023년 3월부터 시작된 영국 수련의들의 대정부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수련의는 의사면허 획득 후 10년 이내의 젊은 의사들로 우리나라의 전공의들과 비슷한 위치에 놓인 이들이다. 지난해 9월과 10월에는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문의와 수련의가 함께하는 연대 파업을 펼치기도 했으며, 올해 1월에 있었던 6일간의 파업은 국가보건서비스(NHS) 75년 역사상 최장 기간 파업이었다. 영국 수련의들의 파업 여파는 컸다. 영국의사협회(BMA)에 따르면 파업으로 인해 취소 혹은 조정된 진료만 121만건에 달한다. 현재 영국 수련의들의 가장 큰 요구는 임금 인상이다. 이들은 2008년 이후 16년간 물가상승률 대비 임금인상률이 턱없이 낮아 실질임금은 30%가량 줄어들게 됐다며 이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수련의들은 35.3% 수준의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는 11.8% 인상안을 내놓았고, 수련의들은 지난 2월24일 다시 5일간의 파업에 나섰다.
이들이 파업에 나서는 이유가 임금 문제뿐만은 아니다. 지난 코로나19로 인한 업무 가중, 인구증가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서비스의 수요 증가, NHS를 떠나는 의사와 간호 동료의 증가는 수련의들에게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유발했다. 특히 수련의들은 환자치료와 교육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NHS에 대한 압박이 커질수록 강한 업무 부담에 시달리게 된다. 2022년 영국의사협회의 통계는 60% 이상의 수련의가 번아웃 위험에 처했음을 보여준다. 수련의들의 NHS 이탈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매년 약 4800명의 NHS 의사가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이주하고 있고, 이 중 70%가 40세 미만이다. 2011년엔 수련의의 71%가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때까지 수련을 계속했으나, 2019년 이 수치는 37%까지 떨어졌다.
이번 파업이 끼치는 영향이 상당함에도, 비난 여론은 크지 않다. NHS가 위험에 처한 만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의사들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사협회의 상세하고 배려 있는 파업 지침과 입장문을 보면 수련의들을 향한 국민들의 지지도 이해된다. 협회는 홈페이지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합법적 피켓시위 방법, 파업에 따른 의사와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이 파업이 환자를 향한 게 아니라 정부를 향한 투쟁이라는 점과 시위 중에 환자와 장애인의 통행 등에 불편을 끼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다. 파업 시기도 미리 고지되었고, 환자들이 겪는 불가피한 불편함과 의사들의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업 후 행동요령까지 상세히 마련해두었다. 아직 수련의, 정부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지만 양측 모두 지속적으로 대화해왔고, 조속한 해결을 원하고 있기에 협상의 진전이 기대된다.
한편 우리나라의 의사 파업은 어떠한가. 정부는 의료인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했으며, 이에 반발한 상당수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환자들을 떠났다. 양측의 설득과 이해, 협의 과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애꿎은 환자만 내버려둔 채 힘과 힘으로 대치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 개혁안 구상 시 의사들의 의견을 수용할 수는 없었는지, 의사들은 쟁의 행위에 앞서 환자들을 고려한 행동 지침과 대안 마련을 준비할 수는 없었는지 양측에 모두 아쉬움이 남는 요즘이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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