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통합의대 신설안' 수용될까…'의견수렴' 논란

전승현 2024. 3. 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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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언급 닷새 만에 전남도, 통합의대 안 정부에 제출
순천시·순천대는 통합의대 반대…경쟁 불가피·김 지사 '시험대'
민생토론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

(무안=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전남 의대 신설 가능성 언급과 관련해 전남도가 목포대·순천대의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의대 신설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통합의대 당사자인 순천시와 순천대가 여기에 반대하고 단독의대 유치 입장을 밝혀 지역 간 경쟁과 갈등이 예상되는 등 결과가 주목된다.

19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날 도는 목포대·순천대 통합의대 신설안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이 의대 신설을 언급한 지 5일 만에 통합의대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목포대·순천대 통합의대 신설안에는 구체적인 의대 설립 규모와 형태 등은 담기지 않았고 대학 간 통합을 위해 장기적으로 노력할 테니 통합의대를 수용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영록 지사는 전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도 "통합 의대 신설이 도민의 통합 정신·명분·방향에도 부합하고 양 대학 중 어느 한쪽이 됐을 때보다 좋은 결과"라며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의대 신설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자간담회하는 김영록 전남지사 [전남도제공]

하지만 통합의대 당사자이기도 한 순천대와 해당지역 지자체 단체장인 순천시장이 통합의대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순천대 단독의대 추진에 나섰다.

노 시장은 전날 낸 보도자료에서 "전남 동부권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산업현장이 많아 외상센터 등 여러 분야의 의료시스템이 필요한 지역"이라며 순천대 단독 의대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목포대와 통합의대를 추진했던 순천대도 기존 입장을 바꿔 단독의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순천대는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글로컬30 순천대학교는 의과대학 유치에 가장 적합한 대학"이라며 노 시장과 궤를 같이했다.

통합의대 반대 여론이 지역에서 나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전남 의대 신설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해석되는 '의견 수렴'과 관련해 논란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의대 신설 가이드라인으로 '(도민) 의견수렴'을 언급했는데, 의대 신설 형태를 두고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전남도-순천시·순천대가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발언하는 노관규 순천시장 [순천시제공]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국립 의대 (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정해서, 의견 수렴해서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지난 18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전남도가) 주민 의견을 모아오고 그다음에 그게 타당성 있는지 봐야 한다"며 "지방정부에서 주문하는 대로 바로 그대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며 주민의견 수렴 절차와 정부 검토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순천시장의 (단독의대 유치) 생각이 전체 순천시민들의 의견과 다를 수 있고, 순천대 입장문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정부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통합의대가 됐든 단독의대가 됐든 우리나라 의대 운영 실정을 감안하면 의대는 1곳을 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모 의과대학 A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한 대학 내에 의과대학 캠퍼스를 두 곳 운영하는 대학은 없다"며 "두 개 캠퍼스를 운영하려면 교수 정원, 시설, 부속병원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B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교수 정원과 시설 문제만 해결해주면 실험적으로 두개 의대 캠퍼스를 운영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라며 "현실적으로 통합의대든 단독의대든 의대 캠퍼스는 한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통합의대를 거부할 경우 단독의대로 선회할 가능성도 내비쳐 지역(동부·서부) 간 의대 유치를 놓고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광주공항 무안이전 문제에 이어 자신의 리더십과 역량을 보여줄 시험대에 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지사는 이날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전남 의대 신설을 언급한 것은 전남에 큰 선물을 준 것"이라며 "의대 유치 문제로 갈등 구조로 치고받고 하는 모습으로 비쳐서는 안 되며, 도청 가족들도 필요할 때 도민들과 소통을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shch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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