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별곡] 이제 다시 '듄' 게임을 기대할 시간이다

정리=박명기 기자 2024. 3. 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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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SF소설, ‘스타크래프트’ 등 RTS 게임 장르에 큰 영향   
영화 '듄'의 포스터

영화 '듄2'도 전편과 같이 글로벌 초대박을 쳤다. 북미시장서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8000만 달러(약 1052억 원), 전 세계서 1억 7850만달러(약 2385억 원)를 벌어들였다. 

이 영화는 미국 프랭크 허버트 작가가 1965년 내놓은 소설 '듄'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20세기 최고의 SF소설이라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듄'은 이미 여러 차례 게임으로도 발매된 역사가 있다. 게임톡에서 영화 '듄' 개봉 시기인 2021년 11월 23일에 '[게임별곡] 영화 '듄'이 '스타크래프트' 원조였구나!'라는 기사로 재조명했다. 

[게임별곡]의 필자 김대홍이 영화관을 찾아 '듄2'를 직접 보고, 3년 전과 다른 영화와 '듄' 게임의 배경과 스토리를 짚어봤다. 1부 영화 뒷얘기에 이어 2부에서 재탄생한 게임들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 게임 '듄2' RTS 장르의 효시...큰 영향을 끼친 명작

[Dune II Game]

프랭크 허버트의 원작 소설 '듄'이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방대한 양의 이야기를 자랑하고 많은 인기를 얻게 되자 많은 매체에서 이를 활용하려고 시도했다. '듄'을 소재로 한 작품은 영화 외에도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듄은 이미 여러 차례 게임으로 발매된 역사가 있다. 

'듄'을 소재로 출시된 게임 중에는 1979년 출시한 보드 게임부터 TCG까지 다양한 매체로 게임이 출시되었다. 그 중 1992년 출시한 '듄2'는 RTS 장르의 효시로 평가받으며 훗날 출시되는 많은 RTS 게임들에 큰 영향을 준 명작으로 남았다.

'스톤커스'(Stonkers, 1984)이나 '해지조크 쯔바이'(Herzog Zwei, 1989) 등의 실시간 요소를 도입한 게임이 이미 출시했기 때문에 '듄2'가 최초의 RTS 게임은 아니지만 당시 '듄2'가 처음 시도했던 마우스의 도입과 자원 채취 시스템, 기지를 기반으로 한 유닛 생산과 테크 트리 시스템 등은 이후 출시되는 RTS 게임들에 큰 영향을 줬다. 

'듄2' RTS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몇몇 사람들은 '그럼 RTS '듄1'은 언제 출시됐지'라고 궁금해했지만 정작 RTS 게임 '듄1'은 없었다. 처음부터 '듄2'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다. 이는 '듄'이라는 동명의 다른 게임이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개발사인 웨스트우드의 '듄2'가 발매될 당시에 이미 모회사인 버진 인터랙티브에서 '듄'이라는 이름으로 같은 이름의 게임을 발매했다. 어쩔 수 없이 게임 이름이 '듄'이 아니라 '듄2'가 되어버렸다. 

[듄(DUNE) - Virgin Games, 1992]

당시 프랑스의 게임 개발업체 크이요(CRYO)는 '듄' 게임을 개발 중이었는데 1990년 9월 버진 인터렉티브의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크이요의 게임 개발 진행방식의 문제점과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개발 계획을 취소하고 미국 스튜디오 중에 하나인 웨스트우드에 게임 개발을 맡겼다. 

버진 인터랙티브와 크이요는 아직 정식 계약을 하기 이전이라서 계약 취소는 문제가 없었지만 문제는 크이요 개발팀은 '듄'을 포기하지 않았고 계속 개발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만들기 시작한 거 끝까지 만들어보자는 심산이었는지 그 내막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듄'은 완성됐고 크이요 경영진은 완성된 게임을 들고 버진 인터랙티브를 찾아왔다. 

[Cryo Interactive Entertainment – DUNE(1992)]

완성된 '듄' 게임을 본 버진 인터랙티브의 경영진 역시 취소된 줄 알았던 게임이 만들어져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게임의 완성도를 보고 마음을 바꿔 정식으로 개발 승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듄'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두 개의 게임이 등장했다. 

 

■  한국서도 '삼국지' 유저들 열광...'듄2' 턴 방식도 신선한 충격

[게임 : 삼국지 II]

'듄2' 이전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보통 턴 방식이었다. 1990년대 가장 인기 있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중에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가 있다. 턴 방식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말 그대로 플레이어와 상대편이 한 턴씩 진행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가 한 턴을 진행하고 나면 상대방(보통은 컴퓨터)이 한 턴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당시 한국은 아무래도 가까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고 일본에서는 코에이가 '신장의 야망'을 시작으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1985년 '삼국지', 1987년 '징기스칸', 1989년 '신장의 야망2' 등 출시한 게임마다 호평을 받으면서 한국에서도 코에이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삼국지' 시리즈는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콘텐츠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어릴 때 보던 소설이나 만화로 익숙한 삼국지를 게임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와 같은 턴 방식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은 병력을 배치하고 이동한 다음 공격 가능한 적군이 있으면 공격하고 유닛 특성상 공격이 불가하거나 공격 거리 안에 적군이 없으면 명령을 모두 끝마치고 다음 턴에 상대방의 이동과 공격이 시작된다. 그 때는 그냥 하염없이 화면 안에 나의 소중한 병력들이 두들겨 맞는 것을 보면서 구경하는 것 밖에는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삼국지'라는 걸출한 콘텐츠를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 중에 한 명이 되어 소설 속의 그 전장을 누비는 상상을 하며 군대를 호령하는 재미는 어떤 게임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재미를 안겨줬다. 당시 PC에 삼국지 게임 없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로 국민게임 반열에 올랐다. 

[게임 : 삼국지 III]

그 이후로도 '삼국지' 시리즈나 '대항해' 시리즈 등의 코에이 게임들은 턴 방식의 게임들이 대부분 같은 방식의 게임들이었다. 삼국지 시리즈뿐만 아니라 '천사의 제국'이나 '파랜드 택틱스'와 같은 당시 인기 있던 여러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 거의 전부 턴 방식이었다. 턴 방식의 게임들 외에도 다른 방식의 게임들도 있긴 했는데 대표적인 게임 중에 하나가 '은하영웅전설'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은하영웅전설3 SP]

1993년 출시한 '은하영웅전설3 SP'같은 경우는 특이하게도 실시간 턴 방식을 도입했다. 플레이어가 전투 명령을 지정한 후에 실행을 누르면 양측 진영이 사전에 입력해 놓았던 명령을 동시에 실행한다. 

즉, 내가 상대편을 때리는 동안 가만히 맞고 있었던 턴 방식과 달리 내가 움직이면 동시에 상대편도 움직이거나 공격, 상대가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예측해서 신중하게 이번 턴의 명령을 입력해야 했다. 

이러한 전투 방식은 당시 다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과 비교하면 매우 특이한 형태였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방식에 고전을 하지만 익숙해지면 상당히 현실감 있고 긴장감 있는 전술이 가능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팬 층을 형성하며 인기가 많았다. 후에 코에이의 삼국지 시리즈 중에서는 '삼국지6'에서 이런 형태의 전투를 도입하기도 하였다.

[듄 2000]

1990년대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대부분 이렇게 한 턴씩 차례대로 진행하는 턴 방식의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시기에 등장한 RTS는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금이야 별다를 것 없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진행방식이지만 한 턴씩 진행하는 게임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 내가 뭔가를 하지도 않았는데 적이 자기 맘대로 움직이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한 턴씩 진행하는 게임에 비해 긴장감 있고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게임 방식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적절하게 들어맞아 RTS 인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게임들을 압도하고 전 세계를 강타했다.

 

■ 듄2, 워크래프트-C&C-스타크래프트 RTS 계보 이정표

'스타크래프트'는 확장팩 '브루드워'가 추가되면서 타의 추종하는 게임이 되었다.

'듄2'가 없었다면 이후 등장하는 '워크래프트1', '커맨드 앤 컨쿼(C&C)'에 이어 '스타크래프트'까지 이어지는 RTS의 계보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듄2' 게임 자체로는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극적인 성공을 거둔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게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며 RTS 게임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정표가 됐다.

'듄'을 비롯한 여러 RTS게임들은 199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FPS 게임과 MMORPG의 등장과 함께 점점 힘을 잃었다. 그러다가 AOS의 등장으로 결국 PC 게임 시장은 1980~1990년대 다양했던 게임 장르들이 사라지고 FPS와 RPG, AOS 및 스포츠 게임 등 몇 종류의 게임들이 장악하고 있다. 

물론 2000년대에도 '듄' 게임은 꾸준히 출시됐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다. 1998년 '듄' 게임의 배급사였던 버진 그룹이 경영 악화로 인해 개발사인 웨스트우드를 EA에 매각하면서 진행 중이던 여러 프로젝트들이 취소되거나 중지됐다. 

'듄2'가 세상에 던져 놓은 RTS의 불 같은 바람은 계속해서 번져 나갔다. 결국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까지 이어지는 계보를 만들었다. 결국 EA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에 맞설 RTS 게임이 필요했고 버진 그룹의 웨스트우드를 매입할 때 함께 사들인 '듄' IP(지적재산권)를 떠올렸다.

'듄2' 게임이라면 역사적인 의미도 있고 흥행 부분에 있어서도 충분히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한 EA는 서둘러 '듄2' 회생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당시 기술 수준을 고려하여 신형 버전으로 리메이크를 결정한 '듄2000'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듄 2000]

앞서 큰 인기를 얻었던 'C&C' 게임의 엔진을 사용해서 리메이크를 한 '듄2000'은 2000이라는 숫자보다 앞선 1998년 출시했다. '듄2000' 게임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멀티플레이 모드를 지원하고 640 X 400 해상도에 16비트 컬러를 지원해 보다 진보한 그래픽을 보여줬다. 

또한, 여러가지 특수효과도 지원하는 등 시각적인 면에서는 충분히 좋은 게임이었지만 결국 이전에 나온 '듄2'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게임성과 유닛간 밸런스 문제 등 '스타크래프트'와 상대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물론 골수 팬들에게는 환영을 받아 '듄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활발한 활동도 했지만 대중적인 인기에서는 '스타크래프트'에 비할 수 없었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Age of Empires)]

그 시기에 웨스트우드는 C&C로 그 명성이 높아진 상태였고 C&C를 접한 사람들은 C&C를 만들고 그 이전에 듄 2를 만든 웨스트우드에서 개발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기대를 안고 '듄2000'게임을 찾기도 했지만 사실 '듄2000'은 웨스트우드가 아니라 전혀 다른 회사인 인텔리전트 게임스가 개발한 게임이다. 

정작 본 게임을 개발한 회사가 아닌 전혀 다른 회사에서 개발을 진행하다 보니 아무래도 본작의 재미를 제대로 살리기에는 힘들었다. 실제로 '듄2000' 게임에 실망한 사람도 많다.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Age of Empires)]

그리고 비슷한 시기인 1997년에만 해도 '토탈 어나힐레이션', 'KKND', '다크레인',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등 많은 RTS들이 출시되면서 '듄2000'의 힘은 이전만 못했고 RTS 시장은 여러 게임으로 분산됐다.

 

■ '듄' 게임 흥행작 거의 없어...불붙은 영화 이어 이제 게임 차례

영화 '듄 파트 2' 포스터.

'듄' 게임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듄2000' 이후 2001년 웨스트우드와 인텔리전트 게임즈가 공동 제작한 '엠퍼러 : 배틀 포 듄'이 출시됐다. 

'배틀 포 듄' 게임은 RTS에 3D 기술을 적용한 게임으로 기술력에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이미 RTS의 인기가 저물어가는 시기이기도 했고 무언가 극적인 한 방을 노리기에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FPS와 MMORPG의 대세를 거스르기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출시된 듄과 관련된 게임은 여럿이지만 '듄'을 소재로 한 게임 중 전 세계적인으로 큰 인기를 얻고 흥행에 성공한 게임은 사실상 없다. 아무래도 원작 소설 자체가 대중적으로 널리 접하기에는 다소 무겁고 방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보니 원작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 기획력에도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이유 중에 하나다. 

1980년대에 개봉한 영화도 흥행에 실패한 이유 중에 하나로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원작의 묘미를 살린 연출의 어려움이 많았던 탓도 있다.

시간이 흘러 지금 '듄: 파트 2' 영화가 개봉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연출력이나 기술력을 문제 삼지 않는다. 원작 소설이 발표되고 60여년이 지나서 이제서야 진정한 '듄'을 영화로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는 다시 게임 차례다. 영화의 폭발적인 인기로 듄의 작품성은 다시 한번 입증됐다. 이제 이전보다 더 광범위한 계층으로 인기를 전파한 영화의 인기를 바탕으로 듄을 소재로 하는 게임이 출시되어 다시 듄의 세계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스파이스를 지배하는 자, 우주를 지배한다."
(He who controls the spice controls the universe.)
- 영화 '듄' 캐치프라이즈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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