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VS長' 고려아연 주총, 결국 무승부…힘 겨루기 지속

김지영 2024. 3. 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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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측 "정관 변경 부결된 것 자체로 의미 있어"
고려아연 "내년 주총서 유상증자 한도 변경 건 올릴 것"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고려아연 내 두 집안의 싸움이 무승부로 일단락됐다. 이번 주총 안건을 두고 직전까지 첨예하게 싸움을 벌인 영풍의 장형진 고문 측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의 힘 겨루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은 19일 오전 서울 강남구에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은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를 보고함과 동시에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주식발행·배정 표준정관 반영 △이사·이사회 개정상법 반영 △주식소각 개정상법 반영 △이사 선임의 건 등을 다뤘다.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의 최씨 일가가 표 대결을 벌여 무승부로 끝났다. 장형진(오른쪽)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영풍, 고려아연]

이번 주총의 관건은 배당안과 정관변경의 건이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1주당 5000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안건과 신주발행 대상을 외국계 회사로 국한하는 내용의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영풍 측은 배당금이 전기 1만원보다 5000원 줄어드는 것에 반발하며 전기와 같은 배당을 해야 한다고 맞섰다. 고려아연은 순이익 감소로 배당을 줄인다는 입장이지만, 영풍은 신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익이 감소한 것이라며 예년과 같은 수준의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관변경의 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상장사 97%가 실시하고 있는 상법상 표준정관에 맞추기 위해 정관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영풍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원활해지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고려아연 내 장씨 일가인 최대주주 영풍 측 보유 지분은 32% 가량이며 최 회장 일가의 지분은 우호지분을 합쳐 33% 가량이다. 두 안건을 두고 양가가 첨예하게 싸우고 있어 지분 8.39%를 보유한 국민연금, 30.88%의 소액 주주의 표가 양측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됐다.

삼엄한 경계 속 주주총회가 개최됐다. 당초 주총은 9시부터 개회할 예정이었으나, 영풍 측의 위임장 확인 절차 등이 길어지면서 시작 시간이 지연됐다. 최 회장과 장 고문 대신 대리인이 주총장에 참석했으며 주총 참석율은 90.31%였다.

업계에선 특별결의로 진행하는 정관변경은 영풍의 승리, 보통결의로 진행하는 배당안건은 고려아연의 승리로 예상했다. 특별결의는 출석 주주의 3분의 2,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영풍 측이 보유한 지분만 32.09%로, 이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미 반대가 39%로 사실상 통과가 어렵다.

보통결의는 출석 주주의 과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 양측 모두 32%대의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고려아연의 편을 들어 최 회장 측의 판정승이 점쳐졌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정관 변경의 건은 참석 주주 53.02%가 찬성하면서 과반을 넘겼지만, 특별 결의 사항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배당안은 고려아연의 안건이 62.74% 동의를 받아 주당 5000원이 상정됐다. 이날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았던 국민연금은 두 안건 모두 고려아연의 편을 든 것으로 드러났다.

영풍 측은 "이번 고려아연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막아낸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현 정관으로도 유상증자를 한 바 있는데 정관마저 변경하면 무제한적인 유상증자가 일어나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정관 변경만은 막아야 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정관 변경 건은 기존에 외국인 합작법인에게만 신주발행 허용하는 정관을 삭제하겠다는 것이지 유상증자 한도를 늘리겠다는 건 아니었다"며 "영풍은 합작법인 관련 정관이 없고 유상증자 한도는 100분의 30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내년 정기 주총에서 100분의 20으로 줄이는 안을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 회장과 장 고문 모두 재선임에 성공하며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가 이어져 힘 겨루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하기 전 수준인 지분 35% 수준으로 회복하는 차원"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계획된 건 아니"라고 답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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