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통합의대 신설안' 수용될까…'의견수렴' 논란
순천시·순천대는 통합의대 반대…경쟁 불가피·김 지사 '시험대'
(무안=연합뉴스) 전승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전남 의대 신설 가능성 언급과 관련해 전남도가 목포대·순천대의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의대 신설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통합의대 당사자인 순천시와 순천대가 여기에 반대하고 단독의대 유치 입장을 밝혀 지역 간 경쟁과 갈등이 예상되는 등 결과가 주목된다.
19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날 도는 목포대·순천대 통합의대 신설안을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이 의대 신설을 언급한 지 5일 만에 통합의대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목포대·순천대 통합의대 신설안에는 구체적인 의대 설립 규모와 형태 등은 담기지 않았고 대학 간 통합을 위해 장기적으로 노력할 테니 통합의대를 수용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영록 지사는 전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도 "통합 의대 신설이 도민의 통합 정신·명분·방향에도 부합하고 양 대학 중 어느 한쪽이 됐을 때보다 좋은 결과"라며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한 통합의대 신설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통합의대 당사자이기도 한 순천대와 해당지역 지자체 단체장인 순천시장이 통합의대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순천대 단독의대 추진에 나섰다.
노 시장은 전날 낸 보도자료에서 "전남 동부권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산업현장이 많아 외상센터 등 여러 분야의 의료시스템이 필요한 지역"이라며 순천대 단독 의대 신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목포대와 통합의대를 추진했던 순천대도 기존 입장을 바꿔 단독의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순천대는 전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글로컬30 순천대학교는 의과대학 유치에 가장 적합한 대학"이라며 노 시장과 궤를 같이했다.
통합의대 반대 여론이 지역에서 나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전남 의대 신설 전제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해석되는 '의견 수렴'과 관련해 논란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의대 신설 가이드라인으로 '(도민) 의견수렴'을 언급했는데, 의대 신설 형태를 두고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전남도-순천시·순천대가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국립 의대 (신설) 문제는 어느 대학에 할 것인지 전남도가 정해서, 의견 수렴해서 알려주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지난 18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전남도가) 주민 의견을 모아오고 그다음에 그게 타당성 있는지 봐야 한다"며 "지방정부에서 주문하는 대로 바로 그대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며 주민의견 수렴 절차와 정부 검토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순천시장의 (단독의대 유치) 생각이 전체 순천시민들의 의견과 다를 수 있고, 순천대 입장문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며 "정부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통합의대가 됐든 단독의대가 됐든 우리나라 의대 운영 실정을 감안하면 의대는 1곳을 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모 의과대학 A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한 대학 내에 의과대학 캠퍼스를 두 곳 운영하는 대학은 없다"며 "두 개 캠퍼스를 운영하려면 교수 정원, 시설, 부속병원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B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교수 정원과 시설 문제만 해결해주면 실험적으로 두개 의대 캠퍼스를 운영할 수는 있겠지만,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라며 "현실적으로 통합의대든 단독의대든 의대 캠퍼스는 한 곳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통합의대를 거부할 경우 단독의대로 선회할 가능성도 내비쳐 지역(동부·서부) 간 의대 유치를 놓고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김 지사는 광주공항 무안이전 문제에 이어 자신의 리더십과 역량을 보여줄 시험대에 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지사는 이날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전남 의대 신설을 언급한 것은 전남에 큰 선물을 준 것"이라며 "의대 유치 문제로 갈등 구조로 치고받고 하는 모습으로 비쳐서는 안 되며, 도청 가족들도 필요할 때 도민들과 소통을 잘해달라"고 당부했다.
shcho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우리집에 가자"…초등생 유인하려던 50대 '코드0' 발령해 체포 | 연합뉴스
- '마약 자수' 김나정, 필리핀서 귀국 직후 양성반응…경찰 조사(종합) | 연합뉴스
- 영동서 50대 남녀 흉기 찔려 숨져…"살해 뒤 극단선택한 듯"(종합) | 연합뉴스
- '동생살인' 60대, 법정서 부실수사 형사에 돌연 "감사합니다" | 연합뉴스
- '기찻길이 도로인 줄' 타이어 펑크난 채 선로 달린 만취운전자 | 연합뉴스
- [수능] 국어지문 링크에 尹퇴진집회 안내…경찰 "해킹아닌 도메인 구입"(종합2보) | 연합뉴스
- 이영애, '김여사 연관설' 제기 유튜버 화해거부…'끝까지 간다' | 연합뉴스
- [수능] '노이즈' 40번 이상 반복 등장한 국어 지문…"로제 아파트냐"(종합) | 연합뉴스
- 가족 앞에서 헤어진 여친 살해, 34세 서동하 신상 공개 | 연합뉴스
- 등교하던 초등생 머리 박고 도주…'박치기 아저씨' 검거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