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늙고 싶어요? 미토콘드리아 팔팔하게 하세요
"Don't Die(죽지 않아)." 이는 미국 벤처사업가 브라이언 존슨(1977년생)이 자신이 소유한 핀테크 기업을 8억달러(약 1조원)에 팔고 생애 다음 목표로 삼은 '죽음의 초월'을 꿈꾸며 즐겨 사용하는 문구다.
존슨은 2021년부터 한 해 200만달러(약 26억원)를 들여 자기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불로불사(不老不死)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40대 중반의 몸을 18세 무렵으로 되돌려놓겠다며 1000편 이상의 논문과 출판물을 분석했고 30명이 넘는 의료진을 꾸려 프로젝트에 참여시키고 있다.
존슨은 오전 11시 이전에 콩류 중심으로 식사를 하고, 하루 100알 이상의 영양제를 먹는다. 오후 8시 30분 잠자리에 들고 오전 5시 일어난다. 그리고 내장과 혈관, 근력 등을 계속 검사하고 적외선이나 레이저로 피부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남성 상징인 성기도 충격파 치료로 회춘을 추구한다. 그는 과식, 질 낮은 음식 섭취, 수면 부족, 과도한 음주 등과 같은 잘못된 습관을 중단했다. 존슨은 불과 2년 만에 약 5년의 후생유전학적 나이 반전을 이뤄냈다. 100개 이상의 항목에서 '거꾸로 가는 생체지표'를 확인했고 노화가 약 30% 늦춰졌다. 자기공명영상(MRI) 확인 결과 근육 및 지방 구성이 18세 나이대와 비슷해졌다.
인류는 과연 존슨처럼 생체 노화를 늦추고 100세 시대의 무병장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 수명은 19세기 30세 전후에서 의료 발전과 위생 환경의 향상으로 100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건강한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은 20세기에 등장한 유전공학을 계기로 '수명 120세'의 한계에 도전하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노화 연구로 유명한 하야노 겐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박사의 말을 인용해 "인간 수명은 250세 이상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먼 별나라 이주의 꿈도 이룰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야노 박사는 사람으로 치면 70세 전후의 쥐에게 노화방지약 후보물질을 주사하면 근육이 젊어지고 40대처럼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밝혔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근력이 떨어지는 근감소증이나 치매환자에게 투여하는 임상시험도 2026년 시작한다. 지놈 편집 기술을 사용하는 임상도 2027년 진행할 예정이다.
인간의 노화와 질환은 세포와 관련이 있고, 세포의 에너지원은 '미토콘드리아'다. 우리는 몸을 움직이고, 머리로 생각하고, 호흡하며, 심장을 움직이고, 음식을 소화흡수하며 살아간다.
이처럼 모든 생명 활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 공급원은 아데노신삼인산(Adenosine Triphosphate·ATP)이라는 물질로,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산되고 있다. 우리 몸은 수십조 개의 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미토콘드리아는 하나의 세포에 많게는 수천 개가 존재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토콘드리아는 간세포 1개당 1000~3000개, 식물세포에는 100~200개가 있다.
ATP는 섭취한 음식의 당질이나 지질을 주된 재료로, 호흡과 함께 몸 안으로 들어온 산소를 사용해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노화나 나쁜 생활습관으로 미토콘드리아 숫자가 줄어들고 기능이 저하되면 ATP가 만들어지기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에너지가 부족해져 여러 장기가 쇠약해지고 기능이 떨어진다. 또 ATP를 생산할 때 사용하는 산소가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산소로 쉽게 변한다. 이는 노화나 질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미토콘드리아가 건강해야 젊음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 미토콘드리아는 어떻게 해야 건강해지고 노화 예방과 함께 질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섭취 열량(칼로리) 제한 △당질을 줄여 케톤체(ketone bodies) 활성화 △유산소운동 △고압산소치료 등을 꼽는다.
소식(小食)은 미토콘드리아뿐만 아니라 호르몬이나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고 각종 연구를 통해 밝혀져 있다. 소식 및 단식으로 섭취열량을 줄이게 되면 과식에 찌들어 평소 땡땡이치던 미토콘드리아가 이대론 안 된다며 분발하게 된다. 이토 히로시 게이오기주쿠대 예방의료센터 교수는 "공복이 되면 위에서 그렐린이라고 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며 "이것이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복은 항노화·장수유전자로 알려진 시르투인(sirtuin)을 자극한다. 시르투인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미토콘드리아 역시 활력을 되찾는다.
일본 쓰보타 가즈오 박사('당신 안의 장수유전자를 단련하라' 저자)는 "올바른 생활습관, 즉 소식과 채식(菜食)을 즐기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잠들어 있는 나머지 95%의 세포가 활성화돼 미토콘드리아 숫자가 늘어나면서 장수한다"고 밝혔다. 시르투인 유전자는 2000년 레너드 가렌티 미국 MIT 교수가 효모에서 처음 발견했지만 선충, 초파리, 포유류 일부, 그리고 인간에게서도 존재를 확인했다.
소식이 몸에 좋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미국 코넬대 영양학자인 클리브 매케이 박사가 쥐를 대상으로 열량섭취를 평소의 65%로 제한하는 실험을 했더니 쥐의 평균수명이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도 붉은털 원숭이를 대상으로 20년 동안 실험한 결과, 열량을 30% 줄인 식단을 먹었던 원숭이그룹이 원하는 대로 먹었던 원숭이그룹보다 털에 윤기가 나고 흰털이나 주름이 적고 한참이나 젊어 보였다.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하는 물질로 케톤체가 주목받고 있다. 케톤체는 체지방을 합성 또는 분해할 때 발생하는 중간대사 산물이다.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 인슐린의 작용이 약해지면 케톤체 합성이 시작된다. 그리고 에너지원이 돼 미토콘드리아로 운반된다.
직접 닿는 케톤체는 효율이 매우 좋다. 사토 다쿠미 도쿄대 응용생물학부 교수는 "케톤체는 다른 화합물보다 뇌에 도달하기 쉽고 미토콘드리아의 수가 많은 뉴런(자극과 흥분을 담당하는 신경계의 단위)이라는 뇌 신경세포에 특히 효과적"이라며 "뉴런의 미토콘드리아 활성화는 치매 예방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케톤체를 만들어내려면 당질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밥을 줄이고 반찬을 늘리거나, 간식을 끊는 식생활은 케톤체 농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사토 교수는 "아침 식사를 무염 버터가 든 커피로 바꾸는 것도 좋다. 다만 과도한 당질 제한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질은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해주는 ATP의 재료로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당질과 케톤체의 적절한 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질(糖質·glucide)은 탄수화물에 가장 많이 들어 있다. 탄수화물은 '당질+식이섬유'로 이뤄지는데 당질이 대부분이다. 라면은 탄수화물이 78g, 식이섬유가 0g이기 때문에 당질이 78g이다. 우리가 당질에 주목하는 것은 당질 중독을 일으키는 가장 큰 주범이 탄수화물이기 때문이다. 비만을 부르는 당질의 대부분은 밥, 빵, 면류 등 달콤하지 않은 탄수화물이다.
일본 당뇨병 전문가 마키타 젠지 AGE 마키타 병원장('당질중독' 저자)은 "당질 중독은 만병의 근원인 비만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지병"이라며 "비만이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질환은 심장병만이 아니다. 당뇨병, 고혈압을 비롯해 만성 신장병, 뇌졸중, 암, 알츠하이머병 등 무서운 병은 모두 비만과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운동으로도 활성화된다. 빨리 걷기 및 조깅과 같은 유산소운동을 하면 호흡이 빨라지고 심박수가 올라간다. 즉, 산소 부족 상태가 되면 몸이 위기감을 느끼면서 미토콘드리아를 북돋우게 된다. 이토 히로시 게이오기주쿠대 교수는 "운동으로 혈류가 좋아지면 심장으로부터 나트륨이뇨펩타이드(natriuretic peptide), 혈관으로부터 일산화질소(NО)가 분비된다. 그렐린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한다"고 설명했다.
운동은 근육을 단련시켜 면역력을 높여주고 혈류를 개선한다. 혈류가 개선되면 혈액순환이 촉진돼 산소와 영양분이 우리 몸 구석구석까지 잘 운반되고 이산화탄소나 노폐물 배출도 잘된다. 또한 운동을 하면 지방이나 신경세포, 혈관 등 온몸의 세포나 조직에 작용하는 '마이오카인(myokine)' '사이토카인(cytokine)' 등과 같은 30여 종의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들 물질은 자전거타기 등의 유산소운동을 1시간, 격한 근육 트레이닝을 10분쯤 하면 근육에서 분비되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유산소운동은 등산, 조깅, 자전거타기, 수영, 테니스, 배드민턴, 빨리 걷기 등이다. 체지방을 태우는 데 집중하는 유산소운동은 일주일에 3~4회 이상, 한 번에 1시간 이내가 가장 적당하다.
최근 들어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하는 방법으로 '고압산소치료(Hyperbaric Oxygen Therapy·HBOT)'가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 원주산학협력단이 2022년 9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압산소가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해 활성산소 발생 억제, 혈당 및 지방간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고압산소치료는 2기압 이상의 압력을 가하는 밀폐된 공간(체임버)에서 100% 산소를 흡입하게 해 혈장 내 산소 농도를 평상시의 10배 이상 증가시켜 손상된 환부를 치유한다. 암, 뇌졸중이나 뇌손상, 족부질환, 수술 후 상처, 돌발성 난청 등 각종 질환을 비롯해 최근에는 줄기세포치료, 항노화에도 접목돼 피부·성형외과에서도 고압산소치료기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보톡스나 스킨케어 등 인위적인 피부 관리보다 세포의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게 진정한 항노화라는 것이다. 윤석호 아이벡스 대표는 "고농도 산소를 조직 내로 공급해 쉽게 회복되지 않는 상처나 조직의 세포를 활성화시켜 치료를 돕고 괴사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의 원천이다. 그러나 세포호흡 과정에서 부산물로 활성산소가 발생해 노화와 함께 암과 같은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인간은 숨을 쉬고 산소를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사는 동안에 활성산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100세 시대 무병장수하려면 개개인이 각자 질 좋은 미토콘드리아를 많이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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