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자도 아니면서 … 1년에 3일 출근한 서울교통公 노조간부

권오균 기자(592kwon@mk.co.kr) 2024. 3. 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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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오프제 악용한 노조 34명 파면·해임 중징계
연간 32명 한도인 타임오프
실제로 311명이 사용하기도
"징계 간부들 급여 9억 환수
나머지 인원도 철저히 조사"

서울교통공사 노조원인 A씨는 2022년 9월부터 1년간 근무일 137일 중 134일을 출근하지 않았다. 노조원 B씨도 같은 기간 근무일 141일 중 138일을 근무지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은 근무시간 중 조합원 노조 활동을 정상 근무하는 것으로 인정해주는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악용해 1년에 130일 넘게 일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타임오프는 노사 교섭과 사내 노동자 고충 처리, 산업안전 등 노사 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노조 전임자에게 근로를 면제하고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19일 서울교통공사는 이러한 타임오프제 부정사용자에 대해 34명을 파면·해임했다고 밝혔다. 공사는 타임오프제를 악용하는 사례가 드러남에 따라 타임오프제 사용 시 소속장의 승인을 받게 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중징계를 받은 34명에 대해 급여 환수도 추진한다. 환수 금액은 9억여 원으로 1인당 평균 2600만원으로 추정된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사규상 타임오프 전임자는 연간 단위로 사전 지정해야 하지만 공사 노조는 이를 어기고 매달 파트타임 전임자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300명이 넘는 인원을 노조 전임자로 지정해왔다.

공사는 지난해 9월 서울시 감사위원회로부터 정상적인 근무 수행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노조 간부가 다수 있다는 감사 결과를 통보받고서 그해 10월부터 의심받은 인원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공사가 2022년 9월부터 1년간 개인별 근태 내역, 신분증 출입 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기준 타임오프제 한도 인원은 연간 32명이었지만 실제로는 연간 최대 311명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는 이 중 타임오프제를 악용해 무단 결근·이탈, 지각 등이 의심되는 노조 간부 34명에 대해 파면·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파면은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로, 퇴직급여 등을 50% 감액 지급하고 5년간 공직 등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한다. 해임은 두 번째 단계 중징계로, 퇴직급여는 전액 지급되지만 3년간 공직 등에 취업하는 것이 제한된다.

공사에 따르면 노조 전임자의 기강 해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공사가 제보를 받아 감사를 진행한 결과 노조 간부들의 근무지 이탈 행위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지회장인 한 간부는 근무시간에 당구를 치거나 라이브 카페에서 술을 즐겼다. 한 달간 이 같은 위반 행위 횟수만 8회에 달했다. 노조 국장인 또 다른 간부는 2018년 5월 이후 5년가량 현장 근무지에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한 승무사업소에서 근무하는 지회장은 작년 11월 노조 활동 명목으로 신청한 회행을 활용해 강원도 일대에서 서핑 등 개인 취미를 즐겼다.

노조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사 내 MZ세대가 주축인 올바른노조 관계자는 "서울교통공사는 업무 특성상 교대 근무나 조별 근무가 많다 보니 이런 식으로 제도를 악용해 출근하지 않는 행위는 동료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소속 통합노조 측 관계자는 "관행처럼 이뤄진 노조 간부 타임오프제를 갑자기 사측이 전수조사하더니 대규모 징계를 내렸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사측이 직원 관리를 소홀히 해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타임오프제 악용이 작년에만 있었던 일이 아닌데, 그동안엔 뭘 했는지 사측에 관리 감독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며 "서울시의 감사 이후에야 전수조사를 한 일은 늦장 대처"라고 꼬집었다.

징계 대상자는 처분일 기준 15일 이내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고, 재심에서 최종 처분이 확정되면 3개월 이내에 지방노동위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한 대응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관련 사안이 발생할 경우 엄중 문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권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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