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거래' 못 막는 현행법… "자율규제 우선돼야"
자율심의기구 있지만 실효성 부족
3년전엔 '과태료 부활' 개정안 발의
제보를 기사화해 주면 돈을 주겠다는 서비스 등장이 예고돼 논란인 가운데 기사를 사고파는 관행을 막지 못하는 규제 공백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문법상 과태료 조항을 부활하려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자율규제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협회보는 돈을 받고 기사를 쓰더라도 수익이 개인이 아닌 언론사로 들어가면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상 금품수수로 처벌할 수 없는 실태를 11일 보도했다. ‘제보팀장’은 제보를 기사화하면 제보자가 낸 서비스 이용료에서 수수료를 뗀 나머지 수십만원을 주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2021년 대법원은 가격이 붙는 ‘유료기사’(유가기사, 협찬기사 등)는 실질적으로 광고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런 거래도 ‘부정한 청탁’이라고 못 박았다. 2017년 전북 부안군에서 한 풍력발전 사업자가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려 우호적인 기사를 써 달라며 7개 언론사에 모두 합해 880만원을 송금한 사건에 대한 판결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기자나 언론사 내 다른 직원이 수익을 착복하지는 않아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형법상 배임수재나 청탁금지법의 목적은 직원 개인의 부패방지일 뿐 언론사의 일탈을 막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해 연합뉴스도 홍보자료 2000여 건을 대가를 받고 기사로 꾸며 포털에 내보냈다며 고발됐다. 경찰은 광고를 기사로 둔갑시키긴 했지만 회사의 수익을 직원들이 중간에서 챙기지는 않았다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듬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피해는 기사가 중립적인 정보라고 속은 시민에게 돌아간다. 시민단체의 연합뉴스 고발을 검토한 김성순 민변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유료기사가 오염된 정보를 유통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이렇게 받은 돈이 언론사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해 달라지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는 기자가 취재해 쓰더라도 내용은 광고에 가까운 ‘기사형 광고’를 심의해 매년 1만 건 넘게 적발하고 있지만 실효는 없다. 언론사가 받는 불이익은 없기 때문이다. 심의된 자료를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 넘겨 각종 공모사업 심사에 참고로 쓰지만 감점 규정은 없다.
언론 기사와 광고를 심의하는 자율기구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인터넷신문위원회도 있지만 강제력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광고성 기사를 쓰면서 실제로 금전이 오갔는지 조사할 권한도 없다. 이들 세 개 단체에 매년 20억원 이상 언론진흥기금이 투입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법적 처벌 근거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다. 무소속 이수진 의원은 2021년 광고와 기사를 뒤섞으면 2천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을 부활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규정은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규제개혁 차원에서 삭제됐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가 심의기구처럼 전문적인 판단을 하기 쉽지 않고 돈을 받았는지 언론사를 조사하기도 어려워 현실성이 없을 수 있다. 실제 2004년부터 신문법 개정 직전인 2009년까지 서울시는 이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를 한 건도 부과하지 않았다.
2021년 이승선 교수가 주도한 <언론자율규제 현황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연구팀은 “심의 결과를 언론사 지면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기자, 편집자, 광고 일선 담당자의 서명을 받아 회송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웬만한 중견 언론인도 심의기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기자는 자기 기사가 심의됐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2022년 ‘통합형 언론자율규제기구’ 설립 논의에 참여한 심영섭 교수는 “심의 결과를 반영해 언론재단이 정부광고비를 차등해 집행하는 방법이 있고, 여러 언론인 협회에 이미 있는 회원사 ‘퇴출’ 규정만 지켜도 실효성 있는 제재가 될 것”이라며 “동업자에게 제재를 엄격하게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점도 지적됐다. 심 교수는 “비판기사가 적고 ‘받아쓰기’ 보도 관행 때문에 기사는 홍보 수단이라는 인식이 형성됐다”며 “이 때문에 광고주가 우위가 됐다는 점을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순 변호사는 “법적 규제는 언론자유를 침해할 도구로 사용될 위험도 있다”며 “자율규제 방안을 언론계가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회적 책임을 높이겠다며 언론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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