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울린 황대헌의 반칙… ‘임효준 성희롱 무죄’도 재조명

쇼트트랙 황대헌(25·강원도청)이 세계선수권 대회 결승에서 박지원(28‧서울시청)을 상대로 이틀 연속 반칙을 저지른 가운데, 과거 황대헌과 추행으로 얽혔다가 중국으로 귀화를 택한 임효준(28) 사태도 온라인에서 재조명받고 있다.
이 사건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인 임효준이 동료 선수들 앞에서 황대헌의 엉덩이를 일부 노출시킨 행위가 발단이 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2019년 6월 17일 오후 5시쯤 남녀 쇼트트랙 국가대표 10여명은 진천선수촌 웨이트장에 모여 자유롭게 몸을 풀고 장난을 치거나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여자 선수가 암벽등반기구에 기어올랐고, 황대헌은 장난기가 발동해 이 여자 선수의 엉덩이를 주먹으로 때렸다. 매트에 떨어진 여자 선수는 웃으면서 과장되게 아픈 척을 하거나 황대헌을 향해 주먹을 흔드는 등 장난으로 응했다.
뒤이어 황대헌이 암벽에 오르자, 이번에는 임효준이 살며시 황대헌의 뒤로 다가가 반바지를 잡아당겼다. 이로 인해 순간적으로 황대헌의 엉덩이 일부가 노출됐다. 이를 본 몇몇 동료 선수들은 웃음을 지었고, 임효준은 도망가면서 황대헌을 놀리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황대헌은 당황스럽고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복장을 바로 잡았다고 판결문에는 적혀있다. 때마침 도착한 코치진이 훈련을 지시하면서 이 상황은 마무리됐다.
이후 황대헌은 선수촌과 대한체육회에 임효준을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이 일로 임효준은 그해 8월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선수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12월에는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임효준은 재판 과정에서 반성을 한다면서도 황대헌에게 장난을 친 것일 뿐 추행의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2020년 5월 임효준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 이수를 함께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기습적으로 바지를 내린 행위는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며, 이로 인해 피해자 성적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라며 “현재까지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은 불리한 사정이지만, 입건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장난을 치려는 의사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다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020년 11월 서울중앙지법 항소심 재판부는 임효준의 행위를 성적인 자극이나 추행 목적으로 보기엔 어렵다며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황대헌도 동료 여자 선수가 장난으로 받아들일 것을 감지하고 엉덩이를 때리는 행위를 했다”며 “그와 같은 심리상태와 연속된 분위기에서 황대헌이 임효준의 행동을 강제추행으로 인식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대헌이 사건 전에 했던 장난을 분리해 오로지 임효준이 황대헌의 바지를 잡아당긴 사건의 행위만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게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황대헌이 사건 직후 국가대표 선발의 순위권에 있는 동료들에게 ‘이제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돼 축하한다’며 임효준이 이 사태로 징계를 받고 국대에서 탈락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말을 한 점을 감안했다”고 했다.
이외에도 훈련 시작 전 장난을 치는 분위기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 쇼트트랙 선수들이 장기간 합숙생활을 하며 서로 편한 복장으로 마주치는 일은 흔하고, 종목 특성상 남녀 구분 없이 엉덩이를 밀어주는 훈련도 수시로 한 점 등을 무죄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까지 간 이 사건은 2021년 6월 1일 무죄로 확정됐다.
임효준은 법적 분쟁 과정에서 중국으로 귀화를 결정했다. 당시 임효준의 에이전트 브리온 컴퍼니는 “임효준은 한국 선수로서 태극기를 달고 베이징 올림픽에 나가 올림픽 2연패의 영광을 누리고 싶었지만 한국 어느 곳에서도 훈련조차 할 수 없었고, 빙상 선수로서 다시 스케이트화를 신고 운동할 방법만 고민했다”며 귀화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임효준은 중국명 린샤오쥔으로, 태극기 대신 오성홍기를 달고 뛰고 있다.

한편 이번 쇼트트랙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박지원이 황대헌의 반칙으로 두 차례 메달을 놓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8일 황대헌과 박지원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아호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연맹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결승에 나란히 출전했다. 결승선 세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1위로 달리던 황대헌을 2위 박지원이 인코스로 파고들어 추월했다. 이때 황대헌이 갑자기 왼손으로 박지원 허벅지 쪽을 밀었고, 균형을 잃은 박지원은 넘어졌다. 황대헌은 4위로 마쳤으나 실격 처리됐다.
앞서 지난 17일 1500m 결승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1위를 달리던 박지원은 세 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로 파고들던 황대헌이 몸으로 밀어내자 순간 중심을 잃으며 순식간에 뒤로 밀려 결국 최하위에 그쳤다. 황대헌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포효했으나 실격됐다.
박지원은 18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잡아당겨지는 느낌이 들었고,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지원이 형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던 황대헌은 이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는 응하지 않았다.
박지원은 이번 일로 메달뿐만 아닌 국가대표 자동 선발 기회도 놓쳐버렸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규정에 따르면 차기 시즌 국가대표는 세계선수권대회 국내 남녀 선수 중 종합 순위 1명이 자동 선발된다. 단 해당 선수는 개인전 1개 이상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해야 한다. 따라서 박지원은 다음 달 열리는 국내 선발전에서 다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황대헌이 결승에서 박지원을 상대로 반칙을 저지른 건 올 시즌 세 번째다. 작년 10월 2023∼2024시즌 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 대회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도 황대헌은 앞서 달리던 박지원을 뒤에서 밀쳐 옐로카드를 받았다.
중국 린샤오쥔은 이번 세계선수권 남자 500m와 5000m 계주, 혼성 계주에서 우승하면서 3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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