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2000명 배분’까지 일사천리···의정 갈등 격화
정부가 이르면 오는 20일 의대 정원 증원분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하기로 하면서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25일부터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고 실제 병원을 떠나는 사례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의료현장도 긴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19일 브리핑에서 “만약 정부가 내일(20일) 의대별 정원 배분 결과를 확정해 발표한다면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이자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다리를 끊어버리는 파국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는 또 “만일 정부가 일방적인 현 정책을 고수한다면 다가올 파국과 의료붕괴의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했다. 의협은 전국 의사 총파업(집단휴진)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오는 25일 이후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 예고는 ‘정부가 2000명 증원을 풀고 전공의·의대생 복귀를 위해 대화에 나서라는 의미’였지만, 의대 정원 배분 결과가 발표되면 정부가 이 제안을 거부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정부가 의대 정원 발표를 한다면 도저히 대화의 장은 열릴 수 없고, 의료파국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정부의 잘못”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에 명분이 없다고 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대 교수들을 향해 “무책임하게 환자를 버리고 떠난 제자들의 잘못된 행동에 동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의료 현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간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사직·결근이 의료법 위반 사안이라며 이 같은 집단행동을 교사·방조한 혐의로 의협 간부들에 대한 면허정지 및 경찰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8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명하 의협 비대위 조직위원장에 대해 3개월 면허정지 최종 통보를 했다. 박 조직위원장은 이날 “행정소송을 통해 떳떳함을 끝까지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 이탈이 현실화할까 봐 의료현장은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차질에 대비하기 위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 250명을 이달 25일쯤 추가로 대형병원에 투입한다. 현장에서 일반의보다 전문의를 선호하는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전문의 비중이 높은 군의관을 100명 투입한다. 앞서 정부는 이달 11일에 상급종합병원 20곳에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전문의 46명, 일반의 92명) 등 총 158명을 파견했다.
복지부는 업무개시명령을 받고도 미복귀한 전공의 수천명에 대해 3개월 면허정지 처분 절차를 받고 있다. 25일부터는 사전 통보를 받은 전공의들의 의견제출 기한이 끝나 면허정지 통지가 이뤄질 수 있다.
의료계도 복지부 장·차관 고발이나 해임요구 등으로 맞서고 있다. 임현택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 모임 대표(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는 이날 오전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 차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전국 의대 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지난 18일 성명을 내면서 복지부 장·차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403181719001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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