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논란 번진 '골수 줄기세포치료'… 이젠 지방 줄기세포 주목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4. 3. 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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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 골수 줄기세포로 관절염 치료
작년 7월 신의료기술 인정받은 후
일부 한방병원·안과서도 무분별 진료
실손청구 급증하자 보험사와 마찰도
연세사랑병원, 무릎관절염 집중 연구
지방줄기세포 치료 신의료 등재 신청
연골에 좋은 중간엽 확보 쉽고
염증 빠르게 가라앉아 효과 뛰어나
연세사랑병원 의료진이 원심분리해 농축된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자가 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가 과잉 진료와 함께 실손보험 보장을 미끼로 무분별한 진료가 횡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명 '골수 줄기세포'라는 이 치료의 정식 명칭은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골수 흡인 농축물(BMAC) 관절강 내 주사'다. 치료 대상은 2~3기 무릎 골관절염 및 3~4기 연골 손상 환자로, 환자의 장골능(골반뼈)에서 채취한 자가 골수를 원심 분리해 농축된 골수 줄기세포를 무릎의 관절강 내 주사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시술은 마취나 절개 없이 진행되며 소요 시간이 30~45분 내로 짧아 환자의 심적·신체적 부담이 작다. 또 1회 주사로 1~2년, 개인에 따라서는 2년 이상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 퇴행성 관절염 치료는 약물이나 주사, 물리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관절염 진행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통증이 악화돼 보행이 힘든 경우라면 인공관절수술을 해야 한다. 한 해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료받는 환자는 약 400만명에 달하며 전체 환자의 83.2%가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이런 가운데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골수 줄기세포 주사 치료가 등장해 비수술 치료로는 호전이 없고 인공관절수술을 하기에는 이른 중기 관절염 환자의 선택지로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일부 의료기관이 비급여 의료비를 노리고 과대 홍보를 하고, 골관절염 치료에 관해 전문성이 부족한 진료과 및 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 한방병원과 안과에서 정형외과 의사를 고용해 골수 흡인 농축물 치료를 시행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이 때문에 환자와 실손보험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고 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보험금 청구가 급증하자 실손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보류하거나 거부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생치료와 관련해 받을 수 있는 치료가 한정적이어서 환자들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과대 광고, 과잉 진료를 감수하고 치료를 받게 된다.

다행히 2월 1일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이 개정돼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재생치료에 접근이 더 쉬워지고, 자가지방 줄기세포와 같은 줄기세포 치료법이 신의료기술로 등재돼 다양화되면 과잉 진료나 무분별한 치료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첨생법은 공포 후 1년 뒤 시행될 예정이지만 재생치료의 패러다임이 확 바뀌고 그동안 제한된 줄기세포 치료법의 문호가 대폭 개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첨생법은 2020년 8월 시행됐지만 희귀·난치질환 환자에게만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해 적용 범위가 한정적이었고 치료비도 청구할 수 없어 재생의료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 법 개정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치료는 임상 연구가 아니라 정식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의료기관이 첨단재생의료 실시 기관이 돼 치료를 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치료에 관한 연구계획서를 작성한 뒤 심의를 받아야 한다. 우수한 시설과 장비, 인력 등을 갖춰야 심의를 통과할 수 있다. 첨단재생의료 실시 기관은 재생 치료와 관련한 연구를 비롯해 치료와 시술이 가능하며 필요시 자가줄기세포를 배양하고 동물실험을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할 수 있다.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되면 본격적인 임상 연구를 시행할 수 있다. 활발한 재생치료 연구가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과잉 진료 우려도 대폭 줄어들 것이다. 첨단재생의료 실시 기관이 연구를 통해 승인받은 치료는 해당 의료기관에서만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련의 사례처럼 무분별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또 부작용이 있으면 보건복지부에 보고하게 돼 있어 치료의 안전망 또한 확보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복지부 지정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병원장 고용곤)이 '무릎관절염에 대한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의 신의료기술 신청을 완료하고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연세사랑병원은 2008년 세포치료연구소를 자체 설립해 자가지방 줄기세포 관련 논문을 30여 편 발표해 '무릎관절염 줄기세포치료 메카'로 평가받는다. 또 지난해 8월 말 신축 이전하며 세포치료연구소를 약 230㎡ 규모의 첨단재생연구실로 한층 업그레이드했고 줄기세포 보관 뱅킹, 원심 분리기, 무균 클린벤치 등이 설치돼 있다. 줄기세포시술을 하는 수술실은 첨단 공조시스템 '라미나플로우' 및 무균 양압시스템이 설치돼 외부 공기, 바이러스가 실내로 침투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했다.

지방 줄기세포(SVF·자가지방유래 기질성혈관분획)의 무릎관절염 치료는 골수에 비해 많은 양의 중간엽 줄기세포를 포함하고 있어 실제 연골 재생이 가능하다. 지방줄기세포로 연골재생을 입증한 논문은 연세사랑병원이 유일하다.

지방줄기세포가 주목받는 것은 혈소판이나 골수 흡인 농축물보다 훨씬 우수하기 때문이다. 지방줄기세포는 골수줄기세포보다 중간엽줄기세포 확보가 쉽다. 중간엽줄기세포가 많을수록 인자분비능력이 활성화돼 염증이 빨리 가라앉고 연골이 재생될 수 있다. 특히 중간엽줄기세포는 나이가 많을수록 많지 않다. 20대는 골수줄기세포를 뽑으면 1000개 중 1개를 중간엽줄기세포로 보면 된다. 60대 이상은 10만개 또는 100만개당 1개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더 많이 뽑아야 한다. 그러나 지방은 나이 든 사람, 특히 여성에게 많다. 중간엽줄기세포는 지방줄기세포 10~15개당 1개꼴로 있다. 자가지방에는 전체 세포 중 7~10%의 중간엽줄기세포가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관절염 치료에 지방줄기세포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최근 어깨 회전근개파열에 대한 지방 줄기세포 치료와 대퇴골두 무혈성괴사에 대한 지방줄기세포 치료도 첨단재생의료 연구로 인정받았다. 치료 비용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다.

현재 연골 재생 목적으로 나온 세포치료제는 1병당 1000만~1500만원이 책정돼 있다. 자가지방 줄기세포 치료가 신의료기술에 등재된다면 환자의 치료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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