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 사직 가시화…출구 없는 의정 갈등에 주요 병원 '촉각'
정부, 20일 의대 정원 배정 발표…의대생 "의료 시스템 붕괴 멈춰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근무현장을 이탈한 지 한 달이 넘은 가운데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의 집단 사직 또한 가시화하면서 의료 현장의 혼선이 지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현장에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 1천300여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공시송달(공고)하면서 의·정간 강대강 대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각 지역 주요 병원의 경영난이 심화하자 지방자치단체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며 의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의대 교수 집단 사직 현실화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오는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부산대병원 교수진도 같은 날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부산대 교수회, 양산부산대병원 교수회는 19일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방침을 전했다.
이 대학 교수협의회는 전날 의대 교수 555명에게 사직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 조사에 참여한 356명의 79.5%가 자발적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집계했다.
교수협의회는 "자유민주주의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면서 "정부는 직접 필수 의료를 담당해온 교수와 전공의들의 간절한 호소를 무시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을 고집해 자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사직 이유를 밝혔다.
대구가톨릭대 및 계명대 의과대학 교수들과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진도 정부 입장 변화가 없는 이상 집단 사직을 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3개 병원(서울아산·울산대·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대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1일부터 교원들로부터 사직서를 취합하고 있다.
대전 건양대의료원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1일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사직서 제출 방식과 시점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사직서를 내더라도 환자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진료 과목을 정상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충북대병원·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방문하는 충북대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피켓 시위를 한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이날 총장, 의대학장을 만나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들이 학교에 돌아올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할 것으로 전해졌다.
커지는 의정 갈등에 의료현장 혼선 지속
전공의와 더불어 교수들까지 업무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자 각 지역 주요 병원은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기존 비뇨기과·성형외과 2개 병동에 이어 이날부터 정형외과 1개 병동을 추가로 폐쇄했다.
입원 환자가 급감한 진료과의 간호사 등 의료진은 중환자실이나 필수과 병동에 재배치해 사태 장기화에 대응하고 있다.
강원대학교병원은 인력 부족으로 정형외과 병동 운영을 하지 않고 있고, 강릉아산병원은 전체 병상의 10%를 축소 운영 중이다.
전공의 101명이 자리를 비운 제주대병원도 지난 15일부터 정형외과 재활병동을 폐쇄하고, 이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사와 보조 인력 20명을 전공의 업무 대체 조직인 비상진료지원팀에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수술·입원 환자 감소로 병원 적자도 가중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병원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현재까지 200억원을 대출받았고, 향후 추가 적자 발생 시 추가 대출을 받을 예정이다.
환자 수가 크게 줄면서 경북대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도 병동을 통폐합하거나 병상을 축소했다.
제주도는 제주대병원의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재난관리기금 7억원을 들여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전북자치도는 재난관리기금 8억 원을 우선 투입했다. 군산·남원·진안 등 3개 지방의료원의 평일 연장 진료와 주말·휴일 진료 확대를 위한 연장근무 수당에 1억6천만 원을 반영했다.
대전시는 내달 1일 야간·휴일에도 소아청소년과 외래진료가 가능한 '달빛어린이병원'을 기존 5곳에서 6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응급환자의 전원(병원 간 이송)을 지원하는 광역응급의료상황실도 내달 1일 서구 탄방동에 문을 연다.
'집단 유급' 위기 놓인 의대생들
이런 가운데 전국 각지의 의대생들도 휴학계를 낸 채 여전히 수업 거부 등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분 '2천명'에 대한 대학별 배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20일 오후께 이를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혀, 양측 간 갈등의 골은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다.
현재 인하대 의대의 경우 신입생 52명을 제외한 재학생 252명 중 238명이 휴학계를 낸 상태다.
인하대 의대 교수들은 실질적인 수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전공수업 위주로 3월 말까지 휴강하기로 했다.
충북대 의예과 학생 90여명은 개강일이던 지난 4일부터 수업에 나오지 않고 있다. 내달 5일까지 수업에 나오지 않으면 유급 처리된다.
울산대 의과대학에서는 학생 240명 중 190여 명이 전공의 집단사직에 동참해 휴학계를 제출했다.
학칙상 1학년(40명)은 휴학계 제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예과 2학년과 본과 1∼4학년 정원 200명 중 대부분이 동맹휴학에 동참한 셈이다.
대학은 오는 29일이면 수업일수 4분의 1을 넘겨 규정상 유급이 발동될 것으로 보고, 4월 1일에 개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사태와 관련해 아주대 의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지난 18일 SNS 계정에 "정부는 환자를 담보로 의사를 협박하고 의료 시스템을 붕괴하려 하고 있다"며 "의사가 환자 곁에 있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박철홍 박정헌 강태현 박주영 김상연 박세진 백나용 이성민 나보배 장지현 박성제 김솔 기자)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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