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갤러리스트와 손 잡은 88세 여류 조각가 '김윤신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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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시기 갑자기 오빠가 사라졌어요. 행방불명 된 거죠. 그때부터 어머니가 장독 위에 물이 담긴 그릇을 올려두고 빌고 또 빌었어요. 그 모습을 떠올린 이후로 (나무를) 깎기 시작했어요."
물 한 그릇을 장독에 올려두고 달을 바라보며 빌고 또 비는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의 전래동화나 사극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무언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는 어머니를 나무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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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아흔 앞두고 고국서 주목
대표작 '합이합일, 분이분일' 등
작품 곳곳 '디아스포라' 묻어나
올 베니스·뉴욕서도 전시 앞둬
“일제강점기 시기 갑자기 오빠가 사라졌어요. 행방불명 된 거죠. 그때부터 어머니가 장독 위에 물이 담긴 그릇을 올려두고 빌고 또 빌었어요. 그 모습을 떠올린 이후로 (나무를) 깎기 시작했어요.”
물 한 그릇을 장독에 올려두고 달을 바라보며 빌고 또 비는 어머니의 모습은 우리의 전래동화나 사극에서 자주 보는 장면이다. 무언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는 어머니를 나무로 표현한다면 바로 이런 모습 아닐까. 88세 여류 1세대 조각가 김윤신의 작품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 分一)’ 이야기다. 장승 같기도 하고, 소원을 빌기 위해 쌓아 올린 돌멩이 같기도 한 이 작품 안에는 '기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19일 국제갤러리 서울관에서 개인전을 연 김윤신은 “예술은 보이는 대로 하는 게 아니라 내면을 표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무를 깎기 시작했다”며 자신의 대표 연작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설명했다.
1935년에 태어난 김윤신은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하는 여성 목재 조각가다. 지난해부터 한국 미술계에 숱한 화제를 낳고 있는 그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대부분 비주류라는 의미와 연결된다.
특정한 미술 사조에 얽매이지 않고 묵묵히 평생 수행과 같은 ‘나무 깎기’를 지속해 온 작가의 국내 정착을 이끈 이는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이다. 지난해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개인전을 끝내고 작가는 국제갤러리·리만머핀과 공동으로 전속 계약을 맺었다. 이후 올해 4월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리만머핀 뉴욕 갤러리 등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합이합일, 분이분일’은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며, 그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제목이면서 동시에, 그의 인생을 설명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그는 1984년 새로운 재료를 만나 작품 세계를 확장 하겠다는 열망으로 아르헨티나로 이주했고, 이후 멕시코, 브라질 등에 머물며 줄곧 이주 작가로 살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 곳곳에는 ‘디아스포라’가 묻어난다.
K1 전시관 한가운데 설치된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근원이 되는 1970년 대 작품 ‘기원쌓기’가 대표적이다. ‘기원쌓기’는 민간신앙 속 장승이나 돌 쌓기 풍습 등 토템의 영향을 받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작품 제작에 쓰인 알가로보 나무는 신비로운 토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알가로보 나무는 물이 없는 건조하고 단단한 자갈밭에서 성장하는 나무다. 작가는 뜨거운 태양 빛이 쏟아지는 아르헨티나에서 우뚝 솟아 버티고 성장하는 알가로보 나무를 자르고 깎아내 나무의 속살과 원래의 모습은 그대로 살려둔 채 다채로운 형태의 ‘기도’를 만들었다.
K2에서는 아르헨티나 대지의 생명력을 연상하는 회화와 조각을 볼 수 있다. 작가는 “그림을 해야 조각을 하고 조각을 함으로써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조각과 회화의 불가분의 관계를 설명했다. 남미 토테미즘에서 한국 전통 색상 및 패턴의 유사성을 발견한 작가는 조각을 색조 및 기하학 실험의 장으로 삼고, 이 작품군에 ‘회화 조각’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작품은 전지구를 휩쓴 팬데믹 시기 적극적으로 변주됐다. 격리로 인해 좋은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진 작가가 일상 주변의 나무 조각을 모아 작품을 제작하는 새로운 작업을 진행한 덕분이다. 이 역시 작가의 작업을 관통하는 철학 ‘합이합일, 분이분일’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전시는 4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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