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나를 꿈꾸게 한 그 뮤지컬로 단독 연출 꿈 이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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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손에 이끌려 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중학생 소녀에게 뮤지컬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심어줬다.
"아무런 정보 없이 보면서 '이게 뭐지?' 했어요. 둘의 시간대가 만나는 결혼식 장면에 이르러서야 극의 구조를 깨닫고 충격을 받았죠. 마지막에 가선 사랑이 얼마나 쓸쓸한 것인지, 사랑이 뭐기에 그리 집착하는지 등을 곱씹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어요. 무대가 한 사람의 생각을 얼마나 뒤흔들 수 있는지를 몸소 느꼈죠. 그 길로 뮤지컬 연출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이지영 연출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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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손에 이끌려 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중학생 소녀에게 뮤지컬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심어줬다. 대학에서 중국철학을 전공한 그는 2003년 운명의 작품을 만나면서 잊었던 꿈을 다시 떠올렸다.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초연 무대였다. 남자의 시간은 만남부터 이별을 향해 순차적으로 흐르고, 여자의 시간은 이별부터 만남을 향해 거꾸로 흐르는 독특한 설정의 2인극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보면서 ‘이게 뭐지?’ 했어요. 둘의 시간대가 만나는 결혼식 장면에 이르러서야 극의 구조를 깨닫고 충격을 받았죠. 마지막에 가선 사랑이 얼마나 쓸쓸한 것인지, 사랑이 뭐기에 그리 집착하는지 등을 곱씹다가 끝내 눈물을 흘렸어요. 무대가 한 사람의 생각을 얼마나 뒤흔들 수 있는지를 몸소 느꼈죠. 그 길로 뮤지컬 연출가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최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이지영 연출가가 말했다.
그해 뮤지컬 제작사 신시컴퍼니 연출팀에 공채로 입사했다. 소극장 뮤지컬부터 시작해 ‘아이다’ ‘빌리 엘리어트’ ‘마틸다’ 등 굵직한 라이선스 뮤지컬의 국내 협력 연출까지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며 뮤지컬 연출가로서 해야 할 일을 배웠다. 그는 “연출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다음으로 그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해 스태프·배우들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좋은 것을 선별해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그는 오랜 꿈을 이뤘다. 입사 21년 만에 단독 연출작을 맡게 된 것이다. 그것도 뮤지컬 연출가의 꿈을 꾸게 만든 바로 그 작품으로. 지난 1월17일 세종문화회관 에스(S)씨어터에서 개막해 4월7일까지 공연하는 뮤지컬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다.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지만 제가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았는데도 회사에서 제안해줘서 참 감사했어요. 20년 전 봤던 초연 장면들도 떠올랐고, 한편으론 부담감도 생겼죠.”
2003년 처음 보고 ‘뮤지컬 연출’ 결심
신시컴퍼니 입사해 다양한 작품 경험
“마음 속 작품, 회사가 먼저 연출 제안”
내달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서 공연
“연출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 있어야
기회 되면 창작 뮤지컬에도 도전할 터”
그는 남녀 주인공이 번갈아 등장하는 원작 구성과 달리 남녀가 공연 내내 무대 위에 함께 있는 형식을 택했다. 청혼과 결혼 장면을 제외하면 둘은 엄연히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관객 눈에 무대 위 남녀는 때때로 서로를 마주하고 서로의 얘기를 듣는 듯 보이지만, 실은 서로 다른 곳을 보며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 쓸쓸하고 애달프다. “만남부터 이별까지 5년의 시간에 두 사람 모두 책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둘 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 올렸어요. 5년 동안 둘이 함께 있으면서도 실은 다른 곳에 있었음을 표현하고도 싶었고요.”
이 작품은 배우에게도 큰 도전이다. 90분 내내 퇴장 없이 연기해야 하는데다 연이어 불러야 하는 노래 또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이별에서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여자는 감정을 잡기가 더욱 어렵다. 남자 제이미 역은 이충주·최재림이, 여자 캐시 역은 민경아·박지연이 맡아 열연 중이다. “뛰어난 배우들이 연출가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줘서 너무 감사해요. 최정상급 배우들과 단독 연출 데뷔를 하면서 대배우 송강호와 데뷔작을 만든 신인 감독이 된 기분이랄까요.”
기회가 되면 창작 뮤지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양자경(미셸 여) 주연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감명 깊게 봤어요. 가볍고 하찮은 것들로 철학적인 이야기를 풀어내잖아요. ‘인간은 만물의 허접’이라는 장자의 말을 좋아해요. ‘나는 쓰레기야’ 하고 나면 모든 것에 열리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게 되죠. 그런 얘기를 하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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