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못 닿는 ‘작은 금강산’ 칠보산, 영상으로 유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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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가지 보물을 품은 산'.
북한 함북 명천군에 있는 명산 칠보산의 뜻이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해온 19세기 조선말기의 '칠보산도' 병풍그림(10폭)을 소재로 한 영상 설치 특별전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가 지난 15일부터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시작됐다.
'칠보산도' 병풍그림은 칠보산 일대의 장관을 10폭의 연속된 비단 병풍틀에 나누어 그린 수묵담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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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기관 소장 문화유산 대상 최초 디지털 콘텐츠”
‘일곱가지 보물을 품은 산’.
북한 함북 명천군에 있는 명산 칠보산의 뜻이다. 옛적 일곱산이 나란히 솟아있었다는 기묘한 경치(17~18세기 남구만 문집 ‘약천집’의 기록)가 7대 보물인 금, 은, 호박, 차거(조개 껍질), 산호, 마노, 진주의 아름다움에 비견할만하다고 하여 지은 이름이라 전해진다. 기암괴석의 절경이 뛰어나 ‘작은 금강’으로 불리며 선비들이 답사했던 명소였지만, 이젠 갈 수 없는 이 산을 디지털 영상으로 유람하는 전시마당이 차려졌다.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해온 19세기 조선말기의 ‘칠보산도’ 병풍그림(10폭)을 소재로 한 영상 설치 특별전 ‘작은 금강, 칠보산을 거닐다’가 지난 15일부터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시작됐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클리블랜드미술관과 손잡고 기획한 이 전시 마당은 미국 현지 미술관에서도 같은 날 개막해 앞으로 두달 여 동안 함께 열리게 된다.
‘칠보산도’ 병풍그림은 칠보산 일대의 장관을 10폭의 연속된 비단 병풍틀에 나누어 그린 수묵담채화다. 19세기 제작한 가로 460㎝, 세로 185.2㎝ 규모의 큰 병풍화로 칠보산 전경을 섬세하고 유려한 붓질로 묘사했다. 1폭 위쪽에 쓴 화제(畵題:그림 내력에 대한 글)는 산 명칭의 유래를 보여주며, 봉우리와 바위 여기저기 적혀있는 장소의 이름들을 통해 개심사(開心寺), 회상대(會象臺), 금강굴(金剛窟) 같은 이 산 특유의 유람 명소들도 알 수 있다.
칠보산은 함경도 회령부 판관(判官)이었던 임형수(1514~1547)가 1542년 3월 다녀간 뒤 여행기 성격의 ‘유칠보산기’(遊七寶山記)를 남기면서 ‘북관(함경도)’의 대표적 명승지로 알려지게 된다. 조선 후기 들어 칠보산 탐승객이 늘면서 산을 소재로 한 글과 그림이 오랫동안 유행했다. 작자가 알려지지 않은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병풍도 이런 흐름 아래 누워서 감상하며 경치를 즐기는 와유(臥遊) 용도의 회화로 제작됐다고 추정된다.
이번 전시회는 ‘칠보산도’ 병풍 그림의 디지털 영상물과 ‘칠보산도’ 세부를 확대한 감상용 콘텐츠, 병풍을 비롯한 클리블랜드미술관 소장 한국 문화유산 13점의 3디(D) 뷰어 콘텐츠’ 등으로 이뤄져 있다. 고갱이는 병풍그림 속 칠보산의 선경을 선비가 거닐며 체험하는 구도로 만든 몰입형 디지털영상물. 재능기부로 참여한 배우 류준열의 육성 해설과 작곡가 양방언이 만든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높이 5m에 달하는 대형 3면 영상에 비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등의 변화하는 날씨 속에서 시시각각 자태를 바꾸는 산 곳곳의 기암 계곡, 폭포 등의 무상한 이미지들이 다가온다. 클리블랜드미술관의 경우 병풍그림의 디지털 영상물을 동시 상영하면서 병풍 실물도 전시해 더욱 실감 나는 감상 체험을 선사하게 됐다.
문화재청 쪽은 “국외 기관이 소장한 우리 문화유산을 대상으로 벌인 최초의 디지털 콘텐츠 제작 공유 사업”이라면서 “다른 국외 소장기관들과도 콘텐츠 공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궁박물관 전시는 5월26일, 클리블랜드 전시는 9월29일까지 열린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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