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나왔다

여론독자부 2024. 3. 19. 17: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바야흐로 나오는 계절이다.

껍데기를 부수고, 껍질을 뚫고, 양수를 터트리고, 어둠을 물리치며, 겨우내 살아남은 것들이 살려고 나오는 계절이다.

시뿐이랴? 가슴이 뛰게 하는 것들은 그것이 예술이든, 놀이이든, 노동이든 살리려고 나온 것들이다.

물고기를 채가는 수리처럼, 새싹이 지구를 움켜쥐고 떡잎 두 장으로 나는 계절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정록
[서울경제]

알에서 깬 애벌레가 말했다

- 살려고 나왔다

씨앗을 찢고 새싹이 말했다

- 살려고 나왔다

갓난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

- 살려고 나왔다

태초에 빛이 있었다

- 살려고 나왔다

가슴을 뛰쳐나오며 시가 말했다

- 살리려고 나왔다

바야흐로 나오는 계절이다. 껍데기를 부수고, 껍질을 뚫고, 양수를 터트리고, 어둠을 물리치며, 겨우내 살아남은 것들이 살려고 나오는 계절이다. 모든 동사의 바탕은 ‘살다’일 것이다. 생명이 펼치는 드라마는 모두 ‘살다’에서 비롯된다. 저마다 살려고 아등바등하는데 시가 살리려고 나왔단다. 시뿐이랴? 가슴이 뛰게 하는 것들은 그것이 예술이든, 놀이이든, 노동이든 살리려고 나온 것들이다. 사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덩실 춤추게 한다. 물고기를 채가는 수리처럼, 새싹이 지구를 움켜쥐고 떡잎 두 장으로 나는 계절이다. 겨울은 멈춤, 봄은 춤의 계절이다.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