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돈놀이’ 비판에도 평균연봉 1.2억원 육박
주요 시중은행, 금융지주 직원(임원 제외)의 연 급여(연봉) 평균이 무려 1억2000만원~1억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남성 은행원의 연봉은 여성보다 평균 3000만원 이상 많아 1억30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은행업계는 지난해 3분기까지 무려 31조원이라는 막대한 이자 이익을 얻는 등 서민들을 상대로 “이자 장사”, “돈놀이 했다”며 정부와 금융 당국의 질타를 받고 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큰 수익을 내면서 직원들 연봉이 1억원을 훌쩍 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은행을 두고 “맑은 날 우산을 빌려주고 비 오면 뺏어가는 곳”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신용도나 경제적 상황이 좋을 때 대출 등의 지원을 하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손실을 우려해 자금회수에 나서는 것을 비판한 말로, 서민들은 은행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11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은행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일갈하면서 “은행이 고금리로 과도한 이익을 남겼다며 은행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를 의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일 연합뉴스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최근 공시한 '2023년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은행 직원 1인 평균 급여는 1억16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1억1275만원)과 비교해 1년 새 2.9% 늘었다.
은행별 평균 급여는 △KB국민 1억2000만원 △하나 1억1900만원 △신한 1억1300만원 △우리 1억1200만원 순이었다.
직원 급여를 성별로 나눠보면, 4대 은행의 남성 평균 연봉(1억3375만원)이 여성(1억125만원)보다 3250만원이나 많았다.
여성 직원 가운데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은 '단시간' 근로자의 비중이 남성보다 큰 데다 평균 근속 연수도 남성보다 짧기 때문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이러한 가운데 일반적으로 직급이나 근무 연차가 높은 직원들이 몰려있는 금융지주의 경우 평균 연봉이 2억원에 근접했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평균 직원 급여는 1억7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억6925만원)보다 1% 정도 늘었다.
금융지주 연봉 역시 KB(1억9100만원)가 가장 많았고, 신한(1억7300만원)·우리(1억6700만원)·하나(1억5300만원)가 뒤를 이었다.
주요 시중은행과 금융지주 직원의 급여 수준은 이처럼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은행원과 지점 수는 지난해에도 또 줄었다.
작년 말 현재 4대 은행에 재직 중인 직원은 모두 5만5164명으로, 2022년 말 5만6248명의 1.9%(1084명)가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은행권을 떠났다.
4대 은행의 영업점(지점·출장소·사무소) 57곳도 1년 사이 문을 닫아 총 영업점 수가 2900개에서 2843개로 2% 축소됐다.
특히 연봉이 가장 높은 KB국민은행에서 1년간 영업점 수가 59개(856→797개)나 급감했다. 반대로 하나은행의 경우 4곳(593→597개)이 늘었다.
한편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일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자금융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 소상공인에게 대기업 대출과 비교하며 “소상공인들은 은행에 가도 문턱이 높다”며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고 질타했다.
이어 “은행의 독과점 시스템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자꾸 경쟁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그냥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책금융 상품을 다루는 은행들에 대해서도 “왜 은행에서 (정책상품의) 금리를 올리느냐”며 금융당국에서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는 금리 상승기에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통해 막대한 이자 수익을 거뒀다는 뼈있는 지적이 담겼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서민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은행들이 31조 원이라는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두자 비난여론도 커진 상황이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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