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비 없는 영상·음악·대사… 몰입감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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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계 거장 반열을 예약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낭비 없는 영상과 음악, 대사가 일품이다.
하마구치 감독은 전작인 '드라이브 마이 카' 음악감독인 이시바시 에이코의 공연에 사용할 영상으로 이 작품을 기획했다.
그는 작업 중 "뮤직비디오 형태로는 찍을 수 없다. 영화로 연출하지 않으면 이시바시의 음악에 맞서기 어렵다"며 각본을 썼고 그렇게 독립된 영화 한 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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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주민, 글램핑장 조성 갈등 그려
‘惡’ 존재 여부에 대한 답 관객 몫 남겨
수염이 덥수룩한 다쿠미는 이 마을에서 어린 딸 ‘하나’를 혼자 키우며 산다. 말수가 적은 그는 늘 물을 긷거나 장작을 패고 있다.
사건은 도쿄의 한 연예기획사가 마을 숲에 글램핑장을 짓기로 하면서 시작된다. 주민들은 불안해한다. 삐딱한 젊은 주민은 ‘정부의 코로나 보조금을 받으려는 요식행위’일 것이라고 꿰뚫어 본다.
기획사 직원 두 명은 회의 결과를 전하러 다시 마을로 향한다. 이들이 차 안에서 하는 잡담에는 상당수 직장인이 공감할 법하다. 그렇게 주민과 기획사 직원 모두에게 정이 들 때쯤 갑작스러운 결말이 찾아온다. 이 영화는 인간·기계·폭력과 자연·평화·연약함 사이 대비를 여러 갈래로 보여 주며 조용한 긴장을 자아낸다. 악이 존재하는가에 대한 답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 둔다.
이 작품은 지난해 제80회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이로써 하마구치 감독은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서 모두 상을 받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앞서 2021년 ‘우연과 상상’이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드라이브 마이 카’가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 후보에 올랐고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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