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 “국가유공자 예우 강화… 보훈 가치 드높여 국민 통합 이룰 것” [세계초대석]
북한군, 해전 전날 NLL 침범 기동연습
첩보 전달 안돼 선제공격금지 명령 답답
나라 위한 희생 기억을…
전사자 묘비에 ‘전사’ 아닌 ‘사망’ 기록
우발적 교전 왜곡… 안보엔 여야 없어야
보훈부 차관 취임 석달째
‘30년 이상 복무’ 경찰도 국립묘지 안장
서울현충원 추모·힐링공간으로 재탄생
“제2연평해전 당시는 한·일 월드컵으로 잔치 분위기였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때가 기회였죠. 그런 식으로 허를 찔러 한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게 북한의 수법입니다.”
─지난해 12월11일 보훈부 차관에 취임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어떻게 지냈나.
“보훈부 차관으로서 더 나은 보훈정책을 만들고자 현장을 발로 뛰고 고민하며 지내고 있다.
지난해 12월28일 중앙보훈병원을 방문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남방한계선 순찰 중 지뢰 사고로 오른쪽 다리가 절단되어 저와 같은 아픔을 겪는 장원종 유공자님께 국내기술로 개발한 로봇의족을 전달했다.
“해전 하루 전 북한군은 NLL을 침범하며 기동 연습까지 했다. 도발 징후가 뚜렷했지만, 첩보는 제때 전달되지 않았다. 북한 경비정의 포가 열렸는데도 (상부에선) 선제공격은 안 된다는 지시뿐이었다. 안타깝고 답답했다. 해전이 벌어진 날 북한 경비정이 NLL을 넘어 내려오는데, 그렇게 빨리 항해하는 것을 전에는 본 적이 없었다. 우리도 달려가니 금세 거리가 가까워졌다. 함정이 선회하자 바로 쏘더라. 조타실과 기관실이 큰 피해를 봤고, 정장 윤영하 소령(당시 대위)이 전사하는 등 승조원들이 잇따라 피격됐다. 포격으로 쓰러졌다가 눈을 떠보니 오른쪽 다리가 바닥에 뒹굴고 있었고, 왼쪽 다리뼈는 총알이 뚫고 지나갔다.
아플 겨를도 없었다. 배의 지휘관이 전사했기에 제가 명령을 내려야 했고,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약 30분간 치열하게 싸워 적들에게 큰 피해(사살 13명, 부상 25명)를 주고 북한 경비정을 퇴각시켰다. 이후 제가 정신을 차린 것은 국군수도병원에서 약 7시간의 대수술을 마친 후였다.”
겨우 의식을 회복한 이 차관은 동료 여러 명이 전사했다는 소식에 눈물을 흘렸다. 그런 그를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북한 도발에 대한 무관심과 왜곡이었다.
─제2연평해전 직후에도 북한 도발에 대한 무관심이 적지 않았다.
“제2연평해전 발발 이틀 만인 2002년 7월1일 서해교전 전사자 합동 영결식이 해군장(해군참모총장 주관)으로 거행됐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오지 않았다. 전사자 묘비에는 ‘전사’가 아닌 ‘연평도 근해에서 사망’이라고 새겨졌고, 추모식도 5주기까지만 개최하는 것으로 한정됐다. 군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해서 많이 참았다.
“서해수호의 날, 현충일, 제2연평해전 기념일에 만난다. 집안 대소사가 있을 때도 만난다. 전우애가 더욱 짙어지는 느낌이다. 사실 만나면 하는 얘기들이 다 그때(제2연평해전) 얘기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 울고 그런다.
모일 때는 가족들도 다 온다. 2차를 가면 가족들이 따라온다. 그런 가족들에게 참 고맙다. 마음을 함께 나눈다는 것 아닌가. 만나면 늘 가족들에겐 정중하게 인사한다. 고마워서.”
이 같은 일들은 장병들의 희생이 잊히지 않고 국민에게 존중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보훈부 차관으로서 보훈 정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보훈부 차관으로서 정책 비전을 말해 달라.
“보훈부는 임무가 간단하고 분명하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을 챙기는 것이다. 그분들을 잘 예우하고 기념해서 보훈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국민을 단합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보훈 문화를 확산해야 한다. 문화가 형성되면 국민 통합도 가능하다.
─재해 재난 구호나 근무 도중 순직한 군경과 공무원의 예우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군인·경찰·소방관과 위험직무 수행 공무원에 대한 예우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보훈부는 전사·순직Ⅰ형 군인과 위험직무 순직 경찰·소방관에 대해서는 2022년부터 수개월이 걸리는 보훈심사를 거치지 않고 패스트트랙(보훈심사 신속 처리제)을 통해 국가유공자로 신속하게 결정하고 있다. 현재는 인사혁신처와 협업해 위험직무로 순직한 공무원도 별도의 보훈심사 없이 국가유공자로 결정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연내 개정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30년 이상 복무하고 명예퇴직하는 경찰과 소방관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도록 지난달 27일 국립묘지법을 개정했고, 시행령 제정 등 1년간의 준비를 거쳐 내년 2월28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국가를 위한 임무를 수행하는 중 목숨을 잃은 순직의무군경의 희생을 추모하는 순직의무군경의 날을 제정하여 오는 4월26일 제1회 기념식을 거행할 것이다.”
─제대군인이 사회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소할 보훈부 차원의 정책은.
“제대군인의 안정적 구직활동을 돕고자 지급하는 전직지원금을 10% 인상해 올해부터 장기복무 제대군인은 월 70만원에서 77만원으로, 중기복무 제대군인은 월 50만원에서 55만원으로 인상해 지급한다. 2027년까지 중·장기복무 제대군인의 전직지원금을 고용노동부 구직급여의 50% 수준인 99만원으로 올리고, 현재 최장 6개월인 지급기간 또한 고용노동부 수준에 상응하도록 중기복무자는 7개월, 장기복무자는 8개월로 조정할 방침이다.
올해부터는 의무복무 제대군인도 국가보훈의 지원 대상에 포함해 진로·직업상담, 취업알선 및 사이버교육 등을 지원한다. 청년 제대군인의 자기 계발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카드 출시와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의무복무기간을 근무경력에 포함하도록 의무화하는 법률안 개정도 진행 중이다.”
─7월부터 국립서울현충원이 국방부에서 보훈부로 이관된다. 이관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지난해 12월28일 국립묘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서울현충원의 보훈부 이관이 확정됐다. 이관 준비 태스크포스(TF)의 준비를 거쳐 7월24일 공식 이관될 예정이다. 차질없이 준비하고, 전국 12개 국립묘지의 관리체계를 일원화해 국가유공자와 유족에게 최고의 안장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서울현충원을 세계 최고의 추모공간이자 국민이 즐겨 찾는 문화·힐링공간으로 조성하고, 주변 인프라를 개선해 접근성을 개선하는 ‘서울현충원 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그 첫걸음으로 국내외 선진사례를 반영한 기본구상안을 마련하고, 대형 디지털 전광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대담=이우승 외교안보부장, 정리=박수찬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