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의대 증원’ 발표를 앞당기려 할까

김원진·김나연 기자 2024. 3. 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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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을 찾은 시민이 고개 숙이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0일 의대 증원분에 대한 배정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증원 배정 규모는 이달 말이나 4·10 총선 직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부와 의료계 대치 장기화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발표 일정이 크게 앞당겨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논의과정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의대 측의 반발이 여전히 큰 상황이어서 대학별 증원규모와 배정 기준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정부는 이르면 오는 20일 의대 증원 배정 결과를 발표한다. 정부가 밝혔던 2000명 증원 규모를 유지하고 비수도권 의대와 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에 의대 정원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에 80%(1600명), 수도권에 20%(400명)가량 배분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정부는 올해 9월부터 시작하는 대입 수시, 5월 입시요강 확정 등의 일정을 고려해 이달 말쯤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정부는 정원 배분의 데드라인을 다음 달 10일 치러질 총선 전으로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정부가 의료계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조차 시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의대 증원 배정 발표를 속전속결로 마무리하는 셈이다. 정부가 증원 배정에 속도를 낸 것은 4·10 총선을 앞두고 악화된 여론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의대 정원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의 ‘타협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길어지면서 발생한 시민들의 피로도가 여론에 반영됐다.

따라서 학교별로 구체적인 의대 정원 규모를 공개해 정부와 의료계 사이 교착된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수도권 중심으로 배분된 의대 정원 수치가 공개되면 의료서비스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수도권 밖 시민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낼 가능성도 있다.

의대가 있는 대학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학교 입장에선 빨리 발표해주면 준비할 시간이 많아진다”며 “학교 행정은 신입생 유치 홍보, 의대 교수 수급 등을 준비하려면 시간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반면 정부가 예상보다 정원을 일찌감치 못 박아 버리면 의료계와 정부 사이 갈등이 해소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는 학교도 있었다. 한 비수도권 대학 관계자는 “(정부가 빨리 발표하면) 행정적으로는 편리하지만 대화의 장이 아예 없어질까 봐 걱정된다”며 “학생들의 유급이나 교수진의 사퇴는 막아야 하는 입장에서 빠른 진행이 염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논의 과정이 불투명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규모에 정당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의대 정원배정위원회는 지난 15일 첫 개최 사실만 공개되었을 뿐, 이후 개최여부, 진행상황 등은 전부 비공개다. 교육부 관계자는 “집중도가 높은 정원 배정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전날 14개 대학에서 257명이 유효한 휴학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유효 휴학 신청자수는 전날까지 7850명이다. 전체 의대 재학생의 41.8%다.


☞ ‘의대 증원 2000명 배분’까지 일사천리···의정 갈등 격화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403191625001


☞ 정원 배분 절차 ‘꽁꽁 싸맨’ 교육부 “의대 정원 배분위는 끝까지 비공개”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403181606011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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