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보단 퍼포먼스..김흥국의 노골적인 대박의 꿈[MK이슈]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4. 3. 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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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였나요, 무늬뿐인 무례한 제발회 개최 이유가..
‘건국전쟁’ 흥행세에 대놓고 들이댄 ‘박정희 다큐’
14일 영화 제작보고회에 나선 김흥국. 사진|스타투데이DB
역시 대단하다. 오랜 경력자다운 퍼포먼스, 들끓는 ‘들이대’ 스웨그, 노골적인 대박의 꿈. 이승만 다큐 영화 ‘건국전쟁’의 흥행에 감동 받아 영화 제작자로 변신, 평생 뽐내온 ‘해병대 전우회’ 왕관도 단숨에 집어 던졌다. 필요한 그림을 위해 첫 ‘공식석상’을 열고, 목적 달성하니 비매너로 일관, 대박의 꿈에 부풀어 ‘삭발 퍼포먼스’까지 선보이며 열혈 홍보 중인 김흥국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흥국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흥국 들이대TV’에 ‘그리고 하얀 목련이 필 때면’의 제작발표회 현장을 담은 짧은 영상을을 당당히 공개, 작품의 대박을 기원하는 과감한 삭발식을 함께 담았다.

김흥국은 해당 콘텐츠에 담긴 제작보고회 영상에서 “평소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했고 육영수 여사는 어머니 같은 나라의 국모다, 두 분을 존경하고 생각만 했지 감히 영화 제작한다는 생각을 안 했는데 옆에 계신 감독님은 오랫동안 두 분을 공부해 왔다”며 윤희성 감독을 소개했다.

행사 말미에는 영화의 흥행을 기원하며 삭발식을 하기도. 자막에는 ‘영화의 대박을 기원한다’는 문구가 등장했고, 김흥국은 “우리 영화가 잘 됐으면 좋겠다, 우리 다큐멘터리 영화 박정희 육영수 두 분의 영화가 대박 나길 기원한다”며 대박 세 번을 외쳤다.

김흥국. 사진 I 김흥국 유튜브
이는 김흥국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오키드룸에서 개최한 문제적 ‘그리고 하얀 목련이 필 때면’의 제작발표회 현장을 담은 영상이다.

당시 내부 행사와 공식 행사가 전혀 구분되지 않는 현장에서 행사 시작은 예정된 오후 5시 30분이 아닌 5시께 임의 시작됐고, 취재진 보단 내부 카메라 내빈들로 가득했다. 게다가 해당 삭발식은 취재진 앞에서는 진행되지 않았다. 취재진이 모두 빠져나간 뒤 그들만의 축제 안에서 자체 카메라로 담은 퍼포먼스다.

이날 행사 시작 30~40분 전 현장에 도착했지만,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귀빈들로 가득차 예정된 저녁 만찬을 두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사담으로 시끄러웠고, 언론에 취재 요청을 한 공식 제작보고회임에도 취재석도 포토라인도 아예 없었다.

당시 현장 관계자를 겨우 찾아 취재석이 어디 있냐고 묻자, 그는 곧 ‘흥 픽쳐스’ 관계자에게로 향했고 “기자들이 진짜 왔나”라는 황당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자리가 없으니 빈 자리에 안내하라”고 했고 무대가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몇 몇의 취재진이 술잔 등을 치우고 겨우 노트북을 켰다. 본 행사가 시작되면 정리가 될거라고 예상했지만, 갑자기 누군가 마이크를 잡고는 “기자분들이 바쁘신 관계로 지금 짧게 제작보고회를 진행할게요”라더니 “질문하실 기자분들 앞으로 나오세요”라고 말했다.

노트북을 던져 놓고 마이크를 잡으란 건지, 군중 틈을 뚫고 나가 무대에 앉아 있는 김흥국과 감독 앞에 서서 발표를 하라는 건지, 처음 경험하는 무례한 현장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해방 정부 역사를 담고, 숨은 비화들을 공개,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겠단 원대한 포부의 진지함도, 진정성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건국전쟁’의 이례적 신드롬에 어떻게든 묻어 뭐라도 건져보잔 분위기, 딱 그 정도.

그나마 질문에 답이라도 전문성 있고 알차게 해줬다면 실망감이 덜했겠지만, “‘건국전쟁’ 보고 감동 받아 눈물 흘리며 제작하게 됐다”, “영화 제작에 들이대게 됐다”, “빨리 만들어 빨리 개봉할 거다”, “손주와 손잡고 어르신들이 볼 수 있도록 여름방학 개봉을 노리고 있다’, “노래도 만들고 책도 낼 것” 등 작품 내실에 대한 질문보단 부가가치 창출, 흥행에 대한 욕심만 강조할 뿐이었다.

취재 테이블에선 무대가 보이지도 않았다. 사진|한현정 기자
행사 시작 시간에 맞춰 온 취재진은 패싱, 그나마 와 있는 기자들에겐 무례하고, 사진 기자들 조차 소피스드로 몇 컷 찍고 빠져나와야 했다. 행사 진행이 한창인 시간에 기자들 앞에서 몰려오는 내부 손님들을 그대로 받으며, “기자들 나가면 그 자리에 앉으면 된다” “금방 끝난다” “기자들 때문에 자리가 없다”며 쏟아 부으니 취재 기자들 역시 급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어쩐지 준비 기간도 짧고, 답변은 무성의하고, 정체 불명의 내부 카메라만 득실 되더니, 콘텐츠 제작을 위해 깔아놓은 판에 공식 행사의 의미를 더하기 위함이었다. 원하는 그림이 확실하니 그것만 담으면 그만이니, 현장 준비는 미흡, 시간 약속도 꽝, 개념은 텅텅, 전문성은 제로였던 것.

어쩔 수 없이 정치 다큐의 숙명이 쉽게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고, 갈라진 진영에 따라 논쟁도 피해갈 수 없을 터. “보다 치열한 논쟁과 논란을 통해 건강한 화합의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는 메가폰의 진심은 김흥국 측의 노골적인 야욕으로 완전히 묻혔다. 영화는 ‘진정성’이 담기는 게 기본이요, 그것이 관객과 소통하는 가장 근본적이고도 강력한 무기다. 논란과 선입견,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등불이고. 진영을 떠나 인간 대 인간의 최소한의 존중이 없는데 어떤 소통과 화합을 이뤄낼 수 있을까. 그것을 간과한 제작자 김흥국의 출발에 어떻게 박수를 보낼까. 우려가 앞설 수밖에.

‘그리고 하얀 목련이 필 때면’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영부인 육영수 여사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70% 실록 영상에, 30% 재연이 혼합된 120분 논픽션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김흥국은 영화를 위해 흥.픽쳐스를 설립, 대표 이사로 영화 제작에 동참했다.

한편, 지난 12일 해병대전우회는 김흥국을 부총재직에서 해촉했다. 이들은 “김흥국 활동에 대해 전우회에서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고, 김흥국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혀 해촉 처리했다”고 밝혔고, 김흥국은 “해촉이 아니라 자진 반납한 거다. 해병대에 누를 끼치면 안 되니까, 정관에 따라 자진 반납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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