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막내린 日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9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2016년부터 이어져온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일본 금융환경이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무담보 콜금리)를 연 0∼0.1%로 유도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2016년 2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8년 만에 벗어나게 됐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본은행은 2016년 9월부터 국채 수익률을 0% 수준으로 유도해온 수익률 곡선관리(YCC)정책도 종료했다.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진행해 온 상장지수펀드(ETF)와 리츠(J-REIT) 매입도 중단키로 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은 물가가 제자리를 걷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며 장기 경기 침체를 겪었다. 대규모 금융완화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대표적인 정책이었다.

일본은행이 금융정책 전환에 나선 배경에는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작용했다. 그동안 금리 정책 변경의 전제로 제시해온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된 것이다.

물가는 이미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2%)를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3.1% 오르며 198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 춘투(노사 임금협상)에서 정해진 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은 평균 5.28%로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었으며, 전문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의 정책 전환에 대해 "일본 경제에 더 광범위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면서 글로벌 투자 흐름의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본은행은 당분간은 추가로 금리를 올리지 않고 국채 매입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철폐 및 기준금리 인상이 단기적으로 환율, 주가 등 가격 변수들의 동향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칠 여지는 크지 않다"며 "후속 조치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여지가 크고, BOJ 역시 급격한 정책 효과가 반영되기보다는 국채 매입 유지 등을 통해 큰 폭의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지를 시사했다는 점에서 일회성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일본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 225 지수는 0.7% 상승 마감했고, 토픽스 지수는 1.1% 올랐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