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Q경제] 日 8년 만에 해제한 마이너스 금리는 무엇?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8~19일 한국의 금융통화위원회 격인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해제했다. 이로써 일본은 2016년 2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8년 만에 벗어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동안 일본 통화정책의 키워드였던 마이너스 금리 관행이 재조명받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란 무엇이고 왜 탄생했을까. 궁금증을 5문답으로 풀었다.
◇마이너스 금리는 무엇인가
마이너스 금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가던 일부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채택했다. 금리 인하로 거래량을 늘려 경제 활동을 활성화하는 이른바 ‘양적 완화’의 약발이 먹혀들지 않자 2012년 7월 덴마크 중앙은행을 시작으로 2014년 6월 유럽중앙은행(ECB), 같은 해 12월 스위스 국립은행(SNB)이 도입했다.
은행에 예금을 맡기면 이자를 받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 이자를 내야 하는데, 마이너스 금리는 이를 뒤집은 것이다. 원칙적으로 예금자가 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되려 이자를 물어야 한다. 돈을 맡긴 사람이 맡은 쪽에게 금리를 지불해야 한다. 다만 한국의 기준금리 같은 각국의 정책금리가 마이너스가 됐다고 해서 은행 예금자에게 실제 적용되는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는다. 일본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가 유지되는 기간 0.01~0.2% 안팎의 금리가 적용됐다. 은행을 오가는 수고와 각종 수수료 등을 생각하면 돈을 맡겨도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일본은행 등 각국의 중앙은행은 극단적인 저금리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통해 돈이 시중에 풀려 경기가 살아나길 기대한 것이다.
◇일본은 왜 채택했나
일본은행은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시절인 2016년 2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당시 일본은행은 ‘향후 2년간 물가 2% 상승’이란 목표를 내걸고 금융 완화 정책을 지속했지만 소비자 물가는 목표치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 침체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 마이너스 금리를 단행한 것이다.
일본은행은 정책금리를 ‘-0.1%’로 정했다. 시중 은행들이 여윳돈을 ‘은행의 은행’인 중앙은행에 맡기는 대신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하는 데 쓰라는 취지였다. 정책금리는 엄밀히 말하면 중앙은행과 시중 은행 간 거래에 적용되는 금리다. 또 시중 은행들이 개인 고객들이나 기업 고객들의 예금 금리나 대출 금리를 정하는 기준점도 된다.
◇반발은 없었나
시중 은행 입장에서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시중 은행들은 일본은행이 2013년 시작한 금융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이 때문에 시중 은행들이 일본은행에 맡긴 예금도 잔뜩 쌓였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하면서 시중 은행들의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일본은행은 시중 은행들이 맡긴 돈의 일부에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했다. 스위스 국립은행이 쓴 이른바 ‘계층 구조’ 방식을 빌려썼다. 현재 시중 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긴 예금의 5%만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된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장단기 금리조작 정책도 폐지했다는데
일본은행은 이번 금리 인상 단행에서 ‘장단기 금리조작(YCC)’ 정책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9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장기적으로 금리 수준을 안정시키기 위해 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국채 시장 금리를 직접 통제하는 YCC는 마이너스 금리와 함께 일본은행의 금융 완화 정책의 쌍벽을 이룬다. 우에다 가즈오 현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YCC 정책을 단계적으로 완화해왔다. 미국의 장기 금리 인상으로 일본 역시 상승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일본 금리의 방향은
시장 관심사는 이제 일본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속도다. 지난 1년간 정책금리를 5%포인트나 인상한 미국에 비해선 완만한 속도로 금리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한 간담회에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 이후에도 낮은 금리 환경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은행 발표 자료를 토대로 올해 안으로 정책금리가 0.25%로 인상되고, 내년에는 0.5%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 시중 은행들의 대출 금리가 시차를 두고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웠던 예금 금리도 마찬가지다. 이미 일본의 시중 은행들이 대출 금리 인상 시기와 인상 폭을 놓고 경쟁사 눈치를 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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