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총선도 흔드는 중국發 가짜뉴스[포럼]

2024. 3. 1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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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22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려했던 가짜뉴스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관영 매체 '관찰자망'이 '윤석열 정부가 파업 전공의를 입대시키거나 징역 선고할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확산시키고, 환추스바오(環球時報)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한국 정부를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총선과 연관된 중국 매체 또는 중국계 유튜버들의 조직적 가짜뉴스 유포와 '댓글부대' 역시 같은 형태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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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총선이 22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우려했던 가짜뉴스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했다. 그 시동을 중국계 인터넷 매체들이 걸고 있다는 느낌이다. 중국의 관영 매체 ‘관찰자망’이 ‘윤석열 정부가 파업 전공의를 입대시키거나 징역 선고할 것’이라는 가짜뉴스를 확산시키고, 환추스바오(環球時報)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한국 정부를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이를 받아 ‘매국윤첩’ ‘하나의 중국’ 같은 중국계 온라인 계정들이 본격적으로 반정부 여론 조성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정부는 이번 선거 기간에 딥페이크 같은 첨단 기술을 이용한 가짜뉴스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하지만 이처럼 해외에서 유입되는 가짜뉴스와 외국계 온라인 매체들의 선거 방해 활동에는 소극적이다.

가짜뉴스가 처음 알려진 것은 2016년 미국 대선과 2017년 영국 브렉시트 투표였다. 두 선거에서 일반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가 나온 원인이 가짜뉴스였고, 그 배경에 친러시아 성향의 온라인 매체들이 활동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중국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확산시킨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른바 적대국의 정보 시스템을 마비시켜 체제를 붕괴시키는 ‘샤프 파워 전략(sharp power strategy)’의 하나다.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태에서 군사적·비군사적 활동이 복합된 ‘하이브리드 또는 회색지대 전쟁(hybrid or gray zone warfare)’이다. 허위 정보, 정치적 영향력 등을 이용해 큰 저항 없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하이브리드 전쟁에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 허위 정보 즉, 가짜뉴스다.

특히,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은 개방형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 가짜뉴스에 더 취약하다. 이 때문에 가짜뉴스는 권위주의 국가에 절대 유리한 비대칭 무기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러시아는 샤프 파워 공세를 위해 다수의 국영 매체들을 직접 운영하고, 민간 트롤(troll) 조직을 활용해 온라인 여론을 조성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총선과 연관된 중국 매체 또는 중국계 유튜버들의 조직적 가짜뉴스 유포와 ‘댓글부대’ 역시 같은 형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고도화한 온라인 네트워크를 가진 반면, 외부의 샤프 파워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어 장치는 크게 취약하다. 최근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DSA), 디지털시장법(DMA), 인공지능(AI)법 같은 법안을 제정해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당연히 가짜뉴스 같은 허위 콘텐츠에 대한 규제도 포함돼 있다. 특히 AI법에서는 선거 관련 정보를 의료·교육과 함께 ‘고위험등급’으로 분류, 사람이 직접 감독하는 위험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규정한다.

물론 가짜뉴스 규제가 얼마나 효과 있을지 몰라도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음은 분명하다. 이제 선거 관련 가짜뉴스는 국내 정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비전시 상황에서 사용되는 새로운 형태의 심리전 도구다. 특히, 우리 사회는 한물간 이념 갈등 혼돈에 빠져 있다. 중국을 비롯한 반민주주의 국가들의 샤프 파워 공세를 국내 정치 관점이 아닌 국가안보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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