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분의 1초’ 초단타 거래 들여다보는 금감원... 주문자는 검사 대상 아냐
DMA 사업의 업무 처리 적정성이 핵심
창구 증권사만 점검… 주문 주체인 고객은 아직
금융감독원이 초단타매매를 주문받는 증권사의 업무 처리가 적정했는지 점검에 나선다. 개인투자자들이 초단타매매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거래 주체에 대한 시세 조종 조사까지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이번 검사는 고객 주문 창구인 증권사 중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시세 조종과 같은 불공정거래를 잡아내려면 증권사에 주문을 넣은 ‘고객’을 조사해야 한다. 불공정거래 행위자는 창구 증권사가 아닌 고객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검사에서 큰 특이점이 발견되면 고객 조사까지 확대할 수 있으나 아직 그럴 계획은 없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부터 직접전용주문(DMA) 서비스를 활발히 하는 증권사 중 일부를 대상으로 업무를 적절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검사하고 있다. 당초 금감원은 DMA 서비스를 시행하는 27개 증권사를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DMA 주문이 많은 복수의 증권사를 먼저 살피기로 했다. 첫 타자는 신한투자증권이다.
DMA란 투자자가 주식을 주문할 때 증권사가 주문 처리 적정성 점검을 기존보다 간소화해 한국거래소에 주문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접수되는 일반 주문은 증권사가 원장을 통해 모든 유효성을 체크해 통상 0.05초 안에 처리된다.
반면 DMA는 일반 원장보다 상대적으로 원장의 기능과 점검 항목이 줄어든 미니원장을 써 일반 주문보다 처리 속도가 빠르다. 이 때문에 1000분의 1초로 초단타매매를 하는 기관들은 DMA를 통해 한국거래소에 직접 주문을 낸다. 주문의 적정성을 간소하게 살피기 때문에 DMA가 불법 행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게 개인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증권사는 고객의 주문을 접수받을 때 해당 주문이 적정한지 확인한 후 한국거래소에 이를 전달하는 의무를 지닌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이같은 의무를 충실히 지켰는지 살피고 있다.
이번 검사는 지난 13일 금감원 주최로 열린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에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DMA를 이용한 불법 행위 가능성을 제기한 데에 따른 것이다.
증권사 검사 결과 불공정거래 혐의점이 발견되면 해당 주문을 넣은 거래자까지 조사를 확장할 수는 있으나 현재는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불공정거래 적발을 위한 고객 조사 여부는 증권사 검사를 마친 후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고객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더라도 불공정거래 제재까지 이어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초단타매매는 알고리즘으로 운용하기에 동원되는 수백, 수천개의 종목을 일일이 살펴야 하는 데다가 알고리즘 자체에 시세를 조종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걸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금감원은 메릴린치증권을 통해 초단타매매를 한 시타델증권을 조사했는데, 시타델증권에 대한 징계안은 2023년이 돼서야 확정됐다. 금감원 조사 4년 만인 지난해, 자본시장 감독·조사 및 회계 업무와 관련한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시타델증권이 고빈도 알고리즘 거래로 시장질서를 교란했다며 11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시타델증권은 제재가 과도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지난해 9월 증선위 상대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 변론에서 시타델증권 측은 “알고리즘은 공정가치를 기준으로 자동 주문이 이뤄진 것”이라고 항변했다. 현재까지 1심도 나오지 않은 상태라 증선위가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더라도 법원이 동일한 판단을 할지는 미지수다.
알고리즘 매매를 이용한 불공정거래는 세계적으로도 처벌 사례가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초단타매매에 대한) 불공정거래는 알고리즘 자체가 시장질서 교란 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지 입증해야 해 일반 사건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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