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배상안 발표 일주일…은행들, 주총·이사회 앞두고 눈치만
주요 은행장 만난 이복현, 배상 여부 언급 삼가
분쟁 조정 이후 대응 나설 가능성도 제기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은행권의 자율배상안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주요 은행들의 이사회가 차례로 열린다. 이에 이번 은행들의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에 관한 진전된 논의가 이루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사회 안건에 해당 사안의 상정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자율배상 논의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자율배상, 이사회 테이블 오르나…판매 적은 우리은행도 아직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 ELS를 판매한 주요 은행들은 오는 20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잇따라 이사회를 연다. 최대 관심사는 이번 이사회에서 은행들의 자율배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지 여부지만, 은행들은 이사회 안건과 관련해선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장 내일 이사회가 열리는 하나은행 측은 "이사회에서 자율배상안 관련 내용이 안건으로 상정되거나 논의되는지에 대해선 확인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판매 규모가 가장 작은 우리은행이 조만간 선제적 배상을 진행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돼 왔다. 우리은행은 국민은행(8조2000억원), 신한은행(2조3700억원) 등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ELS 판매 규모가 400억원대로 작은 만큼 빠른 결단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평균 배상비율도 35~40% 수준이 될 것이란 예상도 흘러나온 바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 역시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선제적 배상에 대해선 확정된 것이 없고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특정 날짜에 배상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에선 여전히 우리은행의 선제 배상 여부가 변수로 꼽힌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에 비해 판매 규모와 건수가 적은 만큼 사례 검토나 방안 마련 등 배상 절차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상황이다. 만약 우리은행이 먼저 배상에 나서게 되면 다른 은행들의 배상 압박도 더 커질 전망이다.
금감원 압박도 잠시 대기?…이사회가 배상안 분수령 될까
앞서 지난 1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주요 은행장들로 구성된 은행연합회 이사회를 만나 정례회의와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분쟁조정기준안이 발표된 후 은행장들과는 처음으로 만난 자리였다.
이 원장은 비공개 만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은행장들과 ELS 배상안 관련 내용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이번주와 다음주 은행들의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절차를 거쳐서 각 기관의 입장이라든가 그 과정에서 저희와의 소통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은행장들 역시 배상안 관련 기자들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그간 이 원장은 판매 은행들에 자율배상에 대한 압박 기조를 이어왔다. 특히 은행들이 선제적 자율배상에 나설시 배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배상을 꺼리는 것에 대해선 "법률과 먼 이야기"라며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이사회 끝나도 몰라…ELS 배상 언제쯤
은행들의 이사회에서 자율배상과 관련한 논의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당장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자율배상안을 마련해도 가입 사례가 천차만별이라 배상금액과 일정을 짜는 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금감원의 분쟁조정절차가 끝난 뒤 은행들이 움직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은행들이 배임 등 선제 배상에 따른 리스크로 인해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기다리며 대응에 나선다는 시나리오다. 금감원은 내달 초부터 대표적인 불완전판매 사례를 중심으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ELS 가입자들은 현재 배상 비율이 불합리하다며 배상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5일 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판매 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는 피해자 모임은 오는 29일 국민은행 본점에서 4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은행들도 눈치싸움을 이어온 만큼 이사회 이후에 최소한의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이 문제를 냈고 은행들은 이 문제의 정답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정답을 찾기 위해 눈치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고 있고, 금융당국도 ELS 문제를 길게 끌고 가고 싶지 않아 하는 만큼 이사회와 주총이 끝나는 대로 은행에서도 1차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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