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장기 미제 재판 급증… 김귀옥 법원장 나서 직접 재판

법원. 이미지투데이

 

“판사의 직분은 판결이자 재판이기에, 같은 의미에서 법원장도 재판을 하게 됐습니다.”

19일 오전 10시10분께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인천지방법원 416호법정. 지난 2월초 신임 인천지법원장으로 부임한 김귀옥 원장이 제7민사부 부장판사 자리에 앉아 장기미제사건 재판을 시작한다. 김 원장 옆에는 인천지법에서 공보·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정순열 판사와 제7민사부 전담을 맡은 이혜선 판사도 함께 자리했다.

이번에 새롭게 구성한 장기미제사건 재판부로, 그동안 해결되지 않은 재판 100건을 배정받았다. 항소 사건에서는 통상 항소심에 넘어온 지 1년6개월이 지나면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한다.

장기미제사건은 통상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 절차를 밟고 있거나 다른 사건 판결 결과를 봐야 하는 경우, 해외 송달 문제, 의료나 건축 감정 등으로 절차가 늦어지는 경우로 발생한다.

김귀옥 인천법원장. 경기일보DB

김 원장은 이날 지정된 9건의 각 재판 시작에 앞서 “판사가 바뀌었기 때문에 변론을 갱신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첫 마디를 뗐다. 당초 25건을 지정했지만, 절반 이상이 기일을 변경했다.

이날은 원고가 한의사인 피고를 상대로 의료인으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불법 행위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을 시작으로 화물용 승강기 사고로 다친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 등의 재판이 이어졌다.

지난 1995년 대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인천법원장 취임 전인 올해 1월까지 의정부지법 민사항소 재판장으로 30여년간 법복을 입은 베테랑 법관답게 김 원장의 진행은 매끄럽다.

전국에서도 서울중앙지법에 이어 가장 많은 미제사건을 보유한 인천지법이 법원장의 재판 참여로 숨통이 트인 셈이다.

19일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인천지법은 지난 2020년 1월 414건이었던 형사합의부 미제사건 건수가 2021년 554건에서 2022년 729건으로 늘었고 2023년과 올해 1월 각각 772건과 736건으로 700건을 웃돈다. 3년간 미제사건 수가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는 2024년 1월 기준 서울중앙지법 850건에 이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같은 기간 수원지법은 559건으로 나타났다.

인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재판 지연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올해 초부터 ‘법원장 재판부’를 추진했다. 재판 지연 해소를 목적으로 장기미제 사건을 일선 법원장에게 맡긴다는 계산이다.

김 원장은 “대법원장님의 신속한 재판 취지에 맞춰 인천도 법원장이 일선 판사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신속하게 재판하기 위한 지원 방안이나 제도 개선 등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장 재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인천은 법관 1인당 처리해야 할 사건 수도 굉장히 많고, 다른 법원에 비해 업무가 과중한 면이 있다”며 “지금까지 인천지법 판사님들이 훌륭하게 잘 수행했지만, 미제사건이 많아 앞으로는 법관 증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 원장은 “법원장으로서 행정 업무와 재판까지 함께 하면 조금 힘들기는 하겠지만, 보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