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준금리 17년 만에 첫 인상…잃어버린 30년 되찾을까

신기림 기자 2024. 3. 1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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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 해제…YCC 포기, ETF 매입 중단
춘투 임금인상 33년래 최대…미국과 엇박자 위험
18일 일본 도쿄의 일본 은행 지붕에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다. 2024.03.18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일본에서 17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 금리가 인상되면서 금융 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했다. 일본에서 '잃어 버린' 30년 동안 잠자던 '야성적 충동'이 되살아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지난 2000년과 2006~2007년에도 잠깐 되살아났던 인플레이션에 금리를 올렸다가 일본 경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참사도 벌어진 역사가 있다. 가파른 엔고로 급기야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약처방을 10년 가까이 지속했다.

이번 통화정책의 정상화 시동이 성공하려면 일본 경제가 30년 디플레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 궤도를 되찾을지가 관건이다.

◇2016년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종료…YCC·ETF 매입 중단

19일 일본은행은 이틀 동안의 통화정책 결정회의를 마치고 대규모 금융완화 조치들을 대부분 해제했다.

단기 금리는 마이너스(-) 0.1%에서 0~0.1% 수준으로 인상됐다. 2016년 도입됐던 마이너스 금리가 해제되는 것이며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가 오르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뿐 아니라 장단기 금리조작(수익률곡선통제, YCC)과 상장지수펀드(ETF) 매입도 중단됐다.

YCC 폐지 이후에도 금리 급등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의 국채 매입은 계속하지만 시장 흐름에 반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틀은 없어졌다. 장기금리 유도 목표와 1%로 설정한 상한선을 없애고 시장 흐름에 맞춰 금리 변동이 용인된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YCC 폐지 후에도 "지금까지와 대체로 비슷한 금액으로 장기 국채 매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매월 예정된 금액에 관계없이 국채 매입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현재 월 매입 규모는 6조엔 정도이며, "앞으로는 어느 정도 폭을 가지고 매입 예정액을 제시할 것"이라고 일본은행은 설명했다.

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매입도 종료했다. ETF와 REIT 매입은 2010년에 시작한 정책으로 2013년 취임한 구로다 하루히코 전 총재가 내세운 양적완화 일환으로 ETF 매입이 증가했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도쿄증시의 토픽스 지수가 2% 넘게 떨어지면 ETF를 매입해 왔다. 하지만 주말 대비 하락률이 2%를 넘어선 지난 11일에는 일본은행이 ETF 매입을 보류하면서 시장에서는 정책 변화를 둘러싼 관측이 더욱 컸었다.

REIT는 2022년 6월(12억엔)을 마지막으로 매입을 보류해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태다.

◇임금 33년래 최대 인상률…"마이너스 금리 역할 끝났다"

일본은행이 새로운 경제 전망을 내놓은 4월까지 기다리지 않고 이례적으로 정책 전환에 나선 것은 올해 춘투(노사 임금협상)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춘투에서 정해진 대기업의 임금인상률은 평균 5.28%로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5%를 넘었고 전문가 예상보다 높았다.

조합원 수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률도 4.42%로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들이 큰 폭의 임금 인상에 합의하면서 월급이 늘어나면 가계가 더 많은 돈을 소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25일(현지시간) 도쿄의 일본은행 본사에서 일부 외신과 인터뷰를 갖고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3.5.2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결국 일본은행은 임금 인상과 함께 물가가 상승하는 지속가능한 선순환이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이미 1년 넘게 목표치인 2%를 초과 달성했다.

일본은행은 결정문에서 물가 2% 목표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며 마이너스 금리를 비롯한 대규모 완화정책이 "그 역할을 다했다"고 결론냈다.

물가 2%를 안정적으로 초과할 때까지 통화량 확대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오버슈팅형 공약'도 폐지했다.

◇"2006~2007년 실수 재현 위험…국채 상환비용 부담"

금리 인상폭은 미미하지만 일본은행이 수 십년에 걸친 초완화 통화정책 실험의 마지막 보루였던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이제 일본 금융시장은 한 세대만에 처음으로 금리인상을 목격했고 추가 상승 사이클을 향해 달릴 여건을 마련했다.

금리 상승은 일본 금융시장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한다. 이미 일본의 주요 은행들은 침체한 금융 파생상품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을 수 있도록 트레이딩룸을 준비중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경제가 변화함에 따라 5년 또는 10년의 적응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일본은행이 2006~2007년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제로 금리 정책을 끝내려는 시도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지 못하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일본은행은 2006년 7월과 2007년 2월 0.25%p씩 두 번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는데 문제는 이 결정이 시기적으로 늦었고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 결정과 어긋났다는 것이다.

올해 미국 금리는 하반기 인하가 예상돼 또 다시 일본과 정책이 엇갈릴 위험이 있다. 가파른 엔고가 겨우 되살린 일본 경제의 불씨를 다시 꺼뜨릴 위험이 있다.

결국 관심은 금리인상 속도이며 이 속도는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이 얼마나 이뤄질지에 달렸다. 또한 국가 총생산의 약 260%에 달하는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의 국가 부채의 상환 비용부담도 있다.

일단 일본은행은 추가 인상방침을 밝히지 않았고 이로 인해 엔저는 계속됐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끝냈지만 이날 엔화 약세를 보인 점을 언급하며 "일본은행의 힘으로만 엔화 약세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견해를 재확인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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