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의협회장 선거, 후보 5명 중 4명 ‘강경파’···의료계 총파업 변곡점 되나

민서영 기자 2024. 3. 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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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들에 대해 강제 수사에 착수하며 압수수색에 들어간 이달 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 경찰 경력들이 배치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선거가 20일부터 시작된다. 당선이 점쳐지는 후보들이 모두 ‘강경파’인만큼 누가 되더라도 대정부 투쟁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교수들의 집단 사직 시점과 맞물려 의협 차원의 총파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의협 주요 회원인 개원의들이 실제 파업에 얼마나 동참할지 미지수다.

의협은 후보 5명을 두고 20~22일까지 전자투표 방식으로 제42대 회장 선거를 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다득표자 2명을 두고 25~26일 결선 투표를 한 후 26일 저녁 당선인을 확정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및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박민수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는 임현택 대아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 겸 의협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 박인숙 의협 비대위 대외협력위원장(전 국회의원),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부산·경남지부 대표 등 5명이다.

의협을 ‘민주적인 전문단체’로 개혁하겠다는 취지로 출마한 정운용 대표는 인의협 소속으로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정 대표를 제외한 후보 4명은 모두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정부에 강경 대응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의협 비대위에서 활동 중인데 임현택 회장을 제외한 3명은 각 분과위원장도 맡았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이달 6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 1월 대한병원의사협회가 발표한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에선 임 회장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인 임 회장은 지난 15일 경찰조사를 마치고 나와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또다른 유력 후보로 점쳐지는 주수호 위원장도 연일 의협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주 위원장과 박명하 회장은 전공의 집단사직을 조장해 업무방해를 교사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도 받고 있다. 박인숙 위원장도 정부에 강한 투쟁 의지를 보이는 인물이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조직강화위원장이 지난 18일 오전 3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차기 의협 회장이 결정되는 22~26일은 정부의 전공의 행정처분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하기로 한 시기와 겹친다. 앞서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25일부터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 현재 당선 가능성이 있는 의협 회장 후보가 모두 ‘강경파’인만큼 회장 선거가 의료계 총파업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의협은 앞서 총파업은 전회원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강현 의협 비대위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총파업에 대한 얘기는 아직 논의 중이고 확실하게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차기 회장 중심으로 의협 내부에서 총파업 등 강경 투쟁에 대한 의견들이 모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새 의협 회장이 총파업 투쟁을 이끈다 해도 ‘자영업자’인 개원의들이 얼마나 나설지는 미지수다. 개원의들은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에도 집단휴진 참여율이 10%도 채 되지 않았다. 또 의대 교수들이 집단사직은 “그 전에 해법을 찾아달라는 의미의 마지막 카드”라며 정부의 대응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정부가 대화 물꼬를 트고 교수들이 중재 역할을 하면 의정 갈등의 실마리가 나올 수도 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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