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세포 대량으로 배양…한 사람 肝으로 환자 75명 살릴 것"
세르게이 영 통제비티비전펀드 설립자 인터뷰
1억달러 규모 장수비전펀드 운영
암 진단 등 18개 스타트업에 투자
AI기술로 극초기단계서 암 진단
50분의 1 값의 디지털 청진기 등
역노화 '가성비 기술'에 집중투자
영생 원치 않는 이들의 '선택권'도
존중할 수 있는 사회적 고민 필요
“비행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이유는 각종 센서가 기류와 위험요소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일이 인간의 정신과 신체에도 일어난다면 초백세 시대(100세 이상 사는 시대)가 찾아올 것입니다.”
미국 대표 장수펀드의 하나인 롱제비티비전펀드를 운영하는 피크스테이트벤처스의 세르게이 영 대표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꼽은 초백세 시대 도래의 근거다.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류의 평균수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0년 안에 ‘장수혁명’이 온다”며 “사람들은 유전자치료를 받고 장기 재생이 가능해지는, 지금과 완전히 다른 의료서비스를 경험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초백세시대 이끌 기술에 투자
영 대표는 2019년부터 1억달러 규모의 장수기술 분야 펀드인 롱제비티비전펀드를 운영하며 노화 연구 스타트업 18곳에 투자했다. 롱제비티비전펀드는 실리콘밸리의 큰손 피터 디아만디스의 지원을 받았다. 디아만디스는 일론머스크 테슬라 창립자, 제임스 캐머런 감독 등과 우주·노화 산업에 투자하는 엑스프라이즈재단을 세웠고, 지금까지 15개가 넘는 기업을 창업했다. 영 대표는 “조기진단,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장기 재생 등 많은 이에게 장수 기술을 보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추가로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엔젤투자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성과는 좋았다. 18곳 투자 기업 가운데 4DMT, 시질론 테라퓨틱스, 딥 롱제비티, 애그로노믹스 등 네 곳이 상장해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5~6개 기업은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투자하는 장수기술 잣대는 ‘저렴하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느냐 여부다. 암 진단 기업 프리놈은 AI를 접목해 대장암 등 8종의 암을 극초기 단계에 진단해 준다. 비용은 기존 혈액진단의 10분의 1 수준이다. 에코이미징이 개발한 휴대폰 크기의 디지털 청진기는 기존 초음파 기기보다 50배 싸다. 크기도 작아 아프리카 등 중·저소득국가에 보급하기에 제격이다.
초백세 세상에 맞닥뜨렸을 때를 대비한 기술에도 투자했다. 리제네시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환자의 림프절로 장기를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하나의 장기를 여러 조각으로 쪼갠 뒤 줄기세포를 이용해 정상 장기로 자라게 한다. 수개월 안에 여러 개의 장기를 한꺼번에 생성할 수 있다. 한 사람의 간으로 75명의 간질환 환자를 살릴 수 있다. 영 대표는 “올드카의 부품을 교체해 가며 운전하는 것처럼 인체 장기도 교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원하면 200세까지 살게 될 것”
영 대표는 인류가 머지않아 20, 30대의 몸으로 150세 이상 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생물학적 기술이 충분히 인류의 평균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태어나는 아기들은 원한다면 200세까지 살 수 있는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저서 <역노화>에 150세를 사는 세상을 위해 필요한 과학기술과 인류가 준비할 것들을 담았다.
영 대표는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도 제시했다. 각종 기술의 인터페이스를 통합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는 “인류는 이미 평균수명을 늘리기 위한 충분한 기초과학적 기반을 다졌다”며 “이를 전부 통합할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뇌 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하고 있는 일을 사례로 들었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칩을 이식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죽음과 영생 선택권의 보편화
150세 시대를 위해서는 사회·문화적 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들이 이제는 되돌리기 힘든 수준이라고 평가하는 기후 변화와 환경오염 문제를 예로 들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 더 많은 인류가 오래 살게 되면 지속가능성에 관한 논의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장수 시대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종교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 영생을 원치 않는 사람을 위한 선택권도 새로운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 영 대표는 “삶을 시즌별로 나눠 50년씩 사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삶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세르게이 영은…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20년간 헬스케어 기술 '지원사격'
세르게이 영은 미국 대표 장수펀드의 하나인 롱제비티비전펀드를 운영하는 피크스테이트벤처스 설립자이자 대표를 맡고 있다. 미국노화연구연맹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건강하게 평균수명을 연장하는 데 필요한 생명공학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피크스테이트벤처스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및 미래 신기술에 주로 투자한다. 영 대표는 지난 20년간 에너지·부동산 분야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일하며 2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CNN 선정 ‘세계 장수 분야의 100대 리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5년부터 엑스프라이즈의 보드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엑스프라이즈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머스크, 제임스 캐머런 감독 등이 설립한 재단으로 우주 및 노화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영 대표의 최종 목표는 모든 사람이 ‘저렴하게’ 장수를 누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롱제비티앳워크(Longevity@Work)’라는 무료 장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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