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선 폭격’ 대비할 우주망원경 작동 중단…왜?
자세 제어용 ‘자이로스코프’ 1개 고장
SW 개선으로 임무 재개 추진…노후화는 불안
지구 생태계를 절멸시킬 수도 있는 천문 현상인 ‘감마선 폭발’을 감시·관측하는 우주 망원경 작동이 중지됐다. 망원경을 관측에 필요한 방향으로 돌리는 동체 내 핵심 부품이 고장 났기 때문이다. 이 망원경을 운영하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긴급 복구에 나섰다.
NASA는 18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지난 15일 ‘네일 게렐스 스위프트 우주망원경’ 동체에 장착된 자이로스코프 3개 가운데 하나의 성능이 저하돼 과학적인 관측 작업이 일시 중단됐다”며 “현재 스위프트 망원경은 안전 모드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자이로스코프는 우주에 떠 있는 스위프트 망원경을 지상 통제소가 원하는 천체 방향으로 돌리는 데 사용하는 자세 제어 장치다. 자동차로 치면 운전대다. 모든 우주망원경에서 자이로스코프는 임무를 지속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NASA는 “스위프트는 자이로스코프 2개로도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위프트 망원경은 2004년 발사돼 현재 지구 고도 약 600㎞ 상공에서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관측 목표는 우주에 존재하는 빛 가운데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감마선이다. 특히 이 감마선이 짧은 시간에 뿜어져 나오는 ‘감마선 폭발’ 현상을 잡아내도록 특화돼 있다.
감마선 폭발은 수명을 다한 거대한 별이 붕괴할 때나 중성자별끼리 충돌할 때 생긴다. 감마선 폭발은 짧게는 100분의 1초, 길게는 수시간 지속된다.
감마선 폭발의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주적인 관점에서는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한 감마선 폭발 지속 시간에 태양이 100억년 동안 뿜는 에너지를 모두 쏟아낸다. 이 때문에 일부 과학계에서는 감마선 폭발에 지구가 정면 노출될 경우 생태계 대량 파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감마선은 강한 방사선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스위프트 망원경은 감마선 폭발을 1000건 넘게 포착했다.
NASA가 자이로스코프 고장에 대응할 방안을 미리 만들어놓은 만큼 조만간 스위프트 망원경은 재가동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노후화는 여전히 불안 요소다. 스위프트 망원경은 임무를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째에 들어선다. 애초 발사 때 예상 수명은 2년이었다.
NASA는 “스위프트 망원경을 관리하는 기술팀이 가능한 한 빨리 관측을 재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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