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개미’도 일본 금리 인상에 촉각…국내 투자자 영향은 미미할 듯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종료하면서 일본 증시에 대거 투자한 ‘일학개미’들도 글로벌 자금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금리 인상 이슈가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일본은행도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엔화 강세의 폭과 증시에서의 자금 이탈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0.1%로 동결했던 단기금리를 0~0.1%로 유도하고,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 매입 정책도 멈추기로 했다. 일본은 금융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ETF와 리츠 등을 직접 매입해 자산시장을 떠받쳐왔다. 이 때문에 34년 만에 고점을 경신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온 일본 증시가 금리 인상으로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의 이번 조치가 자본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단기적으론 시장에 충격은 있겠지만, 금리 인상폭도 적고 일본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왔는지도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장기적으로 확실한 턴어라운드라고 얘기하기엔 섣부르다”고 말했다.
엔화 강세의 강도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엔저 현상은 일본과 미국의 금리 격차의 영향이 큰데,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 강세 압력이 커진 상태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요인으로 작용해 미 국채를 포함한 글로벌 자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의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고수익을 쫒아 해외로 갔던 일본의 ‘큰 손’들이 자금을 거둬들이면서 미 국채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주 미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등 엔화가 당장 반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규모도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인들이 미국에 많이 투자했다 빼는 것과 같은 수급 요인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은행 발표의 영향력이 크지 않고 미국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여지가 충분히 많다”고 말했다.
결국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일학개미의 움직임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순매수 결제금액의 75.9%(2억1441만달러)는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장기채 엔화 헤지’ ETF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이 상품은 엔·달러 환율을 고정해 엔화 상승과 미 국채 가격 상승시 이득을 볼 수 있는 구조다. 일학개미 대부분이 엔화가 쌀 때 자산을 사서 비쌀 때 팔겠다는 환차익에 배팅한 셈이다. 다만, 현재 미 국채 금리가 오르고(가격 하락) 있고 원·엔 환율 상승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차익 실현이 어려운 만큼 일학개미의 관망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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