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공연 하루 전 취소 대전예당 감사 '솜방망이 처분' 비판

김기태 기자 2024. 3. 19.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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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5000만원 혈세 투입…"제식구 감싸기인가"
오페라 '운명의 힘' 공연 취소 안내문.(대전예당 홈페이지)/뉴스1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개관 20주년 기념 제작 오페라가 공연 하루 전 취소된 초유의 사태와 함께 연이어 공연 취소 사태가 발생한 대전예술의전당(이하 대전예당)에 대해 대전시 감사위원회의 감사 결과를 두고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대전시 감사위원회에 따르면 제작 오페라 공연 취소에 대해 대전예당 특별감사 결과 행정상 조치 5건(주의 3건·개선 1건·통보 1건)과 함께 대전예당 직원에 대해 경징계 2명, 훈계 3명 처분을 내렸다.

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감사 당시 "연이어 발생한 공연 취소로 대전시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도 공연 하루 전날 대전예술의전당의 공연이 취소된 사태와 관련해 무대 용역사 선정 과정에 대한 집행기관의 총체적 부실을 집중 추궁한 바 있다.

조원휘 의원(유성3·국민의힘)은 "오페라 운명의힘은 대전예술의전당 20주년 행사로 야심 차게 준비했던 공연이었으나 공연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로 예술의전당의 신뢰를 한 순간에 땅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우를 범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행정의 잘못으로 시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몹시 나쁜 사례로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데 소송의 주체는 누가 담당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런데도 감사위원회는 제작 오페라 감사에 대해 경징계로 가벼운 처분과 함께 창작 오페라 공연 취소에 대해서는 감사 결과 조차 공개하지 않아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대전예당은 지난해 공연 하루 전 11월 7일 제작 오페라 '운명의 힘' 공연을 무대세트 제작업체가 납품 및 설치 불이행에 따른 무대세트 미완성을 이유로 공연을 취소했다.

오페라 '운명의힘'은 대전예당 대전예당 개관 20주년 기념으로 공연될 제작 오페라 작품으로, 250명의 출연진이 참여하고 6억5000만원의 시비가 투입될 계획이었다.

대전예당 관계자에 따르면 무대세트 제작업체는 지난해 10월 29일 납품 기일에 무대 세트를 납품하지 않았고 11월 4일에는 공연될 무대가 완성돼야 하지만 20개 품목 중 5개만 납품돼 공연할 수 없게 됐다.

감사에서 공연 계약 담당자와 사업 담당자가 착수 단계에서부터 사업 관리와 감독을 게을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업 담당자는 용역계약일 동안(2023년 10월 18일~11월 2일) 계약이행 적정 여부의 기준이 되는 착수신고서 없이 사업을 진행해 계약이행 여부를 파악하지 못했다.

또한 의무 사항인 사업장 '안전·보건 관리 관련 계획서'조차 제출하지 않았지만, 보완 요청을 하지 않아 안전사고 예방 조치를 소흘히 했다.

문제가 된 무대 제작 업체는 무대장치를 제작해 본 경험이 없었지만 공개 입찰 당시 대전시는 무대 제작 실적을 확인 하지 않아 적격심사 결과 95점을 받아 낙찰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해당 업체는 직접 무대를 제작하지 않고 대전예당 사전 승인 절차 없이 4개 업체에 하도급을 줘 무대를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예당은 업체와 계약을 실제 과업 시작 약 두 달 후에나 체결하는 등 계약서 작성 및 대금 지급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다.

감사 결과 의상 제작, 의상디자인 및 운영·영상디자인 및 제작 운영 등 3건은 금액이 2000만 원 이상 용역 건에 대해 사업 부서는 수의계약 적정 여부 검토 없이 자체적으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또 계약서에 세부 조항을 기재되지 않아 출연료 관련 2개 단체에 총 1418만원을 부당하게 지급하는 한편, 분장디자인 및 운영 의상 제작 관련해서는 106만원을 감액 조정하는 등 대금 지급 기준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밖에도 지방계약법에 따라 계약서에 과업 내역, 용역 제공 협의 사항 및 완수 검사 사항이 누락돼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으며, 착수 및 준공신고서 등의 서류도 받지 않고 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공연 예술계 종사자는 "막대한 시 예산을, 지역을 대표하는 공공기관의 안일한 행정 처리로 공연을 무산시켰는데도 경징계로 처벌이 약한 것은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예술계 종사자는 "대전예당 개관 20주년이라는 중요한 공연이 취소된 것에 대해 관장이 시민들에게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시 감사위원회는 이번 감사 결과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으며, 인사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최종 징계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pressk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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