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종지부 찍은 일본…"물가+임금 선순환 자신"
수익률곡선통제정책 폐기, ETF·리츠 매입도 중단…
장기국채는 계속 매입, "완화적 금융환경"도 유지
일본이 2007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8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에서 탈출했다.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골자로 한 고(故) 아베 신조 총리의 이른바 '아베노믹스'에서 벗어나는 본격적 행보로 읽힌다. 23년 간에 걸친 '디플레이션'과의 지난한 전쟁이 막을 내리고 있다.
19일 일본은행은 이날까지 이틀간 가진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그간 유지했던 마이너스 금리에 종지부를 찍고, 단기 금리를 0~0.1%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1990년대 거품붕괴 이후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은 2016년 2월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단기 정책 금리를 -0.1%로 유지해왔다. 장기금리를 낮게 억누르기 위한 수익률곡선통제정책(YCC)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자산 매입도 종료한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이날 오후 기자 회견에서 2%의 물가 안정 목표에 대해 "지속적·안정적으로 실현해 나갈 수 있다고 전망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까지의 대규모 완화 정책은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마이너스 정책 금리 종료 이유에 대해선 "지난해의 임금 인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 강도가 강화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으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마이너스 금리 종료와 함께 2016년 9월 도입한 YCC 정책도 폐기했다. 그간 설정했던 장기금리 유도 목표(0% 내외)와 금리 변동폭 상한선(1%)을 모두 없앤다. YCC는 특정 만기 국채 금리 목표치를 설정해 그 수준을 유지하도록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매도하는 통화 정책이다. 이는 시장을 직접 조작하는 것으로 정부가 시장 기능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앞으로는 장기금리가 아닌 단기금리를 조작 대상으로 해 0.1%를 약간 밑도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새 틀로 전환할 전망이다.
2010년에 도입한 상장지수펀드(ETF) 및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도 중단한다. REIT 매입은 지난 2022년 6월(12억엔)을 마지막으로 보류된 상태로 사실상 폐지된 상태였다.
일본은행은 그러나 '2%' 물가 상승 목표를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당분간 완화적 금융 환경을 유지하겠단 방침이다. 장기 국채 매입을 유지하기로 한 이유다. 우에다 총재는 장기국채 매입에 대해 "지금까지와 대략 같은 정도의 금액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에 대비해 장기금리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매월 기동적으로 국채 매입을 늘리겠다는 스탠스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BOJ는 현재 매달 7조5000억엔 규모의 일본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당장 국채 매입을 중단하면 중장기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진다. 일본은행 자체의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일본은행의 국채 보유 잔액은 전체 발행 잔액의 54%에 달해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국채 매입 중단으로 국채 금리가 오를 경우 막대한 평가손을 입는다. 지난해 4월 일본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단기금리 2%·장기금리가 3%까지 오르면 일본은행은 12조엔의 적자를 기록하고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ETF 매입을 중단해도 일본은행이 섣불리 그간의 평가수익 실현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의 시가총액은 72조엔. 닛케이지수 상승으로 장부가보다 34조엔 높아졌다. 하지만 매도에 나설 경우 일본 증시 폭락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실물 경기에 대해선 "일부에 약한 움직임도 있지만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며 "노동 수급은 타이트해지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향후 일본 경기의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는 "글로벌 경기 하방과 금융시장 추이, 개인 소비가 생각했던 대로 회복되지 않는 것"을 들었다.
국제금융센터는 일본 경제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완화적 금융상황이 지속되면 실물 경제에 미칠 충격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본 신용평기기관인 제국데이터뱅크는 좀비기업 비율이 17.1%(2022년 기준)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 인건비와 금융비 등 기업 부담이 늘어날 경우 도산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은행은 그간 안정적인 물가상승률 2% 목표 달성과 기업들의 임금인상을 대규모 통화 완화 정책의 종료 조건으로 제시해왔다. 지난해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1982년 이후 최고치인 3.1%를 기록, 긴축 전환 가능성에 파란불이 켜졌다. 특히 최근 일본 최대 노동조합 단체인 렌고가 요구한 연간 5.85%의 임금 인상안을 기업들이 수용하면서 물가 상승률에 걸맞는 임금 인상이 뒷받침돼 3월 마이너스 금리 종료 전망이 힘을 받았다. 지난 1월까지 물가를 감안한 실질임금은 22개월 연속 감소 중이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매력이 뭐길래?" 전성기 '한소희, 혜리'까지 푹 빠진 류준열 - 머니투데이
- 이혼 후 재결합, 아이 둘 낳았는데 외도…남편 "혼인신고 안 했잖아" - 머니투데이
- 한소희, 약지 반지 '류준열 커플링' 아니었네…정체는 '우정 반지' - 머니투데이
- '활동 중단' 이태곤, 운수 맹신 근황…"스님이 이사가지 말라고" - 머니투데이
- '34세' 에일리, 비연예인 사업가와 연애 중…"내년 결혼 목표" - 머니투데이
- '김가네' 회장, 성폭행 피해 직원에 "승진" 회유…아내가 고발했다 - 머니투데이
- "13살 딸 살해·성폭행 협박에 쓰러져"…'8번 이혼' 유퉁, 건강 악화 - 머니투데이
- 채림 "이제 못 참겠는데"…전 남편 가오쯔치 관련 허위 글에 '분노' - 머니투데이
- "전기차 보조금 폐지" 트럼프팀, 진짜 밀어 붙일까…2차전지 급방전 - 머니투데이
- 한번 오면 수천만원씩 썼는데…"중국인 지갑 닫아" 면세점 치명타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