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잇단 경고에도… 네타냐후 ‘마이웨이’

■ 한달여만에 통화… 이견만 확인
네타냐후 “전쟁목표 달성 논의”
바이든 “라파 군사작전에 우려”
이·하마스 휴전협상도 회의적
이, 가자 알시파 병원 재차공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한 달여 만에 통화를 했으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라파 공격 문제를 놓고 이견만 재확인했다. 양측은 이 문제를 워싱턴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지만, 입장 차가 워낙 커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 협상도 초반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18일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약 45분간 통화를 갖고 라파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는 지난달 15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오늘 바이든 대통령과 45분간 통화하면서, 하마스 제거와 인질 구출, 가자지구발 안보 위협 해소 등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 약속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자지구 필수 구호 확대 약속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최대도시 가자시티에서와 같은 대규모 군사작전을 라파에서 벌이는 것에 깊이 우려하는 이유를 설명했다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라파에 100만 명 이상의 가자지구 피란민이 체류 중인 점, 라파가 인도주의적 지원이 들어가는 통로라는 점, 이집트가 접경지대인 라파에서의 대규모 군사작전을 걱정하고 있는 점이 미국의 우려 사항이라며 “(라파에서의) 대규모 지상 작전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라파 문제 논의를 위해 군사정보 및 인도적 지원 분야 등의 고위급 당국자로 구성된 팀을 미국으로 파견해줄 것을 제안했으며 네타냐후 총리도 동의했다고 설리번 보좌관은 전했다.

라파 폭격 잔해속 라마단 라마단 기간인 18일 가자지구 라파에서 한 가족이 해가 진 뒤 식사를 하기 위해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에 둘러앉아 있다. AP 연합뉴스

이날 재개된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에 대해선 벌써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카타르 도하로 파견된 한 이스라엘 관리는 “이번 협상은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 특히 하마스 대표단이 지도부와 소통에 문제가 있어 소요 기간도 2주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의 요청으로 재개된 이번 협상에서 이스라엘은 6주간의 휴전과 40명의 인질 석방안을 중재국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수용하기 어려운 새로운 조건을 제시해 어려운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리번 보좌관은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을 재차 공격해 하마스 무장대원 20명을 사살했다. 또 하마스 서열 3위인 마르완 이사가 지난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스라엘은 마르완 이사를 하마스 정치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군부 지도자 무함마드 데이프와 함께 테러의 삼각인물로 부르고 있다. 유엔은 이날 계속되는 전쟁으로 가자 주민 110만 명이 재앙적인 굶주림에 직면해 있다며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